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0년 기품 건축문화유산의 꿈 ‘유 리트리트’ 서윤원 대표
[인터뷰] 100년 기품 건축문화유산의 꿈 ‘유 리트리트’ 서윤원 대표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4.02.09 1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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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리트리트 서윤원 대표
유 리트리트 서윤원 대표

[홍천=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입구는 겨우 사람 하나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데, 가면 갈수록 미로가 이어지면서 황홀경이 펼쳐진다.”

동양에서 이상향을 그릴 때 일반적으로 묘사되는 풍경이다.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에도 이런 모습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그림에 첨부된 안평대군의 발문에는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世間何處夢桃源(이세상 어느 곳이 꿈에 그리던 도원인가)
野服山冠尙宛然(은자의 옷차림새 아직도 눈에 선하거늘)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현실세계에서 벗어나 이상향에 머물고 싶어 했다. 이런 심리를 동양에서는 ‘은거’(隱居), 서양에서는 ‘피정’(避靜)이라는 말로 불렀다.

특히 피정은 영어로 ‘Retreat’(리트리트)로 불리는데, “(현실에서) 물러나 나를 바라본다” 쯤으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주로 가톨릭 신부들이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기간으로 많이 이용한다.

강원도 홍천과 경기도 양평의 접경지에 위치한 ‘유 리트리트’ (U RETREAT)는 은거와 피정을 통해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건물 형식은 흔히 말하는 풀빌라인데, 단순한 펜션 숙박의 개념을 넘어선 한국 최초의 리트리트형 공간이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건축물
한국건축문화대상을 수상한 건축물

‘지표면에 발을 딛지 않고도 프라이빗 하게 즐기며, ​내외부 모두 자연과 맞닿아 있는 비밀스럽고 성스러운 공간’으로 소개할 정도로 완벽한 건축미와 시설을 자랑한다.

실제 전객실 스파(자쿠지) 구비, 인피니티풀(하절기), 365일 개인 미온수풀 객실(포레스트/벨리), 전객실 포레스트 뷰를 갖춰 이용자 만족도가 높다. 이로 인해 2021년 한국관광공사 품질인증숙소에 등록되기도 했다.

유 리트리트 서윤원(63) 대표는 한국 패션계에서 37년 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2015년 이곳을 지어서 운영하고 있다. 건축을 하면서 그가 염두에 두었던 것은 두 가지다. 초현대식 건물에서 풍류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는 것, 그리고 우리나라 건축 문화유산으로 한 획을 남기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먼저 ‘풍류’는 서 대표가 조선 전기의 훈구파 문신이자 15세기 관학을 대표하는 시인 겸 문장가인 서거정의 28대손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평소 조상들의 묘소에 다니면서 정자에서 시서화를 즐기던 모습을 떠올리며 항상 뜨거운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다.

또 제대로 된 건축물을 남겨 100년 200년이 가도 기품과 운치가 살아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이곳을 상업적 건물이 아닌 ‘작품’으로 여기고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하여 소유하고 있다. 건축설계는 안도 다다오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춘 곽희수 건축가에게 맡겼다.

그 전에 이런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전국에 있는 계곡을 낀 경치 좋은 땅을 찾아 몇 년간 발품을 팔았다. 그러다 “위치상 서울에서 1시간 이내, 국도에서 500m 안쪽이면서 건물이 바로 보이지 않고, 몽유도원도처럼 길을 따라 가다 만나는 이상향과 같이 마지막 집이어야 한다”는 조건의 땅을 찾게 되었다.

객실 내부
객실에서 바라본 모습

마음에 드는 토지를 구매하고, 설계를 시작하여 총 1년의 기간 동안 30번이 넘는 건축사무소 방문을 통해 9번이나 수정된 디자인으로 첫 삽을 떴다. 이후 준공까지 18개월이 소요되었으며, 총 공사인력(연인원) 10,196명을 투입하여 원하던 작품이 완성되었다.

‘유 리트리트’라는 이름 역시 설계사, 교수 등 9명이 모여 짓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름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우리나라에 지어지는 리트리트 개념의 첫 건축물이어서 뜻을 가져가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곳이 U자 형태의 계곡인데다 ‘너’라는 의미를 내포한 것도 고려했다.

건물은 건축 설계부터 고객의 안전과 온전한 휴식을 위해 특별한 시공방법으로 지어졌다. 지진과 산사태로부터 안전한 내진설계, 지하 암반층부터 건축물까지 밴딩과 인장력을 보완하는 176개의 PHC파일, ​건축물을 안전하게 정착시키는 5개의 어스앙카를 이용하여 재난에 대비했다. 또한 나노수준의 미세한 재료로 이루어진 300kg/cm² 고강도 콘트리트로 제작되어 일반 건물보다 수명이 2~3배 정도 우수하다.

무엇보다 홍천군 대곡(垈谷)리라는 지명에서 드러나듯 소리산 100m의 수직 절벽이 있어 인근에 무수한 식생들이 숨을 쉬는 생명력 넘치는 곳이다. 고라니는 물론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담비도 종종 볼 수 있다.

건물은 맞은편 절벽에 직면해 있어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이 유리창과 콘크리트의 플랫폼을 통해 전달돼 사시사철 진경산수화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이로써 투숙객은 천연 암반수만을 이용하여 운영되는 고급 스파와 미온수 수영장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며, 창 전체를 커다란 액자처럼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유 리트리트는 건물 내외부를 2년마다 리모델링을 하고, 이익금의 20% 건물보수와 내부 인테리어에 투자를 한다. 전 객실에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진품으로 비치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객실 퀄리티에 기본이 되는 침구와 어메니티는 통 라텍스 매트리스와 구스침구만을 사용하며, 본사의 검증을 거쳐 승인된 곳에만 정식 납품되는 이솝제품을 제공하여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셀럽들의 방문
셀럽들의 방문

객실 관리를 위해 서 대표가 직접 룸 청소에 관여하고, 비어 있는 방에서 숙박을 하며 불편한 점이 없는지 체크를 한다. 마치 깐깐한 숙녀복을 재단하고 바느질 하듯 정성을 다 한다. 이 때문인지 재방문률이 30% 가까이 되며, 재방문 시 20% 할인을 해주기에 입실률이 년간 70~80%에 달한다. 또한 전체 대관, 기업 B toB 등의 행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2016 한국건축문화대상 대상, 건축사협회 BEST 7상, 한국건축문화대전 설계부분 대통령상, 국토해양부장관상, 아메리칸 어워드 등 국내외 수상이 이어지면서 그간 드라마와 영화, CF를 100여 편 정도 촬영을 했다. 하지만 고객이 1명이라도 예약을 먼저 하게 되면 숙박 위주로 진행을 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서윤원 대표는 “유리트리트의 주인은 방문하는 고객분들이며, 건축작품의 의미를 알고 찾아주시는 여러분이 있음으로써 이 공간은 완성된다"며 "속도와 경쟁에 지친 동시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일상에서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설과 풍경>

<상장과 상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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