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메이커스쿨⑪] 자발적 팀이 만든 아주 재미난 상상력 ‘양일고등학교’
[체인지메이커스쿨⑪] 자발적 팀이 만든 아주 재미난 상상력 ‘양일고등학교’
  • 김현옥
  • 승인 2018.08.17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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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체인지메이커로 거듭나는 히어로의 도전'
지난해 열린 '체인지메이커로 거듭나는 히어로의 도전'

[양평읍=김현옥] 지난달 26일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 체인지메이커스 영감홀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시간’(미여시) 7회 포럼은 양평 학생들의 잔치나 다름 없었다.

‘모두를 위한 학교’를 주제로 1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이날 포럼에서 양일고 2학년 유수민 학생이 ‘멸종위기 동물에 대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소개해 단연 눈길을 끌었다.

1967년 6월 설립된 양일고등학교(교장 이정엽)는 양평여자상업고등학교로 출발해 2000년 3월 양일종합고등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그러다 2004년 3월 교명으로 바꿔 지금까지 이르는 ‘양평사학의 대들보’다.

‘협력적 대인관계, 문화적 소양능력과 문제발견 해결능력을 위해 자기주도 학습을 지향’ 한다는 교육목표는 체인지메이커 교육과 딱 맞아떨어진다. 725명 학생 중 남학생 여학생이 반반인 황금비율도 눈에 띈다.

이 학교 체인지메이커 교육의 든든한 버팀목은 이수정 선생이다. 1999년 부임해서 담임을 맡으면서 학생들이 양평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울과 비교해서 문화적으로 촌스럽다는 생각이 많아 독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려 애썼다.

어찌 보면 체인지메이커를 시작하게 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이다. 양평을 빛낸 사람들을 찾아서 신문을 만들기를 했던 것이 자연스레 지난해 체인지메이커 1기 활동으로 이어졌다. 다슬, 파티클, 가온누리, 더클로저, 시나브로, 버쓰다자, 나비효과, 스피릿플랜즈, SOM, 스위치, 화양연화, 투빈투더월드, 투민즈 등 26개 팀이 활발하게 활동했다.

교내 쓰레기 분리수거에 참여하는 학생들
교내 쓰레기 분리수거 문제를 논의하는 학생들

처음에 한 시간 가량 아쇼카재단 동영상을 보면서 방향을 잡아준 것 외에 이 선생이 특별히 한 일은 없다. 학생들 스스로 50개 팀을 꾸려와 이 중에서 중복된 것들을 한데로 묶어 4개 분야(개인, 학급, 학교, 지역) 26개 팀으로 만들었더니 자신들이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체인지메이커가 되기 위해서 자기를 먼저 성찰하는 개인적인 변화를 우선에 뒀다. 자신감이 없는 학생은 친구와 같이 계획을 세워가면서 점차적으로 소통의 중요성을 통해 학급, 학교, 지역의 문제로까지 시야가 확장됐다. 자발성을 키우기 위해 동아리 대신 그냥 팀 형식으로만 운영했다.

힘들어 하는 친구를 응원해주는 캘리그래피로 시작해 학급의 분리수거, 그리고 소통을 위한 학교 게시판 개선 등을 거쳐 가로등과 환경문제로 영역이 넓어졌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아무런 개입을 안하고 각 팀장들과 큰 틀에서 방향성만 의논했다.

그 결과, 지난해 12개 팀이 1학기 중간활동 보고서를 낼 만큼 내용도 충실해졌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과학 관련 팀의 경우 제작비를 제대로 지원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행히 ‘만들어가는 꿈의학교’를 통해 5개 팀이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게 돼 다행이다.

아리아리 꿈의학교, 생갈치1호의 행방불명, 이크에코 꿈의학교, 남녀십팔세부동석, 십시일반(십대의 시선, 일상에 반하다), 안전한 자전거길을 만들어보아요. 이름만 봐도 재미난 상상력이 느껴지는 꿈의학교에 양일고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내용도 더 풍부해졌다.

올해 신생 체인지메이커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서 6개 팀이 활동하고 있지만, 오히려 선순환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적으로 풍부한 꿈의학교에서 맘껏 재능을 펼친 학생들이 후배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줬기 때문이다.

양일고등학교 전경
양일고등학교 전경

내년에는 마을과의 소통에 더 중점을 두고 어르신 인터뷰를 통한 자서전 쓰기, 사진 촬영 해드리기, 양평물맑은시장 상인 탐방 등 학생들이 발 디디고 사는 지역을 이해하는 일들을 해보려 한다. 단순한 문제 찾기 보다는 타인에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내면의 변화를 느끼게 하고 싶어서다.

이수정 선생은 “한편에서 제기하는 체인지메이커교육이 입시에 방해가 되거나 도움이 된다거나 하는 논쟁 자체는 의미가 없다”면서 “아이들 하나하나가 삶을 적극적으로 대하고 친구를 응원하고 주변을 돕는 마음이 이어져 결국 자신을 더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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