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22] 참말로 이상하고 거시기한 ‘김포운호가든집에서’
[양평시사모 스케치 22] 참말로 이상하고 거시기한 ‘김포운호가든집에서’
  • 김현옥
  • 승인 2019.07.08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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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시사모 창립 멤버들
오랜만에 만난 시사모 창립 멤버들

[옥천면=김현옥] 거의 두 달 만에 만났습니다. 애정이 식은 것도 아니고, 뭐가 그리 바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서로가 어긋났을 뿐입니다. 오랜만에 시사모 창립멤버 셋이 모여 몽실면당에서 2시간 가량 얘기를 나눴습니다.

몽실 김동운 사장님 가게는 이제 안정궤도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8,000원짜리 칼국수 세트에서 죽을 빼기로 했답니다. 원가 부담이 있는데다 무엇보다 남기는 손님들이 많아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고민이었다고 합니다.

김 사장님이 환경부에 직접 문의한 결과, 서울에서만 한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으로 22조원을 쓴다고 합니다. 죄를 짓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공범입니다. 지구온난화도 결국은 우리가 먹기 위해 작물을 기르고 땐 연료로 인한 것입니다. 적당이 먹고 남은 음식은 가져가야겠습니다.

고된 식당일에 월요일 쉬고 싶은데, 시 처방을 받아야 힘을 얻는다는 몽실사장님
고된 식당일에 월요일 쉬고 싶은데, 시 처방을 받아야 힘을 얻는다는 몽실사장님

한광식님은 얼마 전 읽은 <낯선 사람 효과>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사람보다 낯선 사람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책인데요, 마침 오늘 읽을 시집 <김포 운호가든집에서>의 표제시 ‘김포 하성 운호가든집에서’가 그런 낯선 풍경을 잘 묘사해서 바로 읽었습니다.

약 7페이지에 달하는 시인데요, 시간 나면 한번 읽어보세요. 무슨 괴기소설 같기도 하고, 시나리오 같기도 하고, 때로는 독백 같기도 한 그런 느낌이 듭니다. 정황상 옛날 애인이 외국에 살다 와서 옛 남자를 만나 김포 외곽의 어느 식당에 들러 벌어진 풍경으로 보입니다.

모든 게 낯설고 어색하고 드러내고 싶지 않지만, 한편으론 두 사람의 의도가 적나라하게 보이는 익숙한 모습이랄까요. 왜 행주산성이나 남한산성, 아니 양평에서 가까운 팔당댐 근처 평일 식당에 가면 목격하는 어색하면서도 끈적한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인생의 환한 표정들이란…

표제시 '김포 하성 운호가든집에서'를 읽고 있는 한광식 님
표제시 '김포 하성 운호가든집에서'를 읽고 있는 한광식 님

각그랜저를 주차장에 세우고 내린 방울 달린 구두를 신은 중년의 남성이 정장을 입은 여성에게 “회나 한 사라 하고 가야제”라고 하는… 여성은 한 없이 조신하게 밥을 먹고, 남자는 과하게 액션을 취하면서 전화기에 대고 “이번 수주건 10억 선에서 쇼부 봐!”라고 직원에게 지시하는…

차라리 그런 옛날 풍경이 그립네요. 하지만 김포 하성 운호가든에서 만난 연인은 그 정도는 아닌듯 합니다. 마지막 문장인 “먼 훗날 어느 겨울 저녁, 혼자 운호가든집을 찾아갔더니 주인은 바뀌고 하얀 수박등 하나가 눈발 속에 서 있었다. 상 건너편에서 소머리국밥을 맛깔 있게 먹던 그 여자는/보이지 않았다.”를 보면 알 수 있지요.

세상에 그냥 엔조이로 만난 연인이 그리워 설렁탕집을 찾아갈 각그랜저 사장님은 없을 테니까요. (있다면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암튼 이 시를 읽으면서 영화 ‘화양연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영화 속 흐르는 노래 ‘키사스 키사스’가 자꾸 귓가를 맴돕니다.

양평에 이런 앙큼한 가든 어디 없나요~
양평에 이런 앙큼한 가든 어디 없나요~

마침 다음에 읽을 시집이 이병률 시인의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입니다. 거기에 ‘화양연화’라는 시가 나오는데, 기대가 되네요.

참고로 이 시를 읽고 김포에 운호가든이 있는지 검색은 안 하셔도 됩니다. 아마도 시인의 상상 속에 식당이거나 폐업한 가게인 듯 합니다. 양평인 중에서도 양평해장국집에서 비슷한 추억이 있는 분은 제보해주세요. 다음 시사모 모임 때 초대해서 쓰라린 마음 위로해 드리겠습니다.

@고형렬 시인은 지평면 송현1리에서 한동안 사시다가 이사를 가셨다고 합니다. 현재 양평문인협회에서 발간하는 <양평이야기> 작품심사를 해주시는 등 양평과 인연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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