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꿈의학교⑤] 안아주고 마음 나누는 공감의 공장 ‘토닥토닥 영화공작소’
[양평 꿈의학교⑤] 안아주고 마음 나누는 공감의 공장 ‘토닥토닥 영화공작소’
  • 김현옥
  • 승인 2018.05.09 17: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주 토요일 옥천면에서 열리는 '토닥토닥 영화공작소' 수업 모습(사진제공=두물머리픽쳐스)
매주 토요일 옥천면에서 열리는 '토닥토닥 영화공작소' 수업 모습(사진제공=두물머리픽쳐스)

[옥천면=김현옥] 지난해 10월 어느 날,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아주 특별한 영화제가 열렸다. 깊어가는 가을의 소리를 들으며 스크린을 가득 채운 영화는 꿈의학교 ‘토닥토닥 영화공작소’(학교장 정남운) 2기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다.

이유 없이 선배를 때렸던 현서가 후배에게 맞으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현서의 봉변’과 세월호를 또래의 시각에서 바라본 ‘하늘에서 보내는 편지’ 등 총 9편이 스크린에 올라 갈채를 받았다. 올해 5회째를 맞는 ‘토닥토닥 안마영화제’는 ‘영화공작소’ 학생들의 데뷔 무대인 셈이다.

영화는 흔히 ‘꿈을 만들어 내는 공장’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 ‘꿈의 공장’을 현실 속 하나의 필름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서는 고단한 과정이 필요하다. 공장에서 제품을 찍듯 뚝딱 만들 수 없기에 무엇보다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 분야다.

‘토닥토닥 영화공작소’를 3년 째 지도하고 있는 서동일(47) 감독은 4대강 사업에 맞서 팔당 유기농민들의 치열한 싸움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두물머리>(2013)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교육현장 속 ‘일제고사’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명령불복종 교사>(2015년)로 주목을 받았다.

서 감독은 “영화제작의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공동작업을 통해 학생들이 타인의 삶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각은 학생 교사 학부모 등 100여명이 모여 만든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옥천면에 ‘두물머리픽쳐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가 됐다.

지난 4일 두물머리픽쳐스에서 개교식을 연 ‘영화공작소’는 오는 10월 27일까지 총 25회 100시간에 걸쳐 매주 토요일 2시 30분에 문을 연다. 영화연출 이해부터 시나리오 작성, 촬영 및 편집 실습을 거쳐 최종 시사회와 ‘안마(안아주고 마음 전하는)영화제’ 상영에 이르기까지 빡빡한 일정이다.

올해부터는 강의 사이사이 5월부터 10월까지 매월 1회씩 총 6차례에 걸쳐 ‘토닥토닥 마을극장’ 상영도 추진한다. 5월 31일(목) 오후 7시 30분 서종면에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로 유명한 진모영 감독의 ‘올드마린보이’가 첫 상영작이다. 탈북 머구리를 통해 아버지와 가족에 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다.

영화공작소 장혜영 선생님은 “독립영화에 접근이 쉽지 않은 마을 사람들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영상예술과 친숙해지고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한다”면서 “마을 순회를 통해 가까운 곳에 사시는 주민들이 많이 오셨으면 하는데, 장소 섭외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를 또래의 시각에서 바라본 ‘하늘에서 보내는 편지’(사진=김현옥)
세월호를 또래의 시각에서 바라본 ‘하늘에서 보내는 편지’(사진=김현옥)

‘영화공작소’는 주제 선정에서 시나리오, 촬영편집, 감독까지 모두 학생이 주도적으로 한다. 20명 정원에 초등5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수강할 수 있으며, 인근 남양주에서 부러 찾아올 만큼 커리큘럼이 탄탄하다.

우선 학생, 학부모가 함께 모여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영화의 어떤 분야에 관심 있는지,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는 뭔지 들어보고 관심사별로 그룹핑(Grouping)을 실시한다. 이어 수업 주제와 내용, 구체일정 등을 학생, 학부모, 강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가며 수업과정을 만들어간다.

그룹이 정해지면 상반기에는 주로 시나리오 작성과 팀별 호흡 맞추기에 주력한 후 방학기간 동안 제작에 몰두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을 각자 발표하고 투표를 통해 방향을 정한 뒤 팀원들끼리 의견을 조율해 제작하는 시스템을 존중한다.

서동일 감독은 “감독 작가 촬영 배우 역할을 해보면서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영화의 세계를 미리 경험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고통과 희열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고 토닥거리는 ‘공감’의 마음을 배우는 것도 큰 기쁨”이라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