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건축기행1] 맨발로 걸은 부드러운 직선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양평시사모 건축기행1] 맨발로 걸은 부드러운 직선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 김현옥
  • 승인 2019.01.08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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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시사모 건축탐방 회원들의 아모레퍼시픽 2층 홀 기념촬영
양평시사모 건축탐방 회원들의 아모레퍼시픽 2층 홀 기념촬영

[서울=김현옥] 지난 7일 양평시사모 건축물 탐방단 13명(김성혜, 김영환, 유상진, 정인아, 정혜경, 최종민, 홍명숙, 김동운, 김현옥, 서학조, 손소영, 손영희, 한광식)이 서울 용산구에 자리잡은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에 다녀왔습니다.

기존 시사모 회원에 김성혜 라이브양평 운영자, 김영환 구둔역 대표, 유상진 정의당양평지역위원장, 정인아 컨설턴트, 정혜경 백하헌 관장, 최종민 트래블양평 대표, 홍명숙 화가 등 많은 분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서 기꺼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양평역에서 출발하는 회원들이 용산행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양평역에서 출발하는 회원들이 용산행 전철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 10시 양평역 관광안내소에서 신교진 양평관광협동조합 사무국장님이 타주신 믹스커피를 마시며 언 몸을 녹이는 사이 6명이 모였습니다. 26분 전철을 타니 원덕역에서 정인아, 정혜경님이 두 번째 칸에 자리를 잡고 있었고, 오빈역에서는 홍명숙 님이 기차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9명이 전철을 타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서울 나들이를 했습니다. 용산역에서 중국음식점 ‘중화가정’으로 가는 길에 서학조 건축가, 손영희 작가 부부와 한광식 님을 만났고 서울 사는 손소영 님이 길을 헤매다 맨 마지막에 합류했습니다.

용산역 근처 '중화가정'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탐방단원들
용산역 근처 '중화가정'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탐방단원들

‘퍼시픽도 식후경’이라 했던가요. 짜장 짬뽕 볶음밥에 탕수육 유린기 깐풍기 깐쇼새우 등 요리를 주문해 든든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옛 국제상사(현재 LS 본사) 빌딩 바로 옆에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이 마징가제트 기지처럼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건축비만 5천억 원 넘게 쓰면서도(양평군 1년 예산) 주변 건물처럼 고층으로 짓지 않은 것은 수직보다는 수평을 추구하려는 건축주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 22층 정육면체 형태는 딱딱한 주사위를 연상케 했으나, 백자항아리 구조에 수많은 원형기둥들이 ‘부드러운 직선’으로 넘실대는 듯 했습니다.

횡단보도 너머 아모레퍼시픽 건물이 보인다
횡단보도 너머 아모레퍼시픽 건물이 보인다

일찍이 함민복 시인은 강화도 가는 길목 김포 벌판에 고층 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는 것을 보고 “아파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도종환 시인도 ‘부드러운 직선’에서 “저 유려한 곡선의 집 한 채가 곧게 다듬은 나무들로 이루어진 것을 본다/휘어지지 않는 정신들이 있어야 할 곳마다 자리 잡아 지붕을 받치고 있는 걸 본다”고 우리의 옛 건축물의 아름다운 정신을 노래했습니다.

1층 로비에서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회원들
1층 로비에서 서학조 건축가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는 회원들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조용하고 절제된 내면의 힘이 보여지는 단순하지만 내면이 강한 어떤 힘을 보여주는" 그의 철학이 반영됐습니다. 치퍼필드는 우리나라 백자를 통해 "더 이상 응축될 수 없는 경지로 본질을 파고 들어가며 미를 추구하는 보편성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핵심적인 것, 강한 재료의 질, 형태의 명료함, 완벽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균형 즉 '휴머니티'를 표현하고 싶어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내부에 들어서자 군더더기 없는 시멘트 재료의 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건축 관련 책과 도록이 전시되어 있는 1층 도서관
다양한 건축 관련 책과 도록이 전시되어 있는 1층 도서관

지하7층 지상 22층(대지 4,394평 연면적 57,201평, 공사비 5,355억원)의 이 건물은 2018년 6월 준공해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됐습니다. 지하1층 아모레 애비뉴, 1층 미술관(월요일 휴관), 미술도록 전문 도서관, 오셜록 티하우스, 2~3층 아모레스토어, 아카이브, 홀 등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로비에 들어서면 바닥은 단단한 포천석을 깔았고, 18미터 높이의 유리천장에 8센티미터 가량 물을 채워 빛이 물을 통해 건물 곳곳에 스미듯이 퍼지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5층 7층 17층에는 옥상정원이 있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들어가 보지는 못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설계와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설계와 건축에 참여한 건축가들에 대한 시청각 자료를 보고 있다

또 건물 외벽에 21,500개에 달하는 수직루버가 마치 블라인드처럼 펼쳐져 있어서 마징가제트가 임무를 완수하고 큐브 안 물속으로 돌아오면 금방이라도 문을 닫을 것만 같았습니다. 특이한 것은 보통의 빌딩처럼 대로변이 아닌 반대편에 정문을 세웠다는 겁니다. 이 또한 미군부대를 공원으로 만들면 그 곳에 오는 사람들과 소통하겠다는 생각에서라고 합니다.

2층에서 바라본 건물 내부 모습
2층에서 바라본 건물 내부 모습

1층 도서관과 퍼시픽 건물 건축가들 자료실을 둘러보고, 2층 아모레퍼시픽 소장 자료들을 관람한 후 지하 1층 ‘카페 알토바이밀도’에서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마시며 잠시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1개월 단발 아모레퍼시픽 '마몽드' 모델로 현장에서 뽑힌 양평 5인조 미인들
1개월 단발 아모레퍼시픽 '마몽드' 모델로 현장에서 뽑힌 양평 5인조 미인들

유상진 님이 ‘한 호흡’, 홍명숙 님과 정인아 님이 ‘산수유나무의 농사’를 읽고 느낌을 말해줬습니다. 마침 개군산수유축제 준비위원장을 맡은 정인아 님께서 이 시를 축제 공식 시로 사용할 생각도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혜경 님과 김동운 님이 ‘맨발’을 읽으며 고단한 일상이지만 삶은 별 것 아니라는 얘기를 해줬습니다.

3시 30분쯤 서울역에서 KTX를 타는 분들이 먼저 떠나고, 나머지 회원들은 못 다한 얘기를 나누다 4시 8분 전철을 타고 양평역으로 돌아왔습니다. 다들 맛있는 음식에 멋진 건축물을 보고 그와 연관된 시를 읽은 하루가 소중하고 즐거웠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지하1층 카페 '알토바이밀도'에서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고 있는 회원들
지하1층 카페 '알토바이밀도'에서 문태준 시인의 시를 읽고 있는 회원들

맞습니다. 아직 ‘맨발’의 청춘인 우리에게 사는 것이 뭐 별거 있을까요.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한 달에 한번 좋은 건축물 구경하면서 시를 읽으며 소통하면 좋은 거지요. 그리고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하는 기다림으로 하루를 살면 양평살이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사모 건축물 탐방 2월에 갈 만한 곳 추천해주세요. 현재로는 동대문디디피(자하 하디드)와 원주 뮤지엄 산(안도 다다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디가 좋을까요?

<탐방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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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서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양평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회원들~~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서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양평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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