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평인이다⑪] 멋진 바보가 쏘아올린 활시위 ‘용문산휴양림 이존의 시설장’
[나는 양평인이다⑪] 멋진 바보가 쏘아올린 활시위 ‘용문산휴양림 이존의 시설장’
  • 김현옥
  • 승인 2019.04.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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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녘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이존의 시설장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당기는 이존의 시설장

[양평=김현옥] 지난달 30일 충북 옥천에서 열린 ‘제17회 성왕기 전국남녀 궁도대회’에서 양평군 국궁동호회 양강정이 단체전 3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31일에는 여자부 개인전에서 이선희 궁사가 3위를 차지해 대회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궁사 1,000여명이 참가한 이날 대회에서 이제 갓 7년의 역사를 가진 양강정이 전국대회 첫 출전에서 거둔 성과치고는 자못 큰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까지 주수완 사두를 비롯 52명의 회원들이 똘똘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돌풍의 중심에는 현재 용문산휴양림 시설장을 맡고 있는 새내기 궁사 이존의(46) 시설장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11월 활을 잡기 시작한 이 팀장은 뛰어난 감각으로 불과 한달 반 만에 오시오중(다섯발 쏴서 모두 과녁에 맞추는 일)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최종병기 활’로 불릴 만하다.

원래 22세 때부터 사회인 야구를 하다가 휴양림 특성상 일요일에 제대로 시간을 낼 수 없어 잠시 쉬는 틈을 타 시작한 활쏘기가 어느새 중독이 될 만큼 푹 빠지게 됐다. 처음엔 몰랐는데 활을 쏘면 쏠수록 잡념이 없어지고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3위 입상 상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양강정 회원들
3위 입상 상패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양강정 회원들

양강정에 입회하면 월 2만원 회비를 내고 아무 때나 가서 자유롭게 운동을 할 수 있다. 한 달에 한번은 월례회의 후 다섯 명씩 3~4개조로 편을 나눠 기량을 점검하고 회원끼리 친목을 쌓는 것도 매력이다.

이 시설장은 “활은 누구를 이기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이라면서도 “비록 새내기 궁사로 참여했지만 양강정이 첫 전국대회에서 기대 이상의 입상을 해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좋아했다.

얼마 전에는 ‘양평 헌터스’팀에 들어가 2년 동안 쉬었던 사회인 야구 배트도 다시 잡았다. 워낙 운동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아직까지 솔로다. 주변에서는 눈이 높다고 말하는데, 사실은 외아들로서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모시는 효자라는 것이 한결 같은 평가다.

2006년도에 양평에 와서 2007년도에 친환경유통센터 입사해 2008년 양평공사 출범 이후 지금까지 13년째 근무 중이다. 잠시 본사에 근무하다 청운면 맑은숲캠프, 용문국민체육센터에 이어 용문산자연휴양림 업무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용문산휴양림에서 자연 속에서 일하다 보니 전보다 표정이 밝아졌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 좌우명도 ‘멋진 바보로 살자’로 정하고 누가 뭐래도 공휴일에도 나와서 휴양림을 둘러보는 것이 일과다. 이런 노력으로 전년 대비 1분기 매출이 크게 상승했고,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예약이 찰 정도다.

용문산자연휴양림 앞에 선 이존의 시설장
용문산자연휴양림 앞에 선 이존의 시설장

이런 나눔의 정신은 지난해 가을 양평군 트로트가요제에 출전해 3등으로 받은 농협상품권 50만원 상당을 양평희망나누미(회장 임청우)에 고스란히 기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또 휴양림 홍보를 위해 친분이 있는 류근 시인을 지난해 6월 초청, 시집 출판기념회를 열어 큰 호응을 얻었다.

내친 김에 여건이 된다면 용문산휴양림 내에 강당을 지어 워크샵을 유치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또 ‘시인의 방’을 만들어 유명 작가들을 초청해 사인회, 작가와의 대화, 산책로 걷기, 밴드 공연 등을 통한 평일 방문객을 끌어올리는 것이 올해 세운 목표 중 하나다.

이존의 시설장은 “요즘 양평공사가 안팎으로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지만 내부에서 노력하는 직원도 많다”면서 “직원들이 열정을 가지고 가족처럼 서로 믿음을 가지고 일하면 지금의 어려움이 빨리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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