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평인이다⑦] 둥굴레아저씨가 그리는 동화 속 세상 ‘초록영농조합 임청우’
[나는 양평인이다⑦] 둥굴레아저씨가 그리는 동화 속 세상 ‘초록영농조합 임청우’
  • 김현옥
  • 승인 2018.07.26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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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레아저씨’ 임청우(50)와 동화구연가인 ‘동화아줌마’ 신영숙 부부
‘둥글레아저씨’ 임청우(50)와 동화구연가인 ‘동화아줌마’ 신영숙 부부

[청운면=김현옥] 90년대 초 한 청년이 새벽 4시면 일어나 시청역 지하철에서 어학원 전단지를 돌렸다. 열심히 사는 그의 모습을 본 조순 전 서울시장이 시청 공무원들의 어학공부를 주선해줬다. 그는 어학원에서 돈을 모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고향으로 돌아오게 된다.

초록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하는 ‘둥글레아저씨’ 임청우(50)와 동화구연가인 ‘동화아줌마’ 신영숙 부부 얘기다. 결혼 후 둘은 양평군 청운면 다대1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신혼 초 서울로 출퇴근을 하다 너무 힘들어 1996년 부친의 둥굴레 농사를 짓고자 아예 귀농해버렸다.

하지만 현실은 동화처럼 달달한 게 아니었다. 중국산 값싼 둥굴레가 들어오고, 강원도 영월에 지은 둥굴레냉면 공장의 원가부담으로 사업 3년 만에 손을 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 벌어놓은 돈을 거의 모두 날리고 술로 지샌 날도 많았다.

겨우 마음을 추스려 농업경영인이 돼서 영농자금을 받아 다시 일어선 것이 2004년 설립한 지금의 초록영농조합이다. 부친이 1972년부터 둥굴레 재배를 시작한 것까지 치면 40여 년간 가업을 이어온 셈이다. 지금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둥굴레 외에도 돼지감자, 발효뽕잎, 우엉, 여주 등 건강차와 표고버섯, 새싹인삼, 삼채, 고송버섯 등 장아찌, 그리고 수제차와 쿠키, 장아찌 만들기 체험도 운영 중이다. 2012년 일본 한류백화점 입점, 2014년부터 CJ푸드빌 ‘계절밥상’, 하나로마트 납품 등 성장세를 탔다. 최근에는 오픈마켓을 통해 미국 인도 일본 등 해외로도 수출한다.

초록영농조합에서 생산하는 각종 차와 장아찌 제품들
초록영농조합에서 생산하는 각종 차와 장아찌 제품들

직접 농사짓는 둥굴레와 돼지감자를 제외하고는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 후 100% 수매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애초에 고향에 일자리를 만들자는 의미로 출발한 사업이어서 직원 5명을 고용했다는 자부심이 크다. 정작 임 대표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봉사와 나눔 쪽이다.

전공인 경영학보다 봉사에 더 관심이 많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아가자 오랫동안 하고 싶은 일을 실행에 옮겼다. 2007년 몇몇 지인들과 ‘양평군 희망나누미’를 만들어 12년째 회장직을 맡고 있다. 장애인, 노약자, 다문화가정 등 관의 손길이 세밀하게 닿지 않는 사회취약계층을 돌보자는 취지로 만든 봉사단체다.

처음 7개 단체가 모여서 시작한 것이 현재는 86개 단체, 자원봉사자 포함 136명 회원이 활동 중이다. 공무원, 복지관, 청소년단체, 장애인협회, 적십자, 종교인 등 지역 내 대부분 기관이 참여해 도움의 손길이 오면 100% 해결하는 곳으로 자리매김 했다.

사실 양평군 행복돌봄과도 희망나누미의 활동을 눈 여겨 본 공무원들의 제안으로 만들어지게 됐다고 한다. 거기다 12개 읍면 행복돌봄추진단까지 발족되면서 양평군 사회복지는 질적인 변화를 꾀하게 된다. 1개월에 평균 20건 내외 1년에 약 300회 가량 나눔과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면 양평 해병대전우회, 자율방범대원들이 손을 걷고 나선다. 지난 24일 용문산자연휴양림에서 열린 희망나누미 7월 정례회의에서는 형제카 김학춘대표와 라이온스클럽 박대수 회장 후원으로 35명의 어르신들에게 에어쿨매트와 배게를 선물했다. 가스렌지를 설치해주러 갔다가 빈곤한 살림을 보고 쌀과 부식을 놓고 온 적도 부지기수다.

지난 24일 용문산자연휴양림에서 열린 희망나누미 8월 정례회의
지난 24일 용문산자연휴양림에서 열린 희망나누미 7월 정례회의

아내 신영숙 씨는 “봉사와 나눔이라는 것은 대단한 것도 누구의 전유물도 아닌 것 같다”면서 “남편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기여를 하고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임청우 대표는 “벼 농사만 지어서는 희망이 없는 농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내년에는 돼지감자 더덕 뽕잎 등을 농축하는 시설을 지을 계획”이라며 “돈이 있어야 복지도 가능하므로 양평 희망나누미를 재단법인화 해서 어려운 이웃에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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