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⑩]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으며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양평시사모 스케치⑩] 보헤미안 랩소디를 들으며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 김현옥
  • 승인 2018.12.02 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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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에는 꽃차 한명희 선생님께서 오셔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이번 모임에는 꽃차 한명희 선생님(가운데)께서 오셔서 함께 해주셨습니다

[용문면=김현옥] 지난 화요일 홀로 양평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청량리에 가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왔습니다. 물론 진성 선배의 안동역에서를 개사한 ‘양평역에서’를 흥얼거리면서요.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대학 1,2학년 때 사이키 조명발을 탐하며 종로 미스터리 원투쓰리 등에서 ‘I want to break free’에 몸을 허락한 것이 퀸에 대한 기억의 단편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춤을 추면서도 이 노래는 댄스곡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습니다.

아무튼 영화를 본 소감은 ‘유명 가수를 연기하는 것이 참 힘들겠구나’, 그리고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어떤 힘들이 열정으로 살다 간 아름다운 사람을 소환해 내는구나’. 그것은 단순한 추억 이상의 부모세대에서 젊은 세대로 이어지는 위대한 음악가에 대한 연민, 성적 취향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다양성, 이 모든 것들을 거침 없이 즐길 줄 아는 발랄함이 합쳐진 결과가 아닐까.

'퀸' 음반을 들고 계시는 서학조 님
'퀸' 음반을 들고 계시는 서학조 님

저는 다른 무엇보다 메리에게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 전등을 껐다 켰다 하는 프레디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랑은 어쩌면 불같이 타오르다가 서서히 제자리를 잡으면서 은은하게 오래 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듯 했습니다.

시사모에서 열 번째 읽은 장석남 시인의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도 그렇게 사랑과 이별을 담담하게 얘기합니다. 그래서 더욱 또 읽어보고 되새기다가 늘 머리맡에 전등처럼 두고 켰다 껐다를 반복하게 되는가 봅니다.

장 시인은 “사랑은, 호젓한 부둣가에 우연히, 별 그럴 일도 없으면서 넉놓고 앉았다가 배가 들어와 던져지는 밧줄을 받는 것 그래서 어찌할 수 없이 배를 매게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사랑은 참 부드럽게도 떠나지 뵈지도 않는 길을 부드럽게도 배를 한껏 세게 밀어내듯이 슬픔도 그렇게 밀어내는 것이지”라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오, 내 안으로 들어오는 배여 아무 소리 없이 밀려들어오는 배여”라고 조금은 당황스러워 합니다. 아마도 보헤미안 랩소디라는 85년 라이브에이드 공연 이후 매어두었던 배가 우리에게 소리 없는 쓰나미처럼 밀려들어왔다고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손영희 님이 내놓으신 묵은지 호박찜 & 미나리 두부
손영희 님이 내놓으신 묵은지 호박찜!!

이번 모임에는 연수2리에 사시는 꽃차 한명희 선생님께서 오셔서 같이 시도 읽으시고 귤도 한 박스 주시고 가셨습니다. 바쁘시지 않으면 계속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갈량 선생님도 김장 속을 싸오셔서 손영희 님이 준비한 묵은지 호박찜과 미나리 곁들인 두부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또 ‘양평역에서’ 2절에 나오는 “서울에서 오는 손님 용문시장 찾는데 안 오는 건지 못 오는 건지 대답 없는 덕이야~”의 주인공이신 박종덕 님께서 주신 비금도 섬초까지 먹을거리가 풍부한 하루였습니다.

이반석 님은 ‘긴 의자’를 읽으면서 “왜 길다고 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미안합니다만 저도 잘 모르겠는데, 옆에서 한명희 님이 잘 설명을 해주신 것 같았습니다. 서학조 님은 ‘내가 듣는 에릭사티’를 읽고 음악에 대한 배경을 얘기해줘서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굴 김치속과 초록영농조합 배추 & 미나리 두부
굴 김치속과 초록영농조합 배추 & 미나리 두부

부부마술단 서학조 손영희 님에게 동네 젊은 부부가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와 기차표를 예약해줘서 저처럼 청량리 00시네마에서 보고 왔답니다. 모임 후반부는 마침 학조 님이 예전에 사신 퀸 음반이 있어서 음악소리 크게 틀어놓고 차려진 음식을 먹으며 얘기꽃 등불을 피워 올렸습니다.

프레디&메리 보고 계시죠?. 다음 주에는 유종인 시인의 ‘교우록’을 읽습니다. 앗, 참고로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은 내년 봄 쯤에 다시 한번 읽기로 했습니다.^^

박종덕 님의 비금도 섬초와 한명희 님의 귤
박종덕 님의 비금도 섬초와 한명희 님의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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