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울어진 ‘양평운동장’과 중도 확장
[칼럼] 기울어진 ‘양평운동장’과 중도 확장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3.08.14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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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이 요즘 아주 뜨겁다. 간혹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양평에 산다고 하면 “아, 그 고속도로 때문에 시끄러운 데요?” 한다. 맞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양평이 고속도로 때문에 아주 소란스럽다.

가끔 양평군청 브리핑룸에 들르면 모르는 얼굴들이 많이 보인다. 다들 외지(?)에서 온 취재인력들이다. 예타를 통과한 원안 대신 새로운 노선의 종점이 대통령 부인이 소유한 땅과 연관이 됐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했다.

처음 서울-양평고속도로 추진 발표가 났을 때만 해도 12만 양평군민은 숙원사업을 풀게 됐다고 환영했다. 그런데 면밀히 따지면 이 고속도로의 B.C(비용 대비 편익)가 0.8로 사업 자체가 경제성이 거의 없는 것이었다.

전임 군수가 그야말로 떼를 써서 따온 사업이다. 그 말은 다시 말해 양평군민들에게는 그다지 이익이 되지 않는 국가사업이란 말이다. 그러면 왜 울며불며 이 사업을 따내려 했으며, 이로 인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치적으로 치적을 쌓기에 참 좋은 사업이었다. 그로 인해 소위 양평에 땅을 가진 지주들과 건설업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덤이었다. 그러니 종점의 위치를 가지고 이 난리를 치는 것이다.

좀 더 멀리 내다본다면 종점의 위치가 어디든 양평군민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6번국도 정체해결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 서울접근성도 높이고 부동산 가치 상승도 예견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핵심은 종점이 어디든 ‘군민 편의’가 우선이라는 점이다.

거기다 양평의 미래까지 생각한다면 개발의 소외지역에 있는 동부권(단월, 청운, 양동면 등) 지역의 교통 인프라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는 민선7기부터 고속도로보다 동부권지역의 교통해결 방안을 누차 제안해 온 바 있다.

동서 교통 불균형은 그대로 둔 채,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로 남한강을 기점으로 남북갈등까지 불거져버렸다. 이럴 때는 ‘의혹 제기’ 이전에 동서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향의 고속도로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이런 공감대 속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으니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양평군도 소통의 문제가 있지만, 야당 역시 극한 대립 이전에 정말로 어떤 해법이 좋을지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단식, 도청, 고발, 촛불시위로 현 정권을 끝내겠다는 사고는 무모하다.

얼마 전 모 야당 군의원이 양평의 현실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을 썼다. 잘못된 현실인식이다. 해당 용어는 어떤 왜곡된 결과를 초래하는 사회적 모순을 말하는 것이지, 정치적 결과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여당이 5:2, 7:2 의석을 점하고 있다고 해서 정치인이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소야대인 국회에서도 여당이 야당에 대해 그런 표현을 쓴 적이 있었던가. 결과를 받아들이고, 내가 왜 표를 얻지 못했을까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세다.

또 정치는 상대를 직접 타격해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중간지대에서 관망하는 중도층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섣부른 단식과 천막농성, 도청, 공무원 고발은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소영웅주의로 인해 양평 중도층은 야당의 천막에서 더욱 멀어지리라 예상한다.

투표로 인해 들어선 정권을 양평에서 어떻게 끝장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서 천막을 걷고, 중요 이슈는 중앙에 맡기고 지역민심을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주의를 한답시고 민주주의의 씨앗을 다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마을을 돌며 민생과 민원을 챙기는 것이 중요하다. 유권자는 쉬운 길을 가려는 자에게 표를 절대 주지 않는다. 세상을 옳고 그름으로만 판단해서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하는 것처럼 우매한 일은 없다.

지금 천막 밑에 깔려 고사하고 있는 무수한 중간지대의 생명들을 들여다 볼 때다. 천막을 치우고 보도블럭을 걷어내라. 거기 민주주의로 가는 더 큰 길이 있을 것이다.

-김현옥(경강일보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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