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평 야당 죽기 '딱 좋은 날씨'
[사설] 양평 야당 죽기 '딱 좋은 날씨'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3.09.14 2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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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 국토부가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한 지 70여 일이 지났다. 논란은 쟁점화 되어 국회에서 여야간 정치공방으로 이어졌다.

이와는 별개로 양평군에서도 원안을 고집하는 쪽과 변경안이 타당하다는 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그 사이 야당의 천막농성, 공무원 상대 무단 대화녹음(도청), 고소고발이 이어졌다. 급기야 양평군수와 군민 사이 욕설시비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유야 어쨌든 군수가 군민과 다투는 모습은 보기 좋지 않다. 하지만 곧바로 군수가 군민을 상대로 사과를 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는 태도에 달렸다.

반면 모 야당 군의원의 태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자택 불법 용도변경, 시민단체 시절 개인정보 SNS 게재, 공무원 실무 담당자 미동의 녹음(도청)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를 본 적이 없다. 되레 자신은 잘못이 없다며 큰 소리다.

불법 용도변경에 대해서는 탄압, 개인정보 유출은 소관 사항 아니다, 공무원 상대 녹음은 공익을 위한 것이기에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자신은 정의로운데 ‘양평의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인해 억울하게 핍박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부조리와 모순을 고치기 위해 군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양평군민이라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두 “자신의 지역구민을 위해 일하라” 라고 주문할 것이다.

고속도로가 특정인을 위해 기울어지고 휘어졌다고 생각된다면, 휘어진 김에 자신의 지역구인 동부권 주민들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하면 된다. 지역민심은 팽개치고 70일 가까이 군청 앞 주민쉼터를 차지하고 천막농성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공무원을 상대로 동의 없이 녹음을 할 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두고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의회에서 공론화 할 일이다. 그렇게 쉽게 일을 하라고 지역구민이 표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단식 역시 어떤 목적을 위해 빠른 길을 택하기 위한 수단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얼마 전 야당 지역위원장이 비 오는 날 SNS에 “날이 선선해지면서 농성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고 글을 올렸다. 정치인으로서 현실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발언이다.

어르신 쉼터이자 공무원들이 점심 후 잠시 머무는 공간, 그리고 유치원 버스 승하차 대기 장소인 곳을 벌써 두 달 넘게 차지하면서 일말의 미안함 조차 없는 태도다. 과연 이런 정치인들에게 다음 선거에서 표를 줄 양평군민들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소외지역 주민들을 찾아 다니며 민원을 챙기고, 동부권 교통불편 해소방안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특혜시비는 중앙정치권에 맡기고 군민 눈높이에서 발품을 팔아야 야당 불모지에서 그나마 희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만약 대통령 처가 땅이 양평 12개 읍면에 다 있다면 양평에 고속도로는 못 들어 오는가” 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 정치는 자신의 입신양명이 아니라 대다수 주민의 편의를 위해 때에 따라서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소위 양평의 야당 원로라는 인사들도 초년 정치인의 급발진에 대해 진심 어린 충고를 해야 한다. 정치는 장기처럼 상대방 왕의 목을 따는 것이 아니라, 바둑처럼 세를 불려서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방식으로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야당 지역위원장도 이제 천막농성을 풀고 군민들 속으로 들어가 생활정치를 하기를 바란다. 이미 이 이슈로 중앙정치에서 얻을 것은 다 얻었으므로 더 이상 명분도 없다.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에서 홀로 농성하다 죽음을 맞이하는 ‘늙은 사무라이’ 신세가 되기 전에 천막에서 나와야 산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노(老) 사무라이를 물리치고 살 수 있었던 것도 ‘검이 아닌 사랑을 품은 무사’ 였기 때문이다. 정치인 역시 검이 아닌 민심을 품어야 산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신세계'에서 박성웅의 마지막 대사처럼 양평에서 야당이 ‘죽기 딱 좋은 날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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