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평인이다 #19] 두물머리에 활짝 핀 싱그러운 청춘 ‘재아와 파람’
[나는 양평인이다 #19] 두물머리에 활짝 핀 싱그러운 청춘 ‘재아와 파람’
  • 김현옥
  • 승인 2021.01.20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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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든 두물머리 산책과 자전거 여행지도를 들고 있는 재아와 파람씨
직접 만든 두물머리 산책과 자전거 여행지도를 들고 있는 재아와 파람씨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도시에서 살다 크게 다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공간이 필요했던 J, 자연과 더불어 생태농사를 지으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어했던 P…… 둘은 3년 전 ‘활짝’이라는 두물머리 협동조합이 개설한 산책 프로그램에서 만났다. 얼마 전 두물머리 산책지도와 자전거 여행지도를 만들어 양평골을 떠들썩하게 했던 재아씨와 파람씨 얘기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에서 두 사람이 만났으니 어찌 보면 운명이다. 도예를 전공한 이재아(34)씨는 다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자 양수리 친구 집에 놀러 왔다가 한눈에 반해 4년 전 이사를 왔다. 이제 막 신참을 벗어나고 있는 양평인이다.

그림을 전공한 이파람(35)씨는 5년 전 두물머리협동조합에서 실시하는 생태교육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었다. 홍천과 강릉 등지를 떠돌다 ‘양수리 만큼 좋은 데가 없구나’라는 걸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두물머리 인근에 아예 터를 잡은 아직은 풋풋한 양평인이다.

이들에게 양평은 천국과 같았다. 특히 두물머리가 있는 양수리 일대는 같은 또래 친구들이 많은데다 농사를 짓고 산책을 하기에 그만이었다. 틈나는 대로 마을 곳곳을 누비던 둘에게 ‘코로나19 극복 청년일자리 공모사업’ 소식이 들려왔다. “도랑 치고 가재 잡는다”는 것이 바로 이거구나 싶었다.

자칭 산책전문가 재아씨, 그림에 소질이 있는 파람씨는 마을지도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한강에서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어촌계장님, 마을에 사는 어르신들, 저수지에 핀 연꽃에 이르기까지 이들에게 많은 말들을 해주었다. 무려 4개월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발품을 팔아서 완성된 것이 산책지도와 자전거 여행지도다.

재아씨는 양수역과 신원역 사이 가정천습지를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꼽았다. 습지 안 작은 옹달샘 같은 연못에 여름이면 연꽃, 가을이면 단풍으로 물드는 모습은 혼자 보기 아깝다고 말한다. 파람씨 역시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멋지고 데크에서 쉬기 좋은 가정천습지를 최고의 산책지로 추천했다.

재아씨와 파람씨는 양평에서 지속가능한 생태농업을 하는 것이 꿈이다. 현재 농사를 짓는 청년 10여 명이 ‘씨공간’이라는 토종씨앗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채종을 이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신원역 근처 ‘토종씨앗 채종밭’에 토종 메밀, 밀, 호밀 등을 심었다.

토종 상추씨, 보리씨, 밀씨 등은 용문성당 엠마 수녀님에게서 얻고, 토종 메밀을 구하기 위해 홍천까지 가서 씨를 얻어왔다. 이쯤 되면 ‘양평판 문익점’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 하다. 지난해 수확한 5~6 종의 상추는 야들야들하고 아삭아삭한 것이 씹히는 맛이 일품이라고 귀띔한다. 메밀은 작년 여름 폭우로 수확을 제대로 못했고, 호밀과 밀은 올 6월쯤 수확을 앞두고 있다.

두 작가가 제작한 지도 팜플릿들
두 작가가 제작한 지도 팜플릿들

양서면(면장 송혜숙)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두물지도에 이어 양서면 11개 마을 중 7개 마을의 지도를 올해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 작업은 좀 더 체계적으로 팀을 짜서 탐방조사가 이뤄진다. 향후 양수역 근처에 관광안내소가 생기면 산책, 자전거여행, 마을지도가 관광객들을 맞이할 것이다.

곧 입주하게 될 ‘청년공간 딴딴’(양수리 1134-2)의 내부공사가 끝나면 양평에서 새로운 삶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소통과 창업공간이 될 전망이다. 설 지나고 코로나19가 조금 수그러들면 동네사람들을 초대해 개소식도 계획되어 있다. '딴딴'을 청년과 주민들이 교류하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파람 씨는 “지도를 만들면서 두물머리 전체가 참 산책하기 좋은 곳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다”면서 “체증으로 답답한 차 안에서 나와 걸으면서 그 동안 미처 보지 못한 ‘작은 것의 소중함’을 발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재아 씨는 “두물머리 곳곳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안내하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이곳에 올 때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마을주민들과은 물론 양평으로 오려는 청년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계속 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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