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16] 가족으로 이어지는 참 뜨거운 핏줄 ‘호랑이 발자국’
[양평시사모 스케치 16] 가족으로 이어지는 참 뜨거운 핏줄 ‘호랑이 발자국’
  • 김현옥
  • 승인 2019.01.24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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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식당 구민진&김동운 님의 아들 김대우 님이 '호랑이 발자국'을 낭송하고 있다
몽실식당 구민진&김동운 님의 아들 김대우 님이 '호랑이 발자국'을 낭송하고 있다

[용문면=김현옥]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이 춥지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겨우내 눈도 서너 번 오고 말곤 하죠. 어렸을 적 눈 쌓인 산에서 토끼와 꿩을 잡던 추억도 이제 자연사박물관 속으로 들어가야 하나 봅니다.

남한에서도 양평은 평양 못지 않게 추운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81년 1월 5일 영하 32.6도까지 내려가 소주병이 얼어서 깨졌다는 기록도 있네요. 아무튼 이렇게 추운 양평의 겨울도 시사모 모임 앞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손영희&서학조 님의 손녀 여덟살 예린이가 쓴 시 두 편
손영희&서학조 님의 손녀 여덟살 예린이가 쓴 시 두 편

양평시사모 16번째 모임은 손택수 시인의 <호랑이 발자국>을 읽었습니다. 오늘은 몽실식당 김동운 사장님이 부인(구민진)과 아들(김대우) 손을 잡고 함께 오셨습니다. 또 산새공방 서학조 님 손녀가 쓴 쪽지 시를 읽으며 환한 웃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다들 손택수 시인의 시가 쉽고 공감이 많이 간다고 말을 합니다. 먼저 ‘화살나무’를 읽은 김동운 님이 우리 삶의 과녁이 먼데 있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바로 가족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줬습니다. 아내인 구민진 님도 ‘물새발자국’을 청아한 목소리로 낭송한 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힘”에 대해서 얘기해줬습니다.

'아버지의 등을 밀며'를 듣다가 눈시울을 적시는 회원들
'아버지의 등을 밀며'를 듣다가 눈시울을 적시는 회원들

이어 손영희&서학조 부부가 손녀인 여덟살 예린이가 쓴 시 ‘밤’과 ‘아침’을 읽자 산새공방이 웃음과 박수소리로 가득했습니다. 국어 수학이 제일 싫고 체육이 좋다고 하던 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닮아 시를 지었다는 사실이 참 대견합니다. 몽실 사장님이 아내의 시 낭송과 해석에 놀라 시샘을 하듯, 초등학교 1학년 아이도 마음 깊은 곳에서 시의 샘물을 퍼 올린 겁니다.

서학조 님이 ‘아버지의 등을 밀며’를 읽다가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보였습니다.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시울도 젖었습니다. “적막하디적막한 등짝에 낙인처럼 찍혀 지워지지 않는 지게자국”처럼 평생을 양복재단을 하시던 지문 없는 아버지의 손을 떠올렸나 봅니다.

산새공방에서 내놓은 스프와 차, 그리고 손소영 님이 양평시장에서 사온 호빵 참 맛있었습니다
산새공방에서 내놓은 스프와 차, 그리고 손소영 님이 양평시장에서 사온 호빵 참 맛있었습니다

이반석 님은 ‘외딴 산 등불 하나’를 읽으며 “외눈으로 홀로 글썽이는 산 옆에 가서 감고 있는 산의 한쪽 눈을 마저 떠주고 싶다”는 마음을 헤아렸습니다. 한광식 님은 ‘삼월-인호에게’를 낭송한 후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라고 하십니다.

제가 ‘버려진 집 속에 거울조각이 있다’를 읽은 후, 폐가에 마지막까지 남아 옛 영화를 간직하며 서서히 깨지고 먼지에 덮여가는 거울의 숙명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어찌 보면 그런 상처 속에서 희망이 나오는 거고요. 이런 이유로 표제시 ‘호랑이 발자국’은 김대우 님에게 맡겼습니다.

대우 님은 구민진&김동운 님의 아드님이면서 몽실식당에서 도래창 굽는 담당을 하고 있습니다. 오는 3월 옥천면에 오픈하는 <몽실면당>의 총지배인이 될 예정이기도 하고요. ‘호랑이 발자국’을 읽고 “누군가 포기하려는 것들을 찾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시라고 핵심을 정확히 짚어줬습니다.

가족들이 같이 하니 모임이 더 풍성해진 하루였습니다^^
가족들이 같이 하니 모임이 더 풍성해진 하루였습니다^^

양평시사모 열 여섯 번째 모임은 ‘가족으로 이어지는 참 뜨거운 핏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새로 오픈하는 식당의 콘셉트를 ‘시’로 채우기 위해서 직접 아내와 아들 손을 잡고 오신 김동운 님의 아름다운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시사모 최연소 고문으로 위촉된 여덟살 서예린 님의 천진난만한 마음에서 삶의 작은 행복을 얻어갑니다.

“해마다 번연히 실패할 줄 알면서도 가슴 속에 호랑이 발자국 본을 떠오는 이들이” 있기에 소주병이 깨지는 추위도 견딜 수 있습니다. 겨울이 가기 전 양평이 폭설이 내린다면 한번 찾아보세요. 호랑이 발자국 같은 사람이 우리 주변에 있을지…

우리 집 입구에 있는 화살나무. 이 나무의 깊은 뜻을 모르는 아내는 잘라내자고 하는데 이를 어찌해야 하오리까 ㅠㅠ
우리 집 입구에 있는 화살나무. 이 나무의 깊은 뜻을 모르는 아내는 잘라내자고 하는데 이를 어찌해야 하오리까 ㅠㅠ
옵저버로 참석한 용문면 수덕사 주지 기헌 스님
옵저버로 참석한 용문면 수덕사 주지 기헌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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