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14] 올 한해 ‘해질녘에 아픈 사람’도 새해엔 “쨍하고 해뜰날~”
[양평시사모 스케치 14] 올 한해 ‘해질녘에 아픈 사람’도 새해엔 “쨍하고 해뜰날~”
  • 김현옥
  • 승인 2018.12.26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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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람이 적어서 짧은 팔로 셀카를 찍어야 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사람이 적어서 짧은 팔로 셀카를 찍어야 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용문면=김현옥] 시사모 날짜를 수요일로 바꾼 후 첫 모임이었습니다. 반석님과 저, 그리고 산새공방 영희&학조님이 오붓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몽실님은 2호점 준비하느라 무리를 해서인지 감기몸살이 오셨다 하고, 소영님은 사무실 송년회와 겹쳐서 참석을 못했습니다. 시사모는 커피값과 시집을 각자 준비해서 오는 그야말로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많은 분들의 열정으로 여기까지 무난하게 왔습니다.

김사인 시인이 얘기한 것처럼 참 이런 작은 것들이 고마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약속’에 대한 생각을 더 해보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애써 인원을 늘리려고 하지 않았기에 참석자가 적어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영희 님이 주신 캘리 달력과 학조 님이 주신 사랑이 넘치는 코코아
영희 님이 주신 캘리 달력과 학조 님이 주신 사랑이 넘치는 코코아

다만,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도 중요하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다르게 생각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이 우리가 시를 읽는 이유가 아닐까도 생각했습니다. 세상을 너무 무겁게 살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쉽고 간편하게만 살아서도 안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신현림 시인의 <해질녘에 아픈 사람>은 많은 의미를 주는 시집이었습니다. 여자 혼자 돌씽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단한 일일까요. 거기다 자의든 타의든 아이가 딸린 상황이라면 더욱 더 그렇지요.

우리 모임에서 여성 시인의 시를 처음 대하는 분은 조금 놀라기도 하셨나 봅니다. 그것도 시적 언어로 정제되지 않은 약간의 날것의 상태로 날아오는 언어들을 새롭게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시보다도 삶이 더 고통이라면 그런 삶을 시적으로 바라봐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전인권 선배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CD로 들은 '사랑한 후에'
전인권 선배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CD로 들은 '사랑한 후에'

이반석 님은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를 읽고 “좋았던 시절의 추억을 영사기로 옮겨 행복했던 시간만을 뽑아서 보는 것이 고통을 잊는 한 방법일 것”이라는 데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자꾸 어떤 대상과 닮아가려는 노력을 하는 듯 합니다.

서학조 님은 연작시 ‘해질녘에 아픈 사람-세월아, 너도 아프냐 나도 아프다’를 읽고 “삶이 얼마나 힘들면 이렇게 쓸까”라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시에 나오는 전인권의 ‘사랑한 후에’ CD판을 찾아서 들려줬습니다.

전인권 선배와 친분이 있는 손영희 님께서 “이 노래는 전인권 씨가 엄마를 생각하며 팔당에서 작사한 노래”라며 숨은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는 이혼 후 상실감을 달래려 만든 노래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죠(근데 저만 몰랐네요 ㅠㅠ)

영희 님이 손수 준비해서 내놓으신 카레밥
영희 님이 손수 준비해서 내놓으신 카레밥

아무튼 오늘 읽은 신현림 시인과 전인권 노래는 보이지 않는 어떤 끈이 살짝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상실감일 수도 있는데, 그런 감정의 상태를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감히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한가지 스스로 위로를 하자면 “사람은 태어나는 것 자체가 버려지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어떤 가장 큰 버려짐인데 어머니의 사랑으로서 위안을 받는 거고요. 그런 태초의 어머니의 품과 같은 것을 찾아나가는 것이 상실을 이기고 살아가는 것 아닐런지요.(내가 얘기해놓고도 너무 어렵다 ㅠ)

시집을 매주 한 권씩 읽는 것에 대한 부담에다 지난번 ‘몽실원정대’ 반응이 좋아서 둘을 합친 이벤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서울의 유명 건축물을 탐방하면서 지난 시집을 한번 더 읽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산새공방이 양평여행 책자에 꼭 가봐야 할 카페로 선정됐다고 합니다(축하^^)
산새공방이 양평여행 책자에 꼭 가봐야 할 카페로 선정됐다고 합니다(축하^^)

건축물 탐방은 서학조 교수님의 건축학적 넓은 지식과 손영희 작가님의 예술적 설명이 곁들여져 환상의 콜라보가 기대됩니다. 첫 행선지는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으로 1월 7일(월) 양평역에서 용산역까지 전철을 타고 갑니다.

정확한 시간과 다시 읽을 시집, 구체적 일정은 다시 공지하겠습니다. 건축물 탐방은 방문을 활짝 열어 참여하고 싶은 양평군민으로 대상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서학조 교수님께서 세심하게 자료를 더 수집하셔서 설명을 보태시겠다고 하니 좋은 공부가 될 듯 합니다.

한 해가 다 저물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해질녘에 아프지 마시고 쨍하고 해뜰날만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아픔을 딛고 모임에 나오신 이반석님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아픔을 딛고 모임에 나오신 이반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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