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용문산사격장범대위 이태영 위원장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인터뷰] 용문산사격장범대위 이태영 위원장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
  • 김현옥
  • 승인 2020.12.10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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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사격장폐쇄범대위 이태영 위원장(사진=최종민)
용문산사격장폐쇄범대위 이태영 위원장(사진=최종민)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지난 11월 23일 오전 10시 양평군 양평읍 덕평리 사격장 입구에 주민 100여 명이 모여 나흘 전 발생한 ‘미사일 오발 폭발 사고’에 대한 항의 집회가 열렸다.

농가 옆 20미터 지점 농지에 떨어진 미사일은 자칫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 했다. 이에 양평군민들은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용문산사격장을 즉각 폐쇄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용문산사격장폐쇄범군민대책위(범대위. 위원장 이태영) 주도로 열린 이날 집회는 정동균 양평군수를 비롯 전진선 군의회 의장, 김선교 국회의원, 홍성표 새마을지회장, 최종열 자유총연맹지회장, 이교섭 양평군자율방범대연합대장, 이미원 바르게살기지회장, 채옥순 여성의용소방대연합대장, 염민호 양평청년회의소회장, 양재학 청운비승사격장 위원장, 윤태로 양평비행장·청룡사격장 위원장, 용천2리 정재국 이장 등 인근 마을 주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한민국에서 하나뿐인 도심을 관통하는 사격장 폐쇄와 이전은 양평군민들의 해묵은 숙제였다. 1982년부터 38년 동안 각종 인명사고와 재산상 피해를 입었지만, 안보논리에 의해 주민들의 생존권은 늘 뒷전으로 밀렸다. 사격장 부지는 양평읍 신애리(77%)와 덕평리(15%), 옥천면 용천리(8%) 등 3개 마을에 걸쳐 총 470여 만㎡(약 150만평)에 달한다.

2015년부터 재발족한 ‘2차 범대위’를 뒤에서 차분히 이끌고 있는 이태영(59) 위원장은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38년 동안 안보를 위해 양평군민이 참았으면 이제는 국가가 응답을 해야 할 때”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제는 수도권 시민들의 충격을 우려해 꾹꾹 눌러왔던 ‘식수원 오염’ 문제도 공론화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이 이처럼 수도권 상수원 오염 의혹을 꺼내어 말 그대로 ‘배수의 진’을 친 것은 양평군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양평군은 1982년 처음 20사단에 사격장 부지를 무상대부 한 이래 매 5년 마다 연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연장(1987~1992), 2차 연장(1993~1997년) 이후 1997년 10월 3차 연장 시 양평군이 승인 보류를 하면서 사용종료를 통보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속적으로 사격장 부지를 사용하자 1999년 정식 이전 건의를 한 것이 갈등의 출발점이다.

이에 2002년 3월 1차 범대위가 발족돼 사격장 폐쇄 및 이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2015년 출범한 2차 범대위는 집회는 물론 각종 토론회를 통해 군민의 힘을 모아 정부를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국방부는 여전히 ‘기부 대 양여’ 즉, 양평군이 4천억 원에 이르는 대체부지 비용 등을 내놔야 옮기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11월 23일 사격장 인근에서 집회 중인 정동균 군수와 군민들(사진=최종민)
11월 23일 사격장 인근에서 집회 중인 정동균 군수와 군민들(사진=최종민)

2018년 8월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격장을 방문하고, 올 7월 군소음보상법 하위법령이 제정돼 11월 27일부터 소음으로 인한 보상절차가 마련된 것이 사태 진전의 일부다. 하지만 85데시벨 이상이 나와야 3종으로 지정되는데, 돈으로 환산하면 1인당 한달 3만원 정도 수준이어서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다.

특히 이태영 위원장이 우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사격장 토지 오염과 침출수의 상수원 유입이다.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 1권역에 해당하는 양평읍 사격장에 쌓이는 납, 구리 등 중금속 및 화약류로 인한 토지와 물에 대한 환경오염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7년부터 시작한 갈등관리협의회에서 양평군과 20사단이 환경오염도조사를 하기로 했지만, 국방부 주도로 하다 보니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는 상황이다. 실제 덕평천 등 수질조사를 실시한 국방부가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내놓자 민관군이 공동조사를 하자는 것이 범대위측 주장이다.

거기다 사격장 내 정화시설이 없이 저류조만 설치돼 장마나 집중호우 시, 오염수가 한강으로 고스란히 흘러 들어 갈 우려가 크다는 점이 범대위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한강을 상수원으로 쓰는 2,600만 수도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2018년부터 양평군에서 3억 원 가량 예산을 편성해 공동조사를 하자는데도 국방부에서 거부했다는 것이 범대위측 설명이다.

이태영 위원장은 “38년 동안 국가안보를 위해 희생해왔는데 이번 현궁 미사일 추락 폭발사건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졌다”면서 “국방부는 안보논리만 내세우지 말고, 12만 양평군민이 수긍할 만한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오랜 싸움에 힘들고 지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군민이 함께 힘을 보태어 주길 바란다”며 “주민의 생존권과 진정한 의미에서 수도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사격장이 폐쇄되도록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문산사격장 폐쇄 '청와대 국민청원 포스터'
용문산사격장 폐쇄 '청와대 국민청원 포스터'

한편 용문산사격장폐쇄범군민대책위는 지난 9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개시해 10일 오후 6시 현재 500여 명이 참여하는 등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범대위는 코로나19를 감안, 당분간 온라인 10만 군민서명과 국민청원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사격훈련이 개시되는 내년 3월까지 사격장 입구 3곳을 농기계로 막는 집회신청을 연장하고, 이후 ‘12만 군민 띠잇기’ 등 대대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사격장 사건 사고 일지>

-1996년 사격장 인근 민가에 사격장 파편과 탄두 발견
-1998년 옥천면 용천리 음식점 건물 처마에 전차포 파편 관통
-2001년 국방부 부동의로 군민 숙원사업인 전문대학 유치 불발
-2004년 사격장 인근 신병교육대에서 TNT폭발로 군인 6명 사상
-2007년 양평읍 양평로타리클럽 화장실에서 50mm구경 기관총 탄환 발견
-2007년 옥천면 용천리 펜션 승용차에 전차포 파편 관통
-2008년 용천리 사나사 주차장에 4.2인치 조명탄 날아들어 관광버스 2대 관통 및 주택피해
-2014년 옥천면 펜션 지붕에 훈련용 포탄 낙하
-2020년 11월 용천2리 농지에 현궁미사일 오발 폭발 사고 발생
-기타 사격훈련으로 매년 크고 작은 산불 수십 차례 발생

<범대위 경과 보고>

-2018년 9월 2일: 양평용문산포사격장이전 입법토론회 개최
-2019년 4월 1일: 제1차 용문산사격장 갈등관리협의회 개최
-2019년 9월 1일: 제2차 용문산사격장갈등관리협의회 개최(20사단->11사단주체변경)
-2020년 7월 8일: 군소음법제정 긴급대책회의(소음법대책위로 임시전환)
-2020년 7월 20일: 정동균 양평군수ㆍ범대위 김진표 국방위원 간담회 개최(올바른 하위법령제정 건의)
-2020년 7월 20일: 김선교 국회의원 범대위 면담(하위법령저지 건의)
-2020년 11월 19일: 용문산사격장 대전차미사일 현궁 민가주변 오발사고
-2020년 11월 20일: 용문산사격장범대위ㆍ양평군 긴급대책회의 개최. 정동균양평군수ㆍ양평군의회ㆍ범대위 공동성명서발표
-2020년 11월 23일: 용문산사격장 폐쇄 및 오발사고 규탄집회 개최(덕평리ㆍ용천리) 후 사격중단 통보 진입로차단
-2020년 11월 24일: 대전차미사일 현궁 오발사고 11사단 항의방문(양평군수ㆍ양평군의회의원ㆍ범대위대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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