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일기④] 군수는 가수가 아냐…부르지도 가지도 말자
[양평일기④] 군수는 가수가 아냐…부르지도 가지도 말자
  • 김현옥
  • 승인 2018.12.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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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서 송년회 등 각종 행사와 모임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마음을 다지고 즐기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가 사는 청운면 갈운3리에서도 오늘 대동회를 하는데 참석을 못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토요일에 하던데…

매주 금요일 저녁이 되면 홍보팀에서 다음주 업무와 행사일정을 알려준다. 그 가운데 군수 일정표를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큰 행사부터 작은 모임까지 ‘어떻게 저 일정을 다 소화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기다 주말이나 휴일 비공식 행사까지 합하면 아마 유명 가수에 버금가는 수준이리라 짐작한다. 문제는 행사도 행사지만 시도 때도 없이 군수실에 찾아와 민원성 하소연을 늘어놓는 일이다. 이 때문에 군정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도 만나주지 않으면 “변했다” “불통이다”고 낙인을 찍어버리기 일쑤다.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모임에서 노래 부르고, 갑작스런 개인민원 들으라고 지자체장을 뽑는 것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각 부서장이 행사에 참여해서 연설하고, 사적 모임은 알아서 진행하고, 개인민원은 해당 실무자를 통해서 접수해야 한다.

이 무슨 행정의 낭비란 말인가. 그 시간에 민선7기가 확정한 125개 공약을 점검하고 연구해서 실행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럴만한 여유를 주지 않고서 나중에 “양평을 위해 뭘 했냐”라고 말하는 것은 아주 큰 모순이다.

군수 또한 이번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면 내년부터는 정책개발 및 공약이행과 관련된 행사와 모임 위주로 일정을 잡아야 한다. 행사 규모를 떠나 작은 모임이라도 양평군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지체 없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전임과 다를 것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군수의 결단과 군민의 신뢰가 필요하다. 다른 정치인들이 표를 의식해서 가는 행사에 군수는 가지 않는 독한 마음을 가져야 하고, 그것을 군민들은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한다. 이런 것들이 양평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교사 공무원 언론인에게 촌지를 주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있었다. 하지만 안주고 안받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마찬가지로 행사참여도 안 부르고 안가도 되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한다. 그래야 양평의 미래를 군민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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