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평인이다 #24] 한지로 만드는 소확행 ‘도은갤러리 전은주’
[나는 양평인이다 #24] 한지로 만드는 소확행 ‘도은갤러리 전은주’
  • 김현옥
  • 승인 2021.02.2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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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갤러리 전은주 작가(사진=최종민 포토그래퍼)
도은갤러리 전은주 작가(사진=최종민 포토그래퍼)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예술도 시대에 따라 유행이 변하는가. 1990년 영화 <사랑과 영혼>이 개봉하자 도자기 체험 붐이 일었다. 얼마 안 있어 독일에서 활동하는 닥종이 공예 김영희 작가 이야기가 방송을 타면서 한지공예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닥나무로 만든 종이를 보통 한지라고 부른다. 한지로 물건을 만드는 모든 분야가 한지공예에 속한다. 만드는 방법에 따라 지장(전지)공예, 지호공예, 지승공예, 지화공예 등으로 분류한다. 그 중에 ‘종이를 꼬아서 엮는다’는 의미로 지승공예, 한지를 염색하거나 배접을 해서 한지를 붙이고 문양을 오려서 골격에 붙이는 것을 지장공예로 일컫는다.

한지의 소재인 닥나무는 주로 아시아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서 나는 토종 닥나무가 냄새를 없애는 소취 효과, 향균 효과 성분이 제일 높게 나온다고 한다. 요즘에는 친환경 열풍에 힘입어 벽지 등 건축자재, 옷, 환풍기 필터, 종이 행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 활용되고 있다.

양평군 용문산로 201번지에 위치한 한지공방 ‘도은갤러리’를 운영하는 전은주(49) 작가는 아주 우연찮게 한지와 인연을 맺게 됐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갈 즈음, 한지공예를 접하게 됐다. 전 작가는 “돈을 생각했으면 아마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갤러리 내부 모습
갤러리 내부 모습

처음에는 취미로 배우다 유명한 선생님을 찾아 김포까지 가서 공부를 했다.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기본기가 차곡차곡 쌓여갔다. 말랑말랑한 질감의 한지를 소재로 일상에서 만나는 소박한 소품에 전통의 미를 입히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자연스레 사람과 자연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평에 정착하게 된 것도 어쩌면 운명과도 같다. 십 수년 전 인천에 살 때 용문면 조현초등학교에 견학을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느낌이 좋았다. 도시생활에 싫증이 날 무렵 대자연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도 보태졌다. 남편 직장이 멀었지만 2012년 양평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양평에 와서 한지는 물론 직물, 나무 등 자연 속 갖가지 소재를 활용해 작품 영역을 넓혔다. 민화를 시도하게 된 것도 평범한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우리민족에게 내재되어 있는 역동적인 힘 때문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각종 국내외 전시와 외부 강의 일정이 빡빡했다.

2019년에는 우리나라 한지개발원(원주 소재)과 이탈리아 파브리아노 종이박물관에서 주최한 ‘한지문화제’에서 민화와 한지공예를 콜라보한 나비장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서 개최한 '한지문화제' 팸플릿
이탈리아에서 개최한 '한지문화제' 팸플릿

현재는 코로나19로 작품활동과 소규모 체험, 교육 위주로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체험은 대략 1시간(한지수첩, 손거울, 핸드폰고리, 부채 등), 2시간(트레이, 다이어리, 쟁반 등) 내외로 진행한다. 연인과 가족들이 와서 간단한 생활공예품을 뚝딱 만들어 갈 수 있다.

체험은 미리 밑작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사전예약이 필수다. 네이버에서 ‘도은갤러리@’을 검색하면 예약이 가능하다. 정규수업은 인근 주민 뿐 아니라 멀리서도 부러 찾아온다. 얼마 전에는 용문천년시장 등용문광장 내 천년상회에 입점을 했다. 곧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다.

전은주 작가는 “코로나19로 한지공예 체험을 통해 소확행을 즐기려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면서 “삶의 작은 부분에서 발견하는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나누면서 양평인으로 쭉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방 이모저모>

한지공예 작품1
한지공예 작품
한지공예 작품2
민화 작품
한지
한지
갤러리 앞에 선 전은주 작가(사진=최종민)
갤러리 앞에 선 전은주 작가(사진=최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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