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인#1] 다산의 시로 현대인 마음 치유하는 ‘안미옥 시인’
[남양주인#1] 다산의 시로 현대인 마음 치유하는 ‘안미옥 시인’
  • 김현옥
  • 승인 2021.04.20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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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옥 시인
안미옥 시인

“달이 차면 구름이 자주 끼고/꽃이 피면 바람이 망쳐놓지/천지만물이 다 그렇고 그런 것/혼자 웃는 걸 아는 사람이 없네.”

다산 정약용 선생이 강진 유배 시절인 1804년 인생의 모순을 헤아리며 씁쓸한 심경을 노래한 시 ‘독소’(獨笑)가 강의실에 울려 퍼지자 20여명의 수강생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수강생들은 모두 안미옥 시인(55)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연이어 그가 유안진 시인의 ‘자화상’을 낭송하자 자리가 이내 숙연해졌다.

남양주가 고향인 안 시인은 2002년부터 정약용 선생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학자로만 알았던 다산이 2천500여 수에 이르는 시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시를 통해 그 분의 철학적 면모를 알려야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에서 2년 과정의 교육을 받아 시낭송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2019년에는 시낭송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대도시로 변모한 남양주에서 시의 의미는 뭘까. 지역 커뮤니티를 말하면서 정작 타인의 삶에 공감하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시는 눈물로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고 안 시인은 말한다. 또 시를 통해 단절된 이웃들이 하나 둘 연결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여기에 시를 낭송하게 되면 치유는 배가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낭송 강의가 끝나자 수강생들은 저마다 “정말 힐링이 되고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가족들도 시를 낭송하는 그를 무척 자랑스러워 한다. 한번은 친척 결혼식에서 축시를 낭송했더니 시어르신들이 참 좋아했다는 소리를 듣고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사꽃이 필 때와 한여름 참외가 무르익을 때 모이고, 가을 서련지에 연꽃이 만개하면 꽃구경하러 모이고, 국화꽃이 피어 있는데 첫눈이 내리면 이례적으로 모이고, 또 한 해가 저물 무렵 분에 매화가 피면 다시 한 번 모이기로 하였다.”

다산이 열네 명의 뜻 맞는 선비들과 함께 죽란시사(竹欄詩社)라는 풍류계를 맺었을 때 지은 문구다. 그도 같은 이름의 시모임을 만들어 남양주에서 운영 중이다. 현재 8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데 코로나19가 잦아들면 15명으로 확대해 다산의 시와 현대시를 같이 낭송하는 버스킹 모임도 계획 중이다.

안미옥 시인은 “정약용 선생을 만난 것은 어쩌면 운명과도 같아요. 다산의 시도 널리 알리고 시낭송을 통해서 사람들 사이의 닫힌 마음을 열게 해서 남양주를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는 ‘시의 숲’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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