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⑨] 저 어린 게 날 부축하기 까지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양평시사모 스케치⑨] 저 어린 게 날 부축하기 까지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 김현옥
  • 승인 2018.11.24 13: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발모(양평 발가락 건강을 생각하는 모임)에 대해 설명하는 이반석 총장님
양발모(양평 발가락 건강을 생각하는 모임)에 대해 설명하는 이반석 총장님

[용문면=김현옥] 사람의 나이 쉰은 어떤 의미일까요. 생물학적으로 쉬어버린 ‘쉰세대’ 혹은 ‘꼰대’로 불리기도 하죠. 시사모 아홉 번째 모임은 인생 반백, 지천명에 대해 얘기하는 날이었습니다. 나이 오십에 등단한 이면우 시인의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를 읽으면서요.

이번 모임에는 손소영 님, 한광식 님 두 분이 병원에 가신다고 참석을 못했습니다. 오십 넘으면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는 나이이기도 하죠. 건강 얘기가 나와서 이반석 님이 발가락으로 건강을 알아보는 양평 발가락건강을 생각하는 모임(양발모) 만들고 싶다고 하네요.

내친 김에 반석님이 집짓기모임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근데 집보다는 땅 얘기를 더 많이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자 김지숙 님이 건축의 3대 요소를 ‘구조, 기능, 미’라고 깔끔하게 정리를 해줬습니다. 왠지 시험에 나올 것 같지 않나요. 다음 중 건축의 3대 요소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하나는?(답은 ‘독립’)

떡과 귤과 차를 마시면서~
떡과 귤과 차를 마시면서~

첫 운은 서학조 님이 떼었습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읽으면서 큰 누나랑 서울에 와서 자취했는데, 기동차를 타고 동대문에서 뚝섬을 거쳐 광나루까지 가면서 본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대문 없는 집에 옥수수가 서 있는 오두막집이 있는 70년대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그 사이 옥천면에 몽실식당 2호점을 낼 예정인 김동운 님이 도착했습니다. 가게 계약하느라 좀 늦었다고 하네요.(박수 짝짝~) 그런데 인건비와 부대비용이 많이 올라 식당 하기가 점점 겁이 난다고 하십니다. 암튼 제가 ‘오늘, 쉰이 되었다’를 읽고 오십에 대한 소감을 말했습니다.

“쉰 전, 늦게 둔 아이를 내가 키운다고 믿었다 돌이켜보면, 그 어린 게 날 부축하며 온 길이다//……//오늘 아침, 쉰이 되었다……이제부턴 사람을 만나면 좀 무리를 해서라도 국밥 한그릇씩 꼭 대접해야겠다”라는 구절이 꼭 저를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면우 시인의 시는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글이어서 다들 좋아했습니다
이면우 시인의 시는 일상에서 누구나 공감하는 글이어서 다들 좋아했습니다

‘어젯밤 아무 일 없었다’를 읽으면서는 가장의 무게에 짓눌려 옥상에서 딴 맘을 먹었던 우리들의 아버지들을 소환했습니다. 이어 반석 님이 표제시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를 읽었습니다. 시인은 남 얘기하듯 말했지만, 우리는 오열하던 주인공이 시인 자신일 거라고 수군거렸습니다.

비슷한 느낌으로 공광규 시인의 ‘소주병’을 몽실님이 낭송해주셨고요. 지숙 님은 ‘꿈에 크게 취함’을 읽고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시인이 참 대단하다고 하십니다. ‘노천시장’을 읽고서는 몽실 님의 과거 ‘양근천변 술 잔혹사’와 그것보다 더 참혹했던 금주 과정을 듣고 응원을 해줬습니다. 이 시의 원조격인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도 덤으로 읽으면서 마음이 환해졌습니다.

12월 14일 산새공방에서 양평시사모 송년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각자 음식을 가져와 산새공방을 주제로 시를 지어서 캘리그라피로 쓰고 낙관을 찍는 이벤트 얘기도 나왔습니다. 손영희 님이 사람 얼굴을 낙관으로 만들어주시는 주영경 작가를 소개해줬습니다.

주영경 작가의 낙관 작품
주영경 작가의 낙관 작품

내친 김에 호를 짓자는 말이 나와서 저는 ‘아흐레’, 반석 님은 ‘혜우’(해우소 아님), 동운 님은 고민하시던데 그냥 ‘몽실’이 제일 어울리는 듯 합니다. 시사모 열 번째는 장석남 시인의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을 읽습니다.

양평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눈 치우시면서 어딘가 이유 없이 쑤시고 저리는 분들은 무허가 통증연구소 ‘양평시사모’로 오세요. 웃고 울다 보면 아픔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답니다. 우리 나이 쉰이 넘었으니까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