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농가공6기 3차모임] 서빠지게 농사 지어야 태양광보다 못혀?
[양평농가공6기 3차모임] 서빠지게 농사 지어야 태양광보다 못혀?
  • 김현옥
  • 승인 2019.07.17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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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6시 양평군 강상면 카페 모들에서 모인 양평농가공 6기 회원들
16일 오후 6시 양평군 강상면 카페 모들에서 모인 양평농가공 6기 회원들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지난 16일 오후 6시 양평군 강상면 모들카페에서 양평농가공아카데미 6기 3차 모임이 있었습니다. 카페 주인장이신 김은주 회장, 송주용, 강대린, 최재원, 그리고 제 아내까지 모두 6명이 저녁 9시까지 이야기 꽃을 피웠습니다.

최재원 님은 산음리에서 부모님과 함께 토종벌을 키우며 사는 참 보기 드문 청년입니다. 얼마 전 산음리에 있는 도농교류센터와 슬로푸드체험관 문제로 정동균 군수와 지역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찾아간 농가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청년입니다.

토종벌을 키우다 병충해 등으로 농사가 힘들어 요즘은 도라지청, 밀납떡 등을 만들어 판다고 합니다. 서울 인사동 쌈짓길에서 7년 동안 카페를 하기도 했다는데요, 점점 더 농사로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져서 고민이라고 합니다. 전주에 있는 농수산대학을 나와 일본 후쿠오카 연수까지 다녀온 젊은 재원이 양평에서 꿈을 펼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송주용 님은 오랫동안 은행에 근무하다 퇴직하고 대추농사를 300여평 지으신답니다. 땡볕에 하루 3번 옷을 갈아입고 저녁을 밤 9시에 먹을 정도로 바쁜 나날이랍니다. 처음에 시골을 싫어했던 부인이 더 농사에 욕심을 내서 밭에서 난 작물을 주변에 나눠주는 맛에 사신답니다. 송주용 님을 이를 두고 “대추 고객 확보를 위한 밑밥”이라고 말해 모두 한바탕 웃음을 지었습니다.

농사의 신 강대린(좌) 회원과 청년 농부 최재원 회원
농사의 신 강대린(좌) 회원과 청년 농부 최재원 회원

‘강대린 님이 오실텐데 왜 안 오실까’ 생각하는 순간 짠 하고 나타나신 대린 형님. 그새 살은 좀 빠졌지만 청년 같은 모습에 다들 놀랬습니다. “서빠지게 농사지어야 태양광보다 못혀”라는 특유의 구수한 전라도 말투에 또 한번 박장대소 했습니다.

이 분은 이미 ‘농사의 신’의 경지까지 오르신 분입니다.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들깨가 소득이 더 잘 나올까를 연구하며 보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놈의 풀을 열흘에 한번 베어야 하니 힘들어 죽겄다고 합니다. 결국 “농사를 안 해버려야 남는 거여”로 결론을 내려주셨습니다.

들깨 얘기가 나오자 송주용 님이 들에서 직접 도리깨를 이용해 옛날 조선시대 방식으로 타작을 하다 어깨를 다쳐 MRI 비용만 150만원 나왔다고 합니다. 참말로 맛은 고소한데 사람 잡는 들깨입니다.

제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과 지하수 중 어느 것이 작물 성장에 좋으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나 같이 “빗물과 지하수는 천지 차이다”라고 얘기 하네요. 하긴 하늘에서 내린 물하고 땅에서 끌어올린 물하고 견줄 수는 없겠죠.

커피에 콩국수 팥빙수로 누린 만원의 행복~
커피에 콩국수 팥빙수로 누린 만원의 행복~

이렇게 손이 많이 가고 힘이 드는 농사, 제 값에 팔리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요. 제때 팔지 못하면 썩고, 가공을 하자니 복잡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니고… 그래서 다음 모임에서는 김은주 회장이 간단한 동영상 제작법을 알려주신다고 합니다. 그런 다음 유튜브 활용법 등 얘기도 나누려고요.

그래야 농사보다 태양광이 낫다는 말이 안 나오겠죠. 무기를 벼려 만든 보습으로 일군 땅에 태양광 전지판을 세우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하지만 농사보다 태양광에서 나오는 수입이 더 많다면 다들 밭에 태양광 묘목을 심겠죠. 논에 아파트가 무럭무럭 자라듯, 밭에 태양광이 자라는……

오늘 아이스커피에 빵, 콩국수, 팥빙수까지 만원의 행복 제대로 누렸습니다. 카페 주인장 남편 분이 구운 빵에 잣 호두 달걀 오이 토마토가 들어간 걸쭉한 콩국수, 직접 쑨 팥이 아낌없이 들어간 팥빙수와 함께 한 달달한 여름 저녁이었습니다. 8월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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