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19]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슬픔 ‘험준한 사랑’

2019-03-23     김현옥
이별처럼

[용문면=김현옥] 시사모 열아홉 번째 날은 박철 시인의 <험준한 사랑>과 함께 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이별’이라는 부제를 붙여야겠습니다. 산새공방에 들어서자 반가이 맞아주던 사자개 쭈니가 보이지 않았고, 써니 혼자 마당에 쓸쓸히 앉아 있었습니다.

손영희 작가님으로부터 며칠 전 쭈니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0년 같이 살다 안타깝게 저 세상으로 간 쭈니를 기억하는 손 작가님 눈시울이 촉촉히 젖었고, 같이 마음 아파했습니다. 거기다 이매화 님의 오랜 친구분이 또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얘기에 모두 안타까워했습니다.

쭈니를

이별 후에는 새로운 만남도 있지요. 손소영 님 아드님이 23일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너나 할 거 없이 축하를 해줬습니다. 손 작가님은 젖은 눈으로 “쭈니를 보내고 돌아와 밥을 먹는 자신을 보면서 왈칵 눈물이 났다”고 합니다. 지난 주에 읽었던 나희덕 시인의 ‘국밥 한 그릇’이 떠올랐습니다.

이반석 님이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한다 해도’를 읽고 “우리 영원히 함께할 수 없음을 슬퍼하지 말자/우리 영원히 헤어질 수 없음을 슬퍼하자”라는 문장에 대해 얘기를 나눴습니다. 지금은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프지만 “헤어질 수 있기에 지금이 소중하다”는데 동의했습니다.

지혜인

지난번 원주 뮤지엄산 건축기행 때 오셔서 통 크게 커피값을 내주셨던 지혜인 님이 이번에 정회원으로 가입해서 함께 했습니다. 산새공방에 맞는 시라며 ‘새’와 ‘목련꽃 그늘 아래서’를 읽으며 여수여고 시절 교정의 빨간 건물 아래서 ‘4월의 노래’를 부르던 때를 추억했습니다.

지혜인 님은 “갑자기 피었다가 빨리 지는 목련꽃이 마치 우리 인생을 닮았다”면서 “봄꽃은 꽃이 져야 잎이 돋아나는데, 더 큰 열매와 그늘을 만들려고 그런 거 같다”고 말합니다. 날이 날이라서 그런지 펼쳐 든 시마다 모두 이별에 관한 시여서 몇 편 읽다가 다음에 다시 읽기로 하고 책을 덮었습니다.

서학조

세상에 이별 아닌 일이 어디 있을까요. 매일 먹는 밥과 이별해서 똥이 되고, 생각과 이별해서 망각이 되고, 세포와 이별해서 주름이 되고, 햇볕과 이별해서 그늘이 되고… 하지만 똥이 거름이 되고, 망각은 마음을 치유하고, 주름살은 사람을 더 겸손하게 하고, 그늘은 인생의 문장을 하나 더 만들게 하죠.

오늘은 여기까지만 써야겠습니다. 시사모 스무 번째 모임은 29일 오후 4시 산새공방에서 함민복 시인의 ‘말랑말랑한 힘’을 읽습니다. 겨울을 이겨 낸 갯벌의 걸쭉하고 탱탱한 생명력과 같이 하시죠.

<이모저모>

홀로
스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