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평인이다⑭] 3년상 효자가 만든 3선의 기적 ‘지평농협 이종문 조합장’
[나는 양평인이다⑭] 3년상 효자가 만든 3선의 기적 ‘지평농협 이종문 조합장’
  • 김현옥
  • 승인 2019.09.26 16: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문 조합장이 '자랑스러운 조합장상'과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 상패를 들고 있다(사진=김현옥 기자)
▲이종문 조합장이 '자랑스러운 조합장상'과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 상패를 들고 있다(사진=김현옥 기자)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12월 엄동설한에 할아버지 묘소를 찾아 눈을 치우고 있는데, 큰 호랑이가 떡 버티고 있지 뭐야. 놀란 가슴을 달래며 지평향교 근처 이씨 집성촌 어느 집에 숨었지. 언뜻 잠이 들었는데 할아버지가 나타나서 이제 됐으니 무덤에 오지 말라는 거야.”

조부모에 이어 아버지까지 3년 상을 치러 ‘현대판 효자’로 소문난 양평군 지평농협 이종문(63) 조합장 얘기다. 요즘 세상에 시대에 뒤떨어지게 무슨 3년 상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효심과 끈기가 그를 3선 조합장으로 만든 동력이기도 하다.

양평군 지평면에서 태어나 평생을 고향에서 자란 이종문 조합장은 2009년 13대부터 올 3월 15대 선거까지 내리 세 번 조합원들로부터 신임을 얻었다. 지평상고를 졸업하고 1980년 용문농협에 입사했으니 40년을 지역농협과 함께 한 셈이다.

효심이 지극한데다 부지런함은 천성으로 타고났다. 어려서부터 일찍 일어나 논을 메거나 타작을 할 때 신새벽 횃불을 들고 다닐 정도였다. 이런 열성은 조합장이 되고 나서도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지평농협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홍보하는 깃발을 들고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허반메쌀’(허수아비 춤추고, 반딧불이 날고, 메뚜기 뛰노는 쌀)과 ‘토움 전통 된장·청국장·간장’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깃발은 이제 웬만한 마라톤대회의 마스코트가 됐다. 10년 전부터 홍보를 하다 보니 지금은 참가자들이 알아보고, 쌀 주문을 하기도 한단다.

마라톤을 시작한 지는 15년 됐고, 10년 이상 풀코스 완주를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조선일보 주최 춘천마라톤 ‘명예의 전당’ 상패를 받기도 했다. 농번기가 끝나면 가을 춘천마라톤과 봄 동아마라톤 참가를 위해 꾸준히 몸을 만드는 것이 연례행사다.

▲우리동네 장담그기 행사에 참가한 지평농협 임직원과 체험객들(사진제공=지평농협)
▲우리동네 장담그기 행사에 참가한 지평농협 임직원과 체험객들(사진제공=지평농협)

조합원들과 산행이나 탐방을 갈 때도 그의 홍보깃발은 빠지지 않는다. 지평농협 직원들과 한반도 동서남북 꼭지점 탐방(한라산 지리산 백두산 독도)에도 깃발만큼은 손에서 놓지 않았다. 백두산에 갔을 때는 중국 공안이 오해해 붙들려가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런 열성은 각종 지표에서 실적으로 나타나 2016년 지평농협 설립 56주년에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농협중앙회에서 수여하는 ‘자랑스러운 조합장상’을 받아 직원 중 1명을 특별승진하는 부상으로 얻기도 했다. 올 초 농협 농식품가공공장 전국협의회 부회장에도 임명됐다.

지금도 이 조합장은 새벽에 일어나 지역을 돌아보며 일손을 도운 후 출근해 하나로마트 청소를 한다. 겨울에는 눈이 오면 집에서 지평시장과 지평고까지 주민들과 학생들이 다치지 않도록 1시간 반 가량 눈을 치운다.

무엇보다 6차산업 핵심산업으로 인정 받은 지평농협 장류사업은 지속적 홍보로 체험객 및 관내 방문객 1만명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농민들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된장과 고추장, 간장 등 전통방식으로 만든 장류제품 생산에 힘을 쏟은 결과다.

장류의 주 원료인 콩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2016년부터 130여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매해 130여t의 콩을 매입하고 있다. 장류제품 판매를 위한 자체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양평군 내 학교급식과 체험 등을 추진 중이다. 순창고추장처럼 지역 농가공산업을 확대시키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조합원 복지를 위해 1월에 2주 동안 1,900여 조합원 중 격년제로 보험수가 15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해당자 950명 중 500명 가량 신청을 받아 검진을 받은 후 지평농협에서 의사가 직접 결과를 설명해 준다. 조합원 자녀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 이 조합장은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 관내 33개 노인정 대표를 초청해 40만원의 난방비를 지급한다. 벌써 십 수년째 해오고 있는 일이다. 겨울에는 노인정에 매달 1회씩 노인들이 씹기 좋은 부식을 제공하고, 추석 햅쌀과 설날 떡국도 명절 때마다 챙기는 것을 빠지지 않는다.

▲허반메쌀, 토움 장류 선물세트를 홍보하는 지평농협 직원들(사진=김현옥 기자)
▲허반메쌀, 토움 장류 선물세트를 홍보하는 지평농협 직원들(사진=김현옥 기자)

이종문 조합장은 “조합원을 위한 사업은 물론 복지에 투자하고, 직원들에게 성과급제를 통한 동기부여를 한 것이 성장의 비결”이라면서 “임기 내 총 사업규모 4천억원 규모 아래 교육지원 10억원, 경제사업 300억원 달성을 위해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합장은 “각종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조합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랑스런 농협인이 되고 싶다”며 “1,900여 명의 조합원과 65명의 직원이 함께 힘을 합쳐 지역경제의 모범이 되는 조합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