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평인이다 #16] 메이플시럽처럼 달콤한 인생 ‘조부연 회장’
[나는 양평인이다 #16] 메이플시럽처럼 달콤한 인생 ‘조부연 회장’
  • 김현옥
  • 승인 2020.11.12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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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된 설탕단풍나무 앞에 선 조부연 회장
16년 된 설탕단풍나무 앞에 선 조부연 회장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쓴 <조화로운 삶>(보리)을 보면 버몬트주 숲 속으로 들어가 설탕단풍나무 수액을 채취해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처음에는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했던 일이 규모가 커지면서 이웃들과 나누는 삶을 영위하는데 큰 보탬이 된다.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에서 농사를 짓는 조부연(69) 씨는 국내에 처음 설탕단풍나무 대량 재배에 성공한 사람이다. 16년 전부터 메이플나무 연구에 매달리다 3년 전에는 설탕단풍나무연구회를 만들어 회장 직을 맡아 메이플 나무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에서 사업을 하던 조 회장은 노후를 위해 21년 전 양평으로 이주해 왔다. 당시 진흙이던 땅에 소나무와 과실수를 심던 중 캐나다에 사는 친구가 메이플 100주를 보내온 것이 단풍나무와 인연이 됐다. 16년이 지난 지금 절반은 옮기던 중 고사했고, 50주 가운데 27주를 국내 대기업에 조경수로 팔아 약 23주 가량 남았다.

그 사이 어미 메이플에서 새끼를 친 묘목이 4만주에 이른다. 3,000여평에 달하는 현재 농장 외에도 3년 전 인근 강하면 강상면 논 7,000평을 임대해 2,500주 가량을 심었다. 1년에 약 3cm씩 자랄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빨라 앞으로 3~4년 후면 수액을 채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장으로 가는 길
농장으로 가는 길

흔히 ‘슈거 메이플’로 불리는 설탕단풍나무는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조 회장은 되레 북미보다 성장기간이 3개월 가량 긴 한국에서 잘 자란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가지치기를 통해 나무 부피를 키워 수액을 채취하는 시기를 앞당겼다. 단풍나무 수액은 고로쇠 물보다 3~5배 정도 달다고 한다.

또 메이플시럽이 저칼로리에다 칼슘·칼륨·마그네슘 등 3대 필수 미네랄도 풍부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에 따르면 메이플시럽에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물호르몬 ‘아브시스산’이 췌장세포의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농장에서는 슈거메이플 외에 에이서 네군도, 은단풍, 노르웨이단풍, 레드단풍 등 5종류의 메이플 나무가 자라고 있다. 조 회장이 에이서 네군도를 우려서 시럽으로 만들기 중간 단계의 차를 내놓았는데 꿀보다 더 달았다. 이 단풍나무는 밀원으로도 최고여서 양봉을 하기에도 적합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단풍나무 수액을 시럽으로 만들기 위해서 40리터 통에 18시간 정도 달여야 1리터 가량의 시럽을 얻을 수 있다. 약 1/40로 농축된 시럽의 맛은 조청보다 달면서도 독특한 향과 함께 미각을 자극했다. 얼마 전 농업기술센터에서 측정한 시럽의 당도가 84브릭스까지 나왔다.

2월~3월 중순 사이 약 한달 가량 수액을 채취하는데, 16년 된 한 나무에서 하루 10~12리터 정도 수확을 한다. 1개월이면 평균 300리터고, 수액으로만 리터당 5천원씩 잡아도 150만원 수익이다. 단순 계산해서 100주를 심으면 향후 1억 5천만 원 정도 돈을 벌어다 주는 귀한 나무라는 얘기다.

설탕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시럽
설탕단풍나무에서 채취한 시럽

하지만 다른 농작물에 비해 투자기간이 길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원주, 안동, 홍성 등지에서 퇴직 후 노후대비 용으로 단풍나무 농장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초기에 1,000평 땅에 3m 간격으로 350주를 심었다가 5년 후 절반을 묘목으로 팔고 6m 간격으로 150 주 가량 정식을 하고 수액채취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다른 나무에 비해서 나방을 제외하고는 병충해에 강한 것도 장점이다. 현재 농장에서 4년생 1그루에 4만원, 5년생은 5만원에 판매 중이다. 입업후계자 교육을 받은 후 사유림이나 국유림을 빌려서 단풍나무를 심고 오토캠핑장과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한다.

조부연 회장은 “나무는 장기간 계획을 가지고 투자하기 좋은 사업이지만 쉽게 나서기 힘든 점이 있다”면서 “북미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설탕단풍나무를 보급해 농가 소득을 높이고, 국민 건강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엉클 조’로 불리는 조 회장은 설탕단풍나무 외에도 바질, 로즈마리 등 허브류와 복숭아, 매실 등 과실, 도라지, 작약, 감초 등 한약재와 채소류 95종류에 대해 유기농인증을 받아 재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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