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은 문화재 관광지 천국?...우후죽순 ‘불법 사설 도로표지판’
양평군은 문화재 관광지 천국?...우후죽순 ‘불법 사설 도로표지판’
  • 김현옥
  • 승인 2019.09.16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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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국도 양평군 용문면 지나면서 보이는 어느 식당의 갈색표지판
6번국도 양평군 용문면 지나면서 보이는 어느 식당의 갈색표지판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얼마 전 한 지인이 ‘양평에는 무슨 관광지가 이렇게 많냐’고 물어왔다. 이유를 물어보니 도로변에 문화재와 관광지를 표시하는 갈색 표지판이 즐비하다는 얘기였다.

실제 추석연휴를 전후로 6번 국도를 중심으로 옥천면과 용문면, 개군면 등을 살펴본 결과, 그야말로 ‘불법 사설 도로표지판의 천국’이라 할 만했다.

우선 서울에서 용문면 방면으로 가다 보면 옥천면 옥천교차로 변에 ‘다0000’라는 카페 표지판이 문화재인 ‘신복리 강맹경묘역’ 표지판과 같은 기둥 아래 부착이 되어 있다. 이 카페는 옥천 하나로마트 앞과 상평교차로 인근 등에 보란 듯 갈색 표지판을 세워놓고 있었다.

한 해 십만 여 명이 찾는다는 옥천면 카페 ‘더00’도 6번국도 상평교차로를 비롯 많은 곳에 관광지인 것처럼 갈색표지판을 설치했다. 갈색 바탕에 흰 글씨로 버젓이 드라마 영화 촬영 명소라고 표기해 놨다.

6번 국도변에 경쟁적으로 설치한 카페 안내판
6번 국도변에 경쟁적으로 설치한 카페 안내판

용문면을 막 벗어나자 마자 보이는 ‘00한우마을25km’라는 갈색표지판은 보는 이들의 숨을 막히게 한다. 이 프랜차이즈 식당은 거리상 주소가 양평이 아닌 홍천으로 보인다. 조금 더 가서 단월 분기점 못 미쳐 네이버 검색창 표시에 ‘한우 39,000원’ 표지판을 보게 되면 할 말을 잃게 된다.

6번 국도를 벗어나 지방도로와 마을도로로 들어서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쉬자파크로 가는 길목에는 펜션, 수련원과 암자 등 7개 표지판이 모두 갈색으로 되어 있다. 바로 위 쉬자파크 표지판이 잘 안 보일 정도다.

37번 국도를 타고 가면 개군면 한 마을 입구 도예공방도 갈색표지판을 달고 있었는데, 공방 주인 배우자가 군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알려졌다. 갈색표지판은 아니지만 6번국도 용문터널 진입 전후 도로는 각종 마트와 편의점 표지판 전시장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허가를 받지 않고 광고물을 표시하거나 설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유지라 하더라도 도로변에 표지판을 설치 시 광고물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국유지에 너도나도 사설 관광지 표지판을 세우는 상황이다.

문화재인 ‘신복리 강맹경묘역’ 표지판과 같은 기둥 아래 부착된 모 카페 안내판
문화재인 ‘신복리 강맹경묘역’ 표지판과 같은 기둥 아래 부착된 모 카페 안내판

‘도로표지규칙’에 따르면 "도로표지"란 도로이용자가 도로시설을 쉽게 이용하고, 원하는 목적지까지 쉽게 도착할 수 있도록 도로의 방향ㆍ노선ㆍ시설물 및 도로명의 정보를 안내하는 도로의 부속물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이 규칙 ‘제8조’에 의하면 관광지표지는 갈색으로 하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대해 양평군 건축과 경관디자인팀 Y팀장은 “불법 사설표지판에 대해 1차 2차 계고장을 발송해 자진철거를 유도한다”면서 “그래도 철거를 안 하면 행정대집행을 해야 하는데 경찰서 등 협조부서가 많고 절차가 까다로워 광고물법 위반으로 경찰서에 고발조치하는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부서에서는 불법 사설 표지판에 대한 단속을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 인원이 담당 팀장과 직원 1명뿐이어서 현실적으로 선제적 대응이 어렵다는 이유다. 민원이 들어오면 행정지도를 하는데, 그마저도 갈색표지판 관련 민원은 한 건도 없다는 답변이다.

6번국도 용문터널 진입 전 교통단속 표지판 아래 설치된 편의점 안내판
6번국도 용문터널 진입 전 교통단속 표지판 아래 설치된 편의점 안내판

올 1월 업무를 맡은 Y팀장은 업무 인수 시 해당 불법광고물에 대해서 어떤 인계도 받지 않았고, 문제의 사설 관광지 표지판이 불법이라는 사실도 몰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향후 불법 광고물에 대해서는 조사 후 절차에 따라 행정지도를 하겠다고 밝혔다.

양평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불법 표지판에 대해 1,2차 계고장을 발송하는데 통상 2달이면 충분한데 몇 년 째 관광지표지판처럼 국도변에 서 있는 것을 봤다”면서 “이는 사업을 하는 다른 업체들과의 형평성의 문제이며, 양평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의 전형”이라고 꼬집었다.

37번 국도변에 세워진 모 공방 표지판
37번 국도변에 세워진 모 공방 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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