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기업 탐방③] 지역과 함께하는 100년 가업의 청사진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
[소확기업 탐방③] 지역과 함께하는 100년 가업의 청사진 ‘지평주조 김기환 대표’
  • 김현옥
  • 승인 2018.09.0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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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중인 지평양조장 앞에 선 김기환 대표(오른쪽), 전대일 이사(가운데), 최민희 팀장(왼쪽)
리모델링 중인 지평양조장 앞에 선 김기환 대표(오른쪽), 전대일 이사(가운데), 최민희 팀장(왼쪽)

[지평면=김현옥] 지난해 11월 27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양평군 좋은 기업 유치지원단'(지원단)이 발족했다. ‘지원단’은 기업유치 시 수반되는 부지선정, 토지매입, 측량, 토목설계, 건축, 시공 등을 관내 전문 협회를 통해 신속히 지원한다는 취지다.

공장설립에 따른 투자기업 만족도 제고와 기업하기 좋은 도시 이미지를 확산하기 위해 구성된 지원단 주 구성원은 공인중개사 군지회, 군 토목설계협회, 군 건축사회, 군 전문건설협회의의 회원들이다. 한 마디로 “기업하기 좋은 ‘땅’을 알아봐주고 ‘공장’을 잘 지어주겠다”는 것이다.

해가 바뀌어 올 3월 양평군은 2017년도 공장등록이 전년 대비 23%나 늘어나 경기도내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경기도가 3% 증가율을 보이고, 2위인 포천시가 8% 증가한 데 비해 기업체 불모지에서 이룬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실제 2016년 말 98개에 불과하던 공장등록체 수가 2017년 말 23개사나 늘어난 121개소로 증가했으며, 2018년에도 2월 말 현재 6개사가 늘어난 127개사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건배주로 선정돼 유명세를 탄 세븐브로이가 지난 7월 청운면에 50억 원을 투자해 준공식을 가졌다. 친환경 샐러드 전문 기업인 본프레쉬 역시 총 30억 원을 들여 양평으로 공장을 이전키로 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 2016년 지평주조(대표 김기환)는 매출액 60억 원을 달성했다. 2010년 2억 원에 불과해 폐업을 고민하던 회사의 매출규모를 30배 가량 키웠다. 더 이상 현재의 지평공장에서는 물량을 맞출 수 없는데다 소음 냄새로 인한 민원 등이 심해서 공장이전을 타진했다.

인근 용문면 화전리에 적당한 부지가 있다고 해서 2017년 4월 양평군에 사업계획서를 냈다. 타당하다고 해서 15,000㎡(4,300평)을 매입해 제2공장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막상 공장을 지으려고 하니 ‘산업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에 따라 1,000m²(300평) 이상 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는 통보를 군으로부터 받았다.

양평군 내에 가능한 부지를 사방팔방 알아봤으나 여의치 않았다. 고심 끝에 양평과 가장 가까운 곳을 알아보던 차에 춘천시장이 발 벗고 나서 지난 6월에 춘천 제2공장을 완공했다. 춘천시 기업유치과에서 부지 선정부터 각종 지원사항을 원스톱으로 처리해 줘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제2공장 설립을 위해 매입했던 용문면 화전리 5,000여 평을 숙식과 공연이 열리는 게스트하우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제2공장 설립을 위해 매입했던 용문면 화전리 5,000여 평을 숙식과 공연이 열리는 게스트하우스로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먹고 살만 하니 양평을 떠났다고 손가락질 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평 양조장 건물이 2014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돼 현재 리모델링 중에 공장가동을 중단한 것을 두고 “고향을 떠나 춘천으로 갔으니 지평이란 이름을 쓰지 말아야 되는 거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거기다 최근에 리모델링 후 지평공장 재가동 일정을 타진하면서 오폐수 직방류를 요청하니 “이전보다 생산량이 늘어서 폐수처리시설을 통해야만 한다”는 것이 군의 입장이다. 반면 지난 7월 청운면에 들어선 세븐브로이는 월 45만병 생산 예정인데 직방류 허가를 받았다.

지평주조 전대일 이사는 “이미 5억 원을 들여 시설을 구비했으므로 폐수처리는 가능하지만, 냄새로 인한 민원이 다시 발생할 우려가 높다”면서 “과거 직방류를 하던 때 규모로 생산량을 대폭 줄여서 오폐수를 내보내겠다고 했는데도 무조건 폐수처리시설을 가동하라고 하는 것은 양평에서 공장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0년 28살에 가업을 이어 4대째 지평주조를 경영하고 있는 김기환(37) 대표는 요즘 고민이 많다. 양평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와 대학을 나왔지만, 고향과 막걸리에 대한 애착으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지역사회에 잘 못 한 게 많은가’라는 회의감 때문이다.

미곡처리장 사업에 열중인 아버지를 설득해 문을 닫으려던 지평막걸리를 올해 연 매출 160억 원을 바라보는 회사로 키운 김 대표는 그럼에도 앞으로 ‘양평과 함께 하는 기업’으로 내실을 더 다질 생각이다. 사실 지역사회공헌, 일자리창출, 직원복지 등에 애를 썼는데 알려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현재 지평주조 36명 임직원 중 춘천공장 5명을 빼고 31명 모두 양평군에 세금을 내고 있고, 법인세 납부도 마찬가지다. 올 초 지평고 졸업생을 채용하고, 지평중고에 2015년부터 부정기적으로 하던 것을 올해부터 자매결연을 맺어서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직원 자녀 학자금은 물론 양평지역 다른 기업보다 임금을 더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용문산 산나물축제 홍보를 위해 넥텍 10만 장을 무료로 인쇄해 지평막걸리에 부착, 전국으로 유통시켰다. 추석 등 명절에는 지평쌀로 만든 막걸리를 선물용으로 만들고 있고, 각종 지역축제 시 특산품에 맞는 막걸리를 한정품으로 만들어 양평의 부가가치를 높일 생각이다.

2014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평주조 건물.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2014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평주조 건물.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특히 기네스맥주를 롤모델로 이익의 일부를 문화사업과 복지에 투자할 방침이다. 현재 양평군 관광진흥과, 기업유치팀과 유기적 협업을 통해 가칭 ‘지평로드’ 사업을 기획 중이다. 사업이 현실화되면 지평의 지형이 크게 바뀐다.

지평주조 옛 양조장 건물은 전시와 체험, 화전리 공장부지는 숙식과 공연이 가능한 게스트하우스, 폐 기차터널을 활용한 관광지 개발, 예술인과 함께 하는 공방 등 지평역을 중심으로 반경 3km 이내를 문화와 어우러진 관광지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미래인재 육성을 위해 지평고 학생들을 위한 직업교육, 지평면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역사문화탐방 및 축제 공동기획 등을 추진한다. 또 지평주조 양조장 전시관에서 아이엠양평&지평고와 함께 ‘막걸리와 함께 하는 시 읽기 모임’, 각종 전시와 공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김기환 대표는 “어린 나이에 가업을 이어받아 운영하다 보니 인력과 자금난, 뜻하지 않은 민원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면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100년 기업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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