양평군 행복인수위원회와 ‘아모르파티’
양평군 행복인수위원회와 ‘아모르파티’
  • 김현옥
  • 승인 2018.06.2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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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양평군립미술관 3층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행복인수위원회 위촉식이 열렸다
지난 18일 양평군립미술관 3층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원 위촉식이 열렸다

6.13 지방선거 이후 양평군이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1995년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24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자치정부가 들어섰으니 이해할 만도 하다. 그 동안 ‘경기도의 대구’란 놀림을 받으면서도 ‘그들만의 양평’은 철옹성처럼 단단했기 때문이리라.

‘근거 없는’ 보수의 성벽이 뚫리자 여기저기서 많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인수위 업무가 시작된 지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곳곳에서 ‘말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인수위의 고압적 태도와 불통, 김밥보고 인권유린, 심지어 어느 인수위 위원을 ‘양평의 최순실’로 까지 지목하고 나섰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를 가만 들여다 보면 현 상황에 대한 핵심에서 벗어난 지극히 지엽적인 문제를 마치 인수위 업무 자체의 잘못으로 돌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인수위 고압적 태도 또는 점령군 이라는 표현은 상대적인 판단일 수 있다. 전임 군수가 저지른 과오를 후임 군수가 잘못 인수해서 덤태기를 쓰는 일이 없도록 꼼꼼히 하겠다는 것이 인수위 업무다. 응당 진지하게 접근해야 하는 것이 맞다.

이 밖에 인수위원이 김밥을 먹으면서 공무원을 굶겼다는 것, 10년 치 자료 요청 등 불만의 대부분이 ‘공무원의 인권’에만 국한돼 있다. 그러면 10여 년 동안 수천억 원이 투입된 양평공사부터 이틀 대회를 위해 700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쓰고 거의 놀리고 있는 종합운동장, 400억 원을 쏟아 붓고도 애물단지로 전락한 쉬자파크 등의 진실은 어디에 물어야 한단 말인가.

십 수년 동안 양평적폐로 지목되어 온 발원지는 양평군과 양평공사로 대변된다. 오죽했으면 양평군의 대표기업이 뭐냐는 질문에 군청과 공사라고 답할까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인수위 업무를 알리고 소통하는 쪽의 일 처리가 매끄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군민들의 높은 기대와 궁금증을 생각한다면 보안이라는 이름으로 통제만 할 것이 아니라, 인수위 사무실 옆에 임시 기자실을 만들어 진행상황에 대한 브리핑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인수위 명단을 특정 언론사에게만 전달한 것도 적절치 못했다. 민선 7기 인수위가 ‘바르고 공정한 양평 만들기’라는 슬로건을 정했다면 일 처리도 공평하게 해야 한다. 사소한 실수로 인수위 업무 전체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오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실제 지난 18일 출범한 ‘양평군민 행복인수위원회’(행복인수위)가 7개 분과, 3개 특별위원회로 구성됐다고 하는데 어떤 분과이고 특별위원회인지 아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인수위가 그려갈 양평군 밑그림에 대해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음달 13일까지 이어지는 인수위의 업무에 관심과 응원을 보내줘야 한다. 실수를 지적할 수는 있지만 대책 없는 비난이나 부풀리기는 삼가야 한다. 양평에 쌓인 적폐를 인수위 26일 동안 활동으로 다 드러내기는 힘들다. 새 군수가 안정적으로 군정에 임할 수 있도록 정책기조를 세우고, 잘못된 것은 엄중 대처하게끔 힘을 실어주는 것이 좋다.

임승기 인수위원장(양평경실련 공동대표. 성균관대 명예교수)은 지난 18일 위촉식에서 “많이 모자라지만 힘을 보태주시길 바라며 일 자체를 즐기면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좀 더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민선7기 민주자치정부가 ‘개혁 후 포용’을 할 수 있도록 인내를 가지고 지켜봤으면 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요즘 유행하는 김연자의 노래다. ‘운명에 대한 사랑’이란 뜻의 라틴어라는데, 양평군의 운명을 인수위에 잠시 맡기고 편하게 지금의 상황을 즐겼으면 한다. 비판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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