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일기②] 근거 없는 보수와 ‘양평당’ 대신 ‘양평인’이 되자
[양평일기②] 근거 없는 보수와 ‘양평당’ 대신 ‘양평인’이 되자
  • 김현옥
  • 승인 2018.11.0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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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청사에 걸린 남북평화 염원 사진
양평군 청사에 걸린 남북평화 염원 사진

양평이 요즘 달아올랐다. 해묵은 양평공사, 은혜재단, 몽양기념관 문제부터 일진아스콘, 석면논란, 화상경마장에 이어 군청 청사에 걸린 대형 사진으로 때 아닌 보수와 진보 논란까지 불이 붙었다.

이 가운데는 문제를 확산시키지 않고 당사자끼리, 혹은 제3자가 개입해서 해결 가능한 일도 있다. 대안 없이 때만 되면 특정 집단이나 세력을 비난만 하는 일이라면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지난 번에 양평적폐의 원인을 변변한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할 곳이 없으니 군청이나 공사에서 주는 사업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사실 양평공사, 화상경마장, 김정은 사진 논란의 물밑에는 ‘근거 없는 보수논리’로 끼리끼리 나눠먹었던 지난 자치정부의 책임이 크다.

양평에 처음 와서 가장 놀랐던 것은 무슨 보수단체가 이렇게 많으냐는 점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보수로 자처하는 사람들이 지난 6.13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를 도왔다고 공공연하게 떠든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보수의 가치도 아까운 그냥 갈대처럼 움직이는 장사꾼일 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평은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가 아니기에 보수를 신주단지처럼 모실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심지어 구미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시장이 됐다). 되레 수도권에서 활동하다 이주해 온 지식인이나 문화예술인이 많기에 더 진보적이어야 하는 것이 맞다.

양평에 개혁과 진보가 뿌리내리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양평당’이라고 불리는 특이한 정서도 한몫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려고 해도 양평출신이 아니면 뭔가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대한다. 그래서 종종 대화는 ‘기승전-양평인?’으로 끝을 맺는다.

아마 수도권 31개 시군 중에서 “여기 사람이냐?”라는 물음을 양평처럼 하는 데는 없다. 하도 그러다 보니 나 또한 얘기 중에 “양평출신이에요?”라고 묻기도 한다. 하여 양평출신을 따지기보다는 이제 “양평을 위해 일할 ‘양평인’이냐”라고 물었으면 좋겠다.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자유총연맹과 재향군인회가 지난달 평양선언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고, 세계 각국의 정상들이 지지메시지를 보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쟁이 아닌 평화통일로 가겠다는데, 사진 한 장을 가지고 꼬투리를 잡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편협한 생각일 뿐이다.

양평의 이유 없는 보수와 적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수위 보고대로 지난 자치정부 시절 갖은 부패에 대한 감사와 심판을 실시해야 한다. 이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담대한 미래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그래야 화상경마장 유치니 김정은 사진을 왜 걸었냐는 등 딴 생각을 할 시간이 없을 것으로 본다. 서로 비난하고 싸울 시간에 양평에 맞는 기업을 유치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청 청사에 ‘000기업 유치작전 1000일 프로젝트’ 이런 현수막이 걸릴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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