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⑧] 이집 따님이 ‘아흐레 민박집’에 돌아오자 다들 “댓구유!”
[양평시사모 스케치 ⑧] 이집 따님이 ‘아흐레 민박집’에 돌아오자 다들 “댓구유!”
  • 김현옥
  • 승인 2018.11.09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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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식인 '비늘김치'에 대해 설명하시는 손영희 규율부 인사팀장님
궁중음식인 '비늘김치'에 대해 설명하시는 손영희 규율부 인사팀장님

[용문면=김현옥] 어제까지 세차게 내리던 비바람도 잦은 날, 시사모 여덟 번째 모임은 장소가 살짝 바뀌었습니다. 산새공방 카페 안쪽 공간을 손영희, 서학조 님이 공간 재배치를 해서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셨습니다.

시집을 읽기 전에 따끈한 구들에 앉아 궁뎅이를 지지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김지숙 님이 겨울 따뜻하게 나라고 두터운 양말과 목도리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몽실님은 맛있는 옛날과자를 가져오셨고, 주인장이 내놓은 사과와 커피, 차를 즐기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산새공방 안쪽 오붓한 공간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산새공방 안쪽 오붓한 공간에서 모임을 가졌습니다

오늘은 박흥식 시인의 ‘아흐레 민박집’을 읽었습니다. 대부분 시가 어둡다, 어렵다는 반응이었는데, 저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시골의 무료함과 고된 노동 속에서 ‘돌아온 따님’을 통해 흥을 얘기하고 싶은 거 같다고 말이죠. 아니면 말고요 ‘흥’

손영희 님이 궁중에서 만들어 먹던 비늘김치를 배워서 담가오셨어요. 음력 설 때나 먹을 수 있다니 그때까지 기다려보죠. 암튼 제가 먼저 ‘사무사’를 읽으면서 시를 쓰는 사람은 물론, 읽는 사람의 마음도 그와 같이 천의무봉의 심성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새겨진 가방을 설명하시는 배원규 선생님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새겨진 가방을 설명하시는 배규원 선생님

몽실 김동운 님은 ‘원앙빛 아주머니’를 읽으셨는데, 아내와 함께 센베이 과자를 트럭에 싣고 팔러 다니던 어려웠던 시절이 생각나셨나 봐요. 아파트 부녀회에 쫓겨난 아내는 울면서 왔지만, 지금은 옛날을 회상하면서 시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서학조 님은 ‘소의 눈’을 읽으면서 자신이 소띠인데다 오후 3시에 태어나서 평생 일을 해야만 하는 업보를 타고 났다고 하십니다. “평생이 다 노동일 터이다”라는 문장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하네요. 저기요… 군기반장 손영희 인사팀장님, 서 교수님 일 쫌 그만 시키세요!! ㅎ

고무신과 풀무가 있는 마루 구들에서 지지는 재미가 참 쏠쏠합니다
고무신과 풀무가 있는 마루 구들에서 지지는 재미가 참 쏠쏠합니다

전에 한번 오셨던 배규원 선생님이 발칸반도 여행을 다녀오시고 손 작가님께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작품이 새겨진 가방을 선물하러 오셨습니다. 시 모임이 잘 되나 궁금하시기도 하셨던 거 같고요. 저희를 보고 “사막에서 사금을 캐는 사람들”이라고 덕담을 해주시네요. 체코에서 고맙다는 말을 “댓구유”라고 한다는데, 됏구유 됏당게유 됐니더 됏다마로 번져서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이반석 님은 ‘모서’라는 시를 읽고 제목이 인상적이라며 “삶 자체가 책인 사람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잠시 썰렁해서 제가 ‘허무는 그날’도 좋다고 하면서 이병률의 ‘견인’과 느낌이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죽음에 대한 얘기가 오가다가 신성일, 남궁원, 이대근 선배 얘기와 작품까지 나왔죠. 우리 이거 너무 멀리 간 거 아닌가요. 유턴할게요~

몽실님의 아픔이 베어있는 옛날 센베이 과자. 근데 너무 맛있어요~
몽실님의 아픔이 베어있는 옛날 센베이 과자. 근데 너무 맛있어요~

아무튼 시를 읽는 모임인데 너무 늘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4시에 만나서 6시 30분에는 마치고, 반드시 시집을 읽어오기로 했습니다. 다음 주는 제가 일정이 있어서 쉬기로 했고, 그 담 주에 이면우 시인의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를 읽기로 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양평에 온 계기 중 하나가 ‘아흐레 민박집’이란 시에 반한 것도 있습니다. 카톡 프로필에도 얼마 전까지 표기했었는데, 다들 “양평에서 민박집 하냐”고 물어오더군요. 네 맞습니다. 맞고요, 저 민박집 합니다. 시와 함께 사는 민박집이죠. 그러니 매사 “댓구유”할 뿐이죠.^^

@일정표 짜면서 단톡방에 담주는 '쉬는 날'이라고 했더니, 다들 '쉬는 날'이란 시집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하네요. 이쯤되면 흐음...

<이모저모>

도쿄에서 학조 님이 사오신 60만원짜리 모빌 감상 중
도쿄에서 학조 님이 사오신 60만원짜리 모빌 감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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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들아, 살살 작업들어 가자.. 연장들 챙기고~~
아그들아, 살살 작업들어 가자.. 연장들 챙기고~~
지숙 님이 선물로 가져온 국산 양말. 고맙습니데이(댓구유~)
지숙 님이 선물로 가져온 국산 양말. 고맙습니데이(댓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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