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송년모임] 산새공방 쌍화차를 마시며 돌아본 ‘지금의 나’
[양평시사모 송년모임] 산새공방 쌍화차를 마시며 돌아본 ‘지금의 나’
  • 김현옥
  • 승인 2019.12.14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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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한계절을 건너 뛰고 만난 시사모 회원들(사진=김현옥 기자)
가을 한계절을 건너 뛰고 만난 시사모 회원들(사진=김현옥 기자)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13일의 금요일 오후 4시 양평군 용문면 연수2리 산새공방에서 ‘양평시사모’ 송년모임이 있었습니다. 여름 가을 내내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얼굴을 못 보다가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산새공방의 써니도 꼬리를 치며 낯익은 얼굴들을 반겼습니다.

산새공방은 얼마 전 전통한옥을 리모델링 해서 찻집으로 운영 중입니다. 주인 손영희 선생의 아기자기한 손길과 바깥 어른이신 서학조 교수님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건축미가 돋보이는 공간으로 재탄생 했습니다.

엉덩이가 탈 정도로 뜨끈한 구들에서 몸을 지지다가 차방으로 자리를 옮겨 쌍화차를 마시는 동안 반가운 분들이 하나 둘 도착했습니다. 한광식 님, 지혜인 님, 김동운 사장님까지 모두 6명이 모여서 쌓인 회포를 풀었습니다.

손영희 님은 지난 주에 발칸반도 주변 나라를 10일 동안 여행하고 돌아왔는데, 유럽의 고택과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나무, 아름다운 정원 모습을 마음 속에 꾹꾹 담아오신 듯 합니다. 여행을 다녀오고 보니 지금 사는 구옥의 공간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지혜인 님은 설탕을 친 것처럼 단 토마토를 한아름 들고 오셔서 역시나 지혜롭고 달달한 말씀을 많이 주셨습니다. 지금도 매주 교회를 가면서 92세 아버지에게 전화를 드리는데, “너로 인해 항상 고맙다. 네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다”는 말씀을 하신다고 합니다. 존경할 만한 아버지이십니다.

올해 가장 감동을 받은 시를 한편씩 읽었습니다. 한광식 님은 나희덕 시인의 ‘문이 열리고’를 낭송하고, “천개의 문이 닫히면 당신에게 가는 단 하나의 물길이 열리는 희망의 겨울 풍경을 봤다”고 얘기했습니다.

몽실 김동운 님은 잔뜩 벼른 듯 2편의 자작시 ‘천둥소리’와 ‘오늘도 살금살금’을 발표했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뒤로 생각이 더 깊어진 듯 합니다. 한편 감상해 보겠습니다.

“요즘은 부쩍 조심해야 한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실수가 많아졌다.//나는 유난히 새벽잠이 없다. 잠이 많은 그녀와 그렇게 30년을 살았다.//예전에는 떠메가도 모르고 잘도 자더니 요즘은 작은 소리에 몸을 뒤척인다.//어떤 때는 기차 화통소리를 내며 어떤 날은 공주님 같이 새근거리며//방안은 아직도 어둡지만 그녀의 얼굴은 평안하기만 하다.//살포시 이불을 걷어내고 조심조심 거실로 나간다 깨금발 딛고//문소리야 쉿!”(오늘도 살금살금)

산새공방 쌍화차와 유과, 생강의 알흠다운 조합(사진=김현옥 기자)
산새공방 쌍화차와 유과, 생강의 알흠다운 조합(사진=김현옥 기자)

지혜인 님은 이천에 사는 이일희 시인의 시조 ‘거울’을 읽었습니다. “눈 감고 기도할 때/하늘과 바다에/거울과 마음에/비치는 내 모습 중//내 앞에/비친 모습이/내 마음의 참거울이다.” 짧지만 긴 여운이 있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안도현 시인의 ‘염소의 저녁’을 읊으면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있게 한 것이 우리 새끼들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부양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저를 키우며 여기까지 온 것이죠. 참 감사한 일입니다. 염소와 할머니 사이의 끈을 놓지 않으면 집으로 가는 길은 행복합니다.

모임을 마치고 몽실식당에 가서 고기와 냉면을 먹었습니다. 김동운 사장님의 산티아고 순례 뒷얘기를 살짝 들었는데, 나중에 한 두 시간 정도 더 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시사모 모임은 매월 둘째 금요일 오후 4시 산새공방에서 열립니다. 회비 1만원 들고 오시면 한 달이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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