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⑥] 비록 ‘맨발’이지만 “당신의 그늘농사로 우리는 살아갑니다”
[양평시사모 스케치⑥] 비록 ‘맨발’이지만 “당신의 그늘농사로 우리는 살아갑니다”
  • 김현옥
  • 승인 2018.10.26 23: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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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리 '황금닭집'에서 저녁 모임을 가진 양평시사모 회원들
연수리 '황금닭집'에서 저녁 모임을 가진 양평시사모 회원들

[용문면=김현옥]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하루였습니다. “가을비 한번에 내복 한 벌”이라는데, ‘양평시사모’ 여섯 번째 모임은 문태준 시인의 <맨발>을 읽으면서 겨울준비를 했습니다.

오늘은 국수리 사시는 김연희 님이 새로 오셨습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군인인 아버지 손에 이끌려 원치 않는 전공을 했지만, 마음은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혼자 캐나다로 갔다가 미국에서 살았고, 이후 전세계를 누비는 ‘바람의 여자’ 였답니다. 4년 전 양평에 정착을 했고요.

오늘 새로 오신 김연희 님(오른쪽). 하늘을 지붕 삼아 여행을 많이 다니신 분이다.
오늘 새로 오신 김연희 님(오른쪽). 하늘을 지붕 삼아 여행을 많이 다니신 분이다.

티벳 여행도 오래했는데, SBS ‘차마고도’ 프로그램도 연희님의 소개로 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스페인에서 마술도 배워서 지금은 마을을 다니면서 마술 자원봉사를 하신답니다. 젊은 시절 기형도 시를 읽고 문화적 충격을 받았으며, ‘동화 같은 시’를 쓰는 것이 꿈이랍니다.

마술 얘기가 나오자 시사모 젊은 오빠 서학조 님께서 즉석 동전마술쇼를 보여줬습니다. 이어 제가 맛보기로 눈썹으로 병뚜껑 따기를 선보였고요. 뭐 이쯤 되면 시고 뭐고 막 가자는 거죠 잉~. 이도 잠시, 지평에 사시면서 손영희 선생님으로부터 캘리 초급반 과정을 들은 남기희 님이 오셔서 “새소리 바람소리 시소리가 들려 한번 구경 와봤다”고 하십니다.

동전마술을 선보이는 '산새공방 부부마술단' 서학조&손영희 님
동전마술을 선보이는 '산새공방 부부마술단' 서학조&손영희 님

얘기는 다시 학조님의 단풍빛 옷으로 옮겼다가, 21세기 비틀즈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대표 방시혁 어머니 이름이 ‘명자’라는 제보를 접수했습니다. 송재학 시인의 ‘명자나무우체국’을 찾아 읽었는데, 산새공방에도 명자나무가 있다고 하더군요.

학조 님이 다시 며칠 전 “남들은 나이를 먹는다고 하는데, 나는 뱉는다”는 말에 감동을 받아 집 앞 500년 된 느티나무를 보고 뭔가 적으려 했지만 잘 안되더라는 고백을 했습니다. 영희 님도 어린 시절 “돼지야 무지개에 대해 생각해 봤니~ “로 이어지는 문장이 잊혀지지 않는 다는 얘길 했습니다.

김영희 님의 재미난 여행 얘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김영희 님의 재미난 여행 얘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시를 많이 읽었습니다. ‘한 호흡’과 ‘산수유나무의 농사’를 읽으면서 한 평생 그늘농사를 지으신 우리의 아버지를 떠올렸습니다. 부르튼 맨발로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돌아오고, 사랑을 잃은 채 부리를 가슴에 묻고 ‘아 ㅡ’ 하고 울었던 사람을요…

또 그렇게 서늘한 뒤란 같은 한평생을 살다가 가신 ‘회령고모’를 읽다, 문태준 시인의 절창인 ‘가재미’의 당사자가 아마 이 분이었을 거라는 추측을 해봤습니다. 오늘 미처 읽지 못했지만 ‘가재미2’에 “그녀의 몸에서 더 이상 그림자가 나오지 않는다”는 문장도 마음을 아슴하게 합니다.

사진의 각을 중시하는 손손 시스터즈(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생명보험 들고 촬영함)
사진의 각을 중시하는 손손 시스터즈(맞아 죽을 각오를 하고 생명보험 들고 촬영함)

사는 게 그렇듯 예상치 못한 것들이 즐거움을 주곤 합니다. 회비가 얼추 모아지면 저녁을 먹기로 했던 것을 손소영 님이 듬뿍 찬조를 해주셔서 ‘황금닭집’에서 갓 잡은 토종닭 백숙을 먹었습니다. 제 아내도 오고, 이반석 님 부인도 오셔서 제 개인기 중 하나인 <극한직업> 내레이션 성대모사를 살짝 보여줬습니다. 이제 시작인데…

아무튼 백숙 두 마리에 누룽지 3판 엎어서 먹었는데도 몽실 김동운 님 때문에 얼마나 웃었던지 배가 금방 꺼져버렸습니다. “김사장님 당신은 도덕책…”. 기쁜 소식은 단월면 신민영 님이 조만간 음식점을 낼 생각인데, 몽실님께서 창업성공에 대한 생생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부르튼 '삶의 맨발'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부르튼 '삶의 맨발'을 어루만져 주는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맛있는 빵과 커피에 비틀즈 음악을 들으면서 시를 읽고 삶에 대해 얘기하는 시간이 다들 좋다고 하십니다. 3월쯤에는 산새공방에서 시인을 초청해 자체 모임을 가지기로 했고, 시인이 사는 곳으로 여행도 떠나기로 했습니다.

비록 ‘맨발’이지만 이만하면 월동준비 제대로 한 거 아닌가요. 다음주부터 추워진다니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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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규 2018-10-28 00:39:33
좋은글 읽고 갑니다
따뜻하고 좋은분과 자리하셔서 행복 하시겠습니다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