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18] ‘사라진 손바닥’으로 짓는 연민의 고봉밥 한 그릇
[양평시사모 스케치 18] ‘사라진 손바닥’으로 짓는 연민의 고봉밥 한 그릇
  • 김현옥
  • 승인 2019.03.16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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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면당에서 고기국수를 먹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시사모 회원들
몽실면당에서 고기국수를 먹으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 시사모 회원들

[옥천면=김현옥] 시사모 열 여덟 번 째 모임은 3월 1일 옥천면 신복리에 문을 연 몽실식당 2호점 ‘몽실면당’에서 진행했습니다. 원래는 시 모임을 한 후 2층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쏟아지는 눈비로 카페에서 나희덕 시인의 <사라진 손바닥>을 읽고 맛있는 고기국수로 저녁을 같이 했습니다.

몽실면당 개업을 준비하느라 노심초사하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새벽 2시에 가락시장에 가서 장을 보느라 김동운 사장님의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연일 몰려드는 손님들 덕분에 미소를 찾으신 듯 했고, 거기에 시의 힘을 불어넣어주고자 부러 회원들이 찾아줬습니다.

멋지게 단장한 2층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회원들을 기다리는 동안 김 사장님은 새로 맞춘 유니폼을 자랑했습니다. 일본에 갔다가 ‘장사의 신’으로 불리는 우노다까시 직원들의 손님 한 분 한 분에 대한 서비스 정신을 본 받고자 했다고 합니다.

이매화 님이 '국밥 한 그릇'을 읽고 있다
이매화 님이 '국밥 한 그릇'을 읽고 있다

가장 먼저 온 이매화 님이 ‘국밥 한 그릇’을 읽고 요즘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면서 밥은 먹어야 하는 비애가 마음에 닿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비스한 느낌의 유홍준 시인의 ‘상가에 모인 구두들’을 찾아서 읽어줬습니다.

한광식 님은 ‘소풍’을 읽으면서 삶은 소풍이라고 생각했답니다. 화가 날 때 “나는 지구별 여행자야”라고 마음을 먹으면 금세 행복해진다고 합니다. 그러자 옆에서 몽실면장님이 “지구인끼리 만나서 반갑다”고 악수를 건넸습니다.

절망의 나락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제가 또 양애경 시인의 ‘바닥이 나를 받아주네’를 찾아서 이매화 님에게 낭송을 부탁했습니다. 매화님도 살면서 힘든 시기 ‘이게 바닥일까. 더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몽실면장님과 신교진 국장님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몽실면장님과 신교진 국장님이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자 몽실면장님이 양평시장에서 쫄딱 망하고 2억원의 빚을 진 채 구리시에 10만원 짜리 월세 살던 시절부터 알코올중독으로 살았던 아픈 과거를 얘기했습니다. 구리에서 양평으로 새벽에 넘어오면서 팔당터널 안개 속을 지나며 ‘내 삶이 언제 끝이 나나’ 눈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뭔가 잡으려고 허둥대면서 살다 보니 언젠가부터 물에 떠올라 있었고, 흘러가는 나뭇가지를 붙들고 목숨을 부지하며 여기까지 오는데 꼬박 20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 나뭇가지가 다름 아닌 성당에 빠지지 않고 다니는 아내의 따뜻한 손이라고 말합니다. 훌쩍 훌쩍

제가 그래서 몽실면장님의 오늘에 딱 맞는 시라며 ‘재로 지어진 옷’을 읽으라고 선물해줬습니다. 이어 이반석 님이 ‘담배꽃을 본 것은’ 읽었고, 신교진 님이 ‘진흙 눈동자’에서 해마다 달라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특별회원으로 모신 용문면 수덕사 주지 한돌 스님(일명 일탑)께서 '사라진 손바닥'을 읽고 있다
특별회원으로 모신 용문면 수덕사 주지 한돌 스님(일명 일탑)께서 '사라진 손바닥'을 읽고 있다

오늘 특별 초대손님으로 용문면 수덕사 주지이신 한돌 스님이 오셔서 표제시 ‘사라진 손바닥’을 손수 읽어주셨습니다. 목을 꺾고 시들어가는 연꽃을 보면서 다음 생애 오는 사람을 위해 연밥 한 그릇 차리는 풍경을 다 같이 바라봤습니다.

이후 시사모 운영규칙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모임은 금요일 오후 4시 별 일이 없는 한 ‘산새공방’에서 계속하기로 했고, 회비는 정회원은 월 2만원과 모임 때마다 5천원, 준회원은 모임마다 1만원을 내기로 정했습니다. 계좌번호 농협 351-0900-6676-53 김현옥

시 모임을 마치고 몽실면당 2층 카페에서 함께 한 회원들
시 모임을 마치고 몽실면당 2층 카페에서 함께 한 회원들

고기국수를 먹으면서 못다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 백하헌 정혜경 관장님, 정석규 부부와 이수진 정책실장이 와서 저녁을 마치고 2층으로 다시 올라가 저녁이 깊도록 정을 나눴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느새 눈이 내려 나무마다 흰 옷을 걸쳐 입었습니다.

사라진 연잎 손바닥이 나뭇가지가 되어 눈을 받쳐들고, 물길에 표류하는 사람들의 뗏목이 되어주기도 하고, 점점 진흙에 가까워지는 우리의 검은 눈동자를 다독거려주기도 합니다. 사는 것이 힘이 들 때 먼저 당신의 손바닥을 내밀어 연민의 고봉밥 한 그릇 지어보세요. 이것이 오늘 우리가 몽실면당에서 읽은 시에 대한 얘기입니다.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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