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⑪] 아직 내리지 않은 눈과 함께 특급 배달된 ‘교우록’
[양평시사모 스케치⑪] 아직 내리지 않은 눈과 함께 특급 배달된 ‘교우록’
  • 김현옥
  • 승인 2018.12.07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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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배기와 어울리는 하트 코코아
꽈배기와 어울리는 하트 코코아

[용문면=김현옥]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어제는 예보 없이 눈이 내렸죠. 시사모 11번째 모임은 유종인 시인의 <교우록>을 읽었습니다. 봄에 버들가지 능청능청 도발하거나 겨울에 난데없이 눈 내릴 때 읽기 좋은 시집이죠.

갑작스레 입원했다가 퇴원하신 손소영 님이 3주 만에 오셔서 반가운 얼굴 보여주셨습니다. 또 호도과자도 사오시고요. 저도 시골에 갈 때 휴게소에서 꼭 호도과자 사가는데, 이름을 효도과자로 불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광식 님은 짤릴 게 걱정돼서 아픈 몸을 이끌고 4주 만에 오셨습니다. 설마 창립멤버를 어떻게 하겠습니까(진실 혹은 거짓?). 김장하느라 너무 무리를 하셨다고 하네요. 저도 그간 얻어먹기만 해서 미안한 마음에 용문교회 앞 꽈배기를 좀 사왔습니다. 찹쌀 반죽이 아주 반 죽이는 집이죠.

오늘은 짧은 시간에 많은 시를 읽었고, 다들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오늘은 짧은 시간에 많은 시를 읽었고, 다들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거기다 몽실님이 원래는 약속이 있어서 불참하신다고 했는데 정말 선물처럼 오셨습니다(놀라게 하려고 설계 들어가신 거 아니죠). 지난주 가게 준비하느라 한 주 빠졌는데 도저히 시를 읽지 않고서는 견뎌낼 수 없어서 도망치듯 왔다고 합니다. 성욕과 시욕 중에 시를 택하겠다고 하시는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 꽈배기아~

사람이 선물이 돼서 특급 택배로 배송이 되는 곳, 시사모는 이런 곳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처럼 친구처럼 그간 안부를 묻고 재미난 얘기에 함박웃음을 짓는 곳이죠. 그래서 오늘 읽은 <교우록>이 더 입에 찰싹 달라붙었습니다.

서울에서 먼길 마다않고 오랜만에 오신 손소영님(가운데)
서울에서 먼길 마다않고 오랜만에 오신 손소영님(가운데)

시집을 안 읽고 오신 분이 많아서 제가 ‘류하백마도’와 ‘흐린 날의 화조도’를 추천해 드렸습니다. 시조로 등단한 시인답게 옛 그림을 표현해내는 문장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합니다. 이반석 님은 ‘칼날’, 손소영 님은 ‘어떤 독서’, 서학조 님은 ‘벼루를 깎다’, 한광식 님은 ‘겨울저녁’을 읽었습니다.

아무튼 유종인 시인은 벼루, 가시, 못, 바늘, 뼈 등 뭔가 단단한 것을 갈아서 자연을 붓 삼아 시를 쓰는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미루나무 흔들리는 모습을 하늘에 붓을 긋는 모습이라고 했을까요.

아픈 몸 이끌고 오신 한광식(좌), 시사모 때메 다른 모임 발로 차버리고 오신 몽실님(우)
아픈 몸 이끌고 오신 한광식(좌), 시사모 때메 다른 모임 발로 차버리고 오신 몽실님(우)

또한 표제시 ‘교우록’에서 말한 것처럼 아직 내리지 않은 눈, 아직 읽을 수 없어서 입으로 빨아먹어야 하는 문자(‘어떤 독서’)야 말로 가장 순수에 닿은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벼루를 가는 마음으로 오동나무 한 채로 시집갈 딸아이를 위해 팥죽을 휘휘 저어주는 아비의 마음(‘여울저녁’)을 충분히 헤아리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주는 신현림 시인의 <해질녘에 아픈 사람>입니다. 이후 양평시사모 송년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모은 회비로 음식도 준비하고 자리를 옮겨서 산새공방 구들방에서 다리와 허리 지지면서 따뜻한 하루 보내려고 합니다. 마음은 부담 없이, 양손은 무겁게 오시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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