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일기③] 누가 '승마공원 유치 생각'에 돌을 던질 수 있으랴
[양평일기③] 누가 '승마공원 유치 생각'에 돌을 던질 수 있으랴
  • 김현옥
  • 승인 2018.11.1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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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촉’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물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촉(觸)을 세우는 것과 그것을 펜끝(鏃)으로 기록하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양평에 와서 군청 출입을 1년 남짓 하다 보니 ‘뭔가를 느끼는’ 촉이 엄청 발달한 거 같다.

원래 일상을 들여다보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지역사회가 주는 특이한 선물이 나의 요망한 감각을 발달시켜준 듯 하다. ‘이방인’ ‘굴러온 돌’에 대한 경계가 지나쳐 브리핑룸에서 지금까지 인사를 받아주지 않는 분도 계시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촉을 더욱 빳빳이 세워야 했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대상과 속으로 밀당을 하다 보니 기자실에 앉아만 있어도 양평 돌아가는 것을 알아챌 정도는 됐다. 나로서는 이만하면 큰 수확이다. 하지만 놓친 것도 있었다. 바로 승마공원 유치 건이다. 놓친 정도가 아니라, 밤길에 둔기로 뒤통수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며칠 동안 배후가 누굴까 곰곰 생각해보고, 지난 여름부터 일어난 사건들의 퍼즐을 맞춰봤다. 그랬더니 용의선상에 몇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다 지워지곤 했다. “아닐 거야 설마, 그럴 리가 없어……” 그렇게 며칠을 뒤척이다 마침내 의문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G업체가 신청한 ‘용문승마공원사업’에 대해 지난 2일 “지역 여론을 감안해 조건부 동의를 철회한다”는 양평군수의 발표 후 논란이 더 커졌다. 이 부분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사업신청자 측은 용문면 상인단체, 이장, 새마을협의회, 의용소방대, 생활안전협의회, 농업경영인협의회, 면체육회 등을 중심으로 가칭 ‘승마공원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나섰다. 이에 반발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용문화상경마도박장 반대주민대책위’를 꾸려 세를 모으고 있다.

유치하는 쪽은 그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사연’이 있어 보인다. 또 반대하는 쪽도 지금 이 불씨를 끄지 않으면 언젠가 다시 불쏘시개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득 차 있다. 입장의 차이는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둘 다 군수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상에, 심판이 판정을 내렸는데 불복하고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모양이 영 보기 민망하다. 아무튼 한쪽은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경제정의를 외치고 있다. 둘 다 먹고 사는 것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돌파구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저번에 양평의 적폐를 끊고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과 자연환경 등 양평의 훌륭한 자원을 활용해 IT기업 유치에 군민이 나서야 한다. 애물단지 쉬자파크를 활용해도 좋고, 비어있는 땅과 건물을 이용해도 좋다.

TFT팀을 구성해 기업을 상대로 유치마케팅을 적극 펼쳐야 한다. 그것이 양평경제를 살리는 길이고, 다시는 화상경마장 얘기가 안 나오도록 불씨는 끄는 일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해가 바뀌면 또 승마공원의 말들이 우리를 박차고 나올 것이 뻔하다.

일자리가 부족해 인구소멸 위험에 처한 현 상황에서 그 누구도 ‘승마공원유치 생각’에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반문하고 싶다. 거리로 나간 말들이 순한 양이 되어 우리로 돌아와 내일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날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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