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방문 ⑥] 마음의 불도 끄는 15년 차 소방관 ‘김종하 작가’
[불쑥방문 ⑥] 마음의 불도 끄는 15년 차 소방관 ‘김종하 작가’
  • 김현옥
  • 승인 2021.01.26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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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김종하 소방관
양평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김종하 소방관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얼마 전 <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 중>(호밀밭)을 낸 양평소방서 김종하 소방관. 올해 불혹에 접어든 그는 열두 살, 열 살 쌍둥이를 둔 맞벌이 부부다. 2006년 소방관에 임용됐으니 직장생활도 어느덧 15년 차에 접어들었다.

‘불은 잘 못 끄지만 전화는 잘 받는 아빠와 세 아들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그에게 소방관은 자신과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첫 발령을 받은 날 나름 멋지게 꾸미고 갔다가 핀잔을 들은 일부터 3교대로 근무하면서 화재현장 출동까지 삶은 늘 버겁기만 했다. 끊임없이 ‘이 일이 나에게 맞나’라는 회의감이 밀려왔다.

그 때마다 소방관으로 퇴임 후 돌아가신 아버지를 많이 떠올렸다. ‘당신도 내 나이에 이런 고민을 하셨겠구나’…… 고향인 하남소방서에서 12년을 근무하다 2017년 11월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상황실로 자리를 옮겼다. 현장출동보다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응대하는 일이 자신에게 맞았다.

한번은 밤 11시에 6살 아이가 울며 전화를 걸어왔다.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없다는 것이다. 15분 가량 통화를 하면서 텔레비전을 키게 하고 장난감 레고 이야기를 했다. 그 사이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 엄마를 수소문해 아이를 인계했다. 안도감과 함께 요즘 이슈인 아동학대에 대한 걱정도 함께 밀려왔다.

또 한번은 청각장애인이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손말이음센터’(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운영하는 통신중계서비스)를 통해 3각 통화로 신고자를 구조했다. 중간에서 통신중계를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엘리베이터 내 구조번호를 알아내 침착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평소에는 생각지 못한 장애인의 위급상황 대처에 좋은 경험이 되었다.

그렇게 2년 6개월 가량 상황실 근무를 하면서 불평불만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삶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읽고 작가의 꿈을 품었다.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시작해 부산 협성문화재단의 ‘뉴북프로젝트’ 공모전에 100대 1의 경쟁을 뚫고 책을 낼 기회를 얻었다.

'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 중' 책 표지
'소방관 아빠 오늘도 근무 중' 책 표지

총 6장으로 구성된 책은 소방관으로서의 애환, 맞벌이 부부의 육아, 마흔 안팎에서 겪는 고민, 다시 현장에서 뛰면서 느끼는 보람, 하늘나라에 계신 소방관 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실려있다. 양평에 와서는 다시 현장에 출동하면서 보호복을 입고 벌집을 제거하고, 펌프 차를 운전하면서 화재진압을 지원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출간해 벌써 2쇄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다.

갈등하고 고민하고 좌절하던 시기에서 벗어나 지금은 소소한 것에서 기쁨을 찾는 베테랑 소방관이 되어가고 있다. 자신의 이런 경험들을 소방관 후배들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기회를 갖는 것이 작은 희망이다.

김종하 소방관은 “어려움이 닥칠 때 하나하나 해결책을 찾아가는데 글쓰기와 인문학은 큰 힘이 되었다”면서 “직장생활과 인생의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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