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남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좋은 양평 땅인데도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없었다. 덩치만 크고 돌무더기인데다 상업적 용도로서는 부적합했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식당이나 모텔을 지어서 당장 수익이 날만한 데 돈이 몰리던 시기였다.

그 불모의 땅을 눈 여겨 본 이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우리나라 패션 1세대의 문을 연 ‘사라 김’(Sarah Kim)이다. 이미 ‘김정숙 부티크’라는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던 그는 30년 후 불모의 땅을 양평은 물론 수도권의 랜드마크 복합문화공간 ‘카포레’로 만들었다. 나아가 이제는 ‘세계 속의 카포레’로 발돋움 할 준비를 하고 있다.

#1 콘크리트 속 옷장을 열다

카포레(CAFORE)는 '캐비닛 인 더 포레스트(Cabinet in the Forest)'를 줄인 말로 직역하면 ‘숲속의 쉼터’쯤 된다. 의역하면 “옷장을 열다”가 패션쇼를 의미하므로 ‘자연 속에서 패션쇼를 하다’는 뜻이 된다. 이곳이 쉼의 장소는 맞지만 단순히 휴식을 위한 정적인 공간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동적인 쉼’을 위한 공간으로 불리는 이유다.

카포레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건물을 패션쇼 무대인 ‘런웨이’를 감안하고 지었다. 그래서 본관과 스페이스(야외 공간)를 잇는 길은 런웨이를 형상화 했고, 그곳을 걷는 모든 이들이 패션쇼 무대의 모델이 되는 기분 좋은 경험(힐링 런웨이)를 만끽하게 된다.

사라는 50여 년 가까이 패션 일을 해오면서 생각해왔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패션을 통해서 모든 예술이 하나로 융합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축 준비를 시작해 2017년 3월 첫 삽을 뗀 후, 2년 가까이 공사를 거쳐 2018년 말 ‘카포레’가 남한강변 언덕 위에 세워졌다.

이를 위해 사라는 거미가 그물망을 치듯 서울과 양평을 오가며 혼신의 힘을 쏟아 부었다. 흙과 돌과 나무는 실을 뽑는 도구였고, 바람과 나무와 공기와 햇살이 날줄과 씨줄이 되어주었다. 그 사이 폭풍우와 눈보라가 몇 번 휩쓸고 지나갔다. 눈을 떠보니 직조의 여신 아라크네 앞에 아침이슬을 머금은 영롱한 ‘거미집 한 채’가 뚝딱 지어진 것이다.

카포레는 사라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개관 후 5년 동안 각종 전시회, 패션쇼, 음악회, 영화와 드라마&광고 촬영지로 유명세를 치를 동안 그는 야외정원에서 호미로 풀을 뽑기에 바빴다. 하지만 사라는 이 건축물의 주인공은 방문객이라고 단호히 말한다. 카포레를 찾는 예술가와 손님들이 런웨이의 주인공이 되어 건물 곳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사라의 분신과도 같은 스탠다드푸들 ‘맥’(Mac)이 있다.

#2 맥과 홍지연

맥은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생후 18개월 일 때 사라가 입양했다. 어쩌면 카포레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을 만큼 트레이드 마크가 되었다. 올해 여섯 살인 맥은 성품이 순하고 걸음걸이가 우아하며 고고한 자태를 지니고 있다.

방문객의 사진 촬영 요청에도 싫은 내색 없이 응해주는데, 이 때문에 신사의 품격을 지녔다고 해서 ‘댄디’라는 형용사가 붙었다. 바탕은 회색이며, 가끔 회색 구름이 지나갈 때는 누가 맥이고 구름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회색이지만 노랑이나 핑크색 등 원색의 옷과 잘 어울린다. 실제 방문객들에게 맥 컬러링을 해보라고 했더니 핑크색으로 그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후 맥을 데리고 가서 보여주면 “네가 원래 회색이었구나” 하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다.

흑과 백을 구분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회색 스탠다드푸들’ 맥은 말 그대로 수용성 성격을 지녔다. 다만 손님들이 예쁘다고 주는 빵을 사양할 수 없어 받아 먹다 보니 살이 찌는 것이 걱정이다. 그래서 목에 ‘빵금지’라는 팻말을 붙였는데, 어떤 이들은 맥의 이름을 빵금지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런 카포레의 마스코트 맥(Mac)의 맥(脈)을 이어가려고 하는 작가가 있으니, 바로 사라의 딸인 홍지연 작가다. 사라가 카포레라는 배를 만들어 숨결을 불어넣었다면, 홍 작가는 돛을 달아 긴 항해를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홍 작가는 성신여대 공예과(섬유전공)를 졸업하고,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패션디자이너 공부(액세서리와 가방, 신발)를 했다. 이후 홍콩 ‘게스’ 브랜드에서 가방 디자이너로 1년 가량 일을 하다가 귀국해 올해 남은 학업을 다 마쳤다.

그의 첫 프로젝트는 당연히 ‘맥’이다. 맥을 통해서 스토리를 만들고 캐릭터화 시켜서 카포레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로 업그레이드 할 생각이다. 또 맥과 소통하는 다양한 동물 친구들의 캐릭터도 구상 중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들도 관계의 망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버리지 않는 가치가 있다면 ‘고고한 품격’이다. 친구처럼 다정하지만 품위를 잃지 않는 캐릭터는 어쩌면 종교적인 느낌마저도 든다.

아무튼 다양한 시도와 협업을 통해 맥이 지닌 가능성들을 계속 확장시킬 예정이다. 지난 6월 추유미(남성복 디자이너), 임미정(공간 디자이너) 등 마음이 맞는 작가와 함께 전시회를 연 것도 이것의 연장선이다. 이때 홍 작가는 맥 전시회 이름을 ‘그림을 경외하는 구름’으로 지었다. 지나가는 회색구름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자신과 똑 같은 풍모를 지닌 맥을 훔쳐보고 갔다(?)는 후문이다.

<홍지연 작가>
-동덕여자대학교 패션학 박사 학위(2023)
-ISTITUTO MARANGONI in Milan(Master in Fashion Accessories)
-FIT in Newyork(Fashion Design) AAS
-전) 성신여자대학교 의류학과 겸임교수
-2023 양평작가들의 따뜻한 겨울 선물전(카포레)
-2023 제23회 양평의 미술가들展(양평군립미술관)
-2023 강상강하 아트프로젝트(카포레)
-2023 Space.Drawing.Fashion전(카포레)
-2023 양평군청 로비갤러리 초대전(양평군청)
-2022 In Touch 2022, CICA Museum
-2022 제2회 ‘봄이 오면’ 개인전(카포레)
-2022 경기청년작가선정초대전(성남아트센터갤러리808)
-2022 경기청년작가 선정
-2022 제52회 경기도공예품대전 ‘손수:만나다’(성남아트센터갤러리808)
-2022 제52회 경기도공예품대전 입선
-2021 제1회 Yellow & Grey 개인전(동덕여대)
-2018 제6회 한, 일, 대만 규방문화 국제교류전(서울/북경)
-2018 국제보자기포럼(KBF) The Clemnte Center, Abrazo Interno Gallery(뉴욕)
-2016 보자기 나들이展-레오나르도 다빈치 국립과학기술박물관(밀라노)
-2016 보자기 나들이展-주이탈리아 대한민국 대사관(밀라노)
-2015 제5회 한일규방문화 교류전(단체) 후쿠오카 시립미술관(후쿠오카)

#3 양평 겨울 탐험…’맥의 품격’으로 초대

양평은 가히 ‘겨울의 왕국’으로 불릴 만큼 춥다. 강추위를 녹여줄 기획전시회 '맥의 양평 겨울 탐험'이 2024년 1월 3일부터 2월 29일까지 2개월 동안 열린다.

전시장인 카포레 갤러리 4층에는 양평의 아름다운 남한강과 용문산의 백운봉을 함께 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이곳에 맥 그림과 굿즈 등이 장식되어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양평의 경치와 전시회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다.

여기에 유명한 명화 속 주인공을 맥으로 그려낸 작품들도 선을 보인다. 명화 속에 비쳐지는 맥 그림을 통해 회화의 새로운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제1회 겨울엔, 양평’ 축제를 함께 즐기는 맥을 표현한 작품들이 손님을 맞는다.

또한 무료 컬러링이 가능한 자료를 상시 비치하여 고객들이 직접 그림 그리기 체험을 해 볼 수 있다. ‘Say hello to me’ 코너에서는 귀여운 맥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공간도 마련된다.

홍지연 작가는 “이번 전시회는 카포레 마스코트 맥을 통해 양평의 아름다운 풍경과 다채로운 축제, 그리고 맛있는 디저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맥과 함께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명화를 새롭게 만나보는 시간

 

<카포레 소개>

-건축설계: 건축사 곽희수(이뎀건축사사무소)
-구성: 본관(갤러리. 지하1층~지상4층), 별관(게스트하우스. 지하1층~지상3층), 스페이스(베이커리, 야외공연장 등), 주차(약 100여 대) 등 2,000여 평 규모

*주요 전시
-개관기념 ‘윤희정 콘서트’(2019.8), 조광호 ‘ART GLASS 如如의 窓’(2019.8), 양구 달항리전(2019.10), 양평통기타연합 작은음악회(2019.10), 홍광희 조각보 개인전 ‘색을 만지다’(2019.10), 퇴촌성당 음악회(2019.10), 백중기&이유홍 컬렉션(2019.11), 제1회 소소한 음악회(2019.12), 이야기가 있는 행복콘서트(2020.2), 더빛앙상블과 함께하는 행복콘서트(2020.2), 박혜원작가 초대전(2020.3), 한중미술협회 초대전(2020.6), 정인석 도예가 초대전(2020.6), 영희초대저(2020.7), 김명식 초대전(2020.7), 하소영, 유송 초대전(2020.7), 김석영 초대전(2020.9), 권수자 초대전(2020.9), Say Something 단체전(2020.9), 이소 초대전(2020.10), 이재은, 이정인 초대전(2020.11), 박정희 초대전(2020.12), 수레아 초대전(2020.12), 성병태 초대전(2021.6), 강주 초대전(2021.7), 심미경 초대전(2021.9), 김동연 초대전(2021.10), 동덕여대 K-nature 패션전시회(2021.11), 김유현 개인전(2021.10), 카포레 소장전(2021.11), 양평장애인 작품전시(2021.11), 양평 여성작가 12인전(2021.12), 김경철 개인전(2022.2), 김중식 등 4인단체전(2022.3), 강은주 개인전(2022.4), 금사홍 초대전(2022.5), 박정선 개인전(2022.5), 윤상민 사진전(2022.6), 류샤오팡 특별기획전(2022.7), 양평청년작가회 단체전(2022.7), 백중기 개인전(2022.9), 모지선 아쿠브전(2022.10), 신민채 개인전(2022.11), 도흥록 유작전(2022.11), 도흥록 유작전(2023.1), 김민정 개인초대전(2023.1), 4미인전(2023.3), 전종철 개인전(2023.4), 임미정 홍지연 추유미 단체전(2023.6), 손영주 개인전(2023.7), 한병국 개인전(2023.8), 양평아트로드풍류페스티벌(2023.9), 허경애 개인전(2023.11), 양평작가들의 따뜻한 겨울전(2023.12) 등

*드라마 촬영
-SBS 드라마 ‘하이에나’(2020.2), KBS2 생생정보 ‘전국명물스타’(2020.7), jtbc 10주년특별기획 드라마 ‘하이에나’(2020.9), jtbc ‘다채로운 아침’(2021.10), KBS2 ‘개는 훌륭하다 100회 특집’(2021.10), MBC 생방송 오늘 아침(2022.3), KBS 드라마 ‘미남당’(2022.7), 어른동화 영화촬영(2023.6), 가문의영광 영화촬영(2023.7), 화인가 스캔들 드라마 촬영(2023.7) 등 

*CF 광고 촬영
-현대자동차 싼타페 광고(2020.5), 삼성 갤럭시 폴드 광고(2020.8), 롯데홈쇼핑 남성의류 광고(2020.8), ODV 프리미엄 유난희 쇼호스트 홈쇼핑 의류광고(2020.9), 럭스 프로텍트 광고(2020.11), 에이스 침대 CF(2021.6),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광고(2022.4),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광고(2022.10), 듀이트리화장품 CF(2023.3) 등

*기타
 -전세계 미인대회한국대표 선발 화보촬영(2023.4), 양평 강하시니어여성 패션쇼(2023.5), 윤희정 재즈데이트(2023.5), 바로크 음악공연(2023.6)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