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막농성 6개월 “장롱 대신 청룡 품어라”
[칼럼] 천막농성 6개월 “장롱 대신 청룡 품어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4.01.08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폭설로 주저앉은 군청 앞 천막(독자제공)
사진=폭설로 주저앉은 군청 앞 천막(독자제공)

2024 갑진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푸른색의 '갑’(甲)과 용을 의미하는 ‘진’(辰)이 만나 ‘청룡(靑龍)의 해’로 불린다. 예로부터 푸른 색은 신비하고 신통한 존재를 상징했기에 청룡의 기운을 받아 소원성취를 비는 사람들이 많다.

양평군청 앞에도 지난 연말 폭설로 무너진 청롱(靑籠. 푸른 천막)이 다시 세워져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적으로 야당이 푸른 색을 상징으로 사용했기에 올 봄 총선을 앞두고 역시 푸른 용의 기를 듬뿍 받고 싶었을 것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군청 앞 보도 위에 천막이 세워진 것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폭우와 폭염, 태풍이 몇 번 지나갔고 그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지나쳐 갔다. 천막 앞에는 농성 몇 일째 표지판이 빛 바랜 시계처럼 놓여져 있다.

농성(籠城)의 사전적 의미는 ‘적에게 둘러싸여 성문을 굳게 닫고 성을 지킴’ 또는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한자리를 떠나지 않고 시위함’으로 정의한다. 즉 외부의 적에 맞서 죽을 각오로 농성 장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찬바람이 불면서 농성장에 사람이 머문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 지나는 군민들의 한결같은 불평이다. 천막농성을 주도한 모 군의원 SNS를 통해서 그곳에 사람이 있는 것처럼 홍보하는 글들을 접할 뿐이다.

타 지역 사람들은 온라인 상의 글만 보고 당연히 농성장에 사람이 지키고 앉아 있을 것으로 믿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양평 사람들은 그 현란한 수사가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 목적이 무엇이든 보도 위 농성장은 치워져야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농성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극한의 싸움과 시위를 하는 것이다. 지금 군청 앞 천막농성을 보면 그냥 ‘나들이 나온 그늘막 텐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려면 크레인 고공농성은 아니더라도 그곳에 사람이 머물러 있어야 한다.

혹한에도 사람이 머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동정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그게 바로 농성의 본질이며 자신들의 불리함을 딛고 목적에 다다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 농성장은 그 안에 옷가지 몇 개 들어있는 ‘장롱’에 불과할 뿐이다.

장롱 같은 청롱(푸른 천막)이 청룡이 되기 위해서는 그것을 걷어내고 민생 속으로 진솔하게 들어가야 한다. 흉물스런 천막을 걷어치우고 ‘마음의 천막’을 만들기 위해 심사숙고하고 더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여주양평에서 잃었던 민심을 조금이나마 얻는 지름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