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속가능한 체인지메이커의 꿈 ‘양평교육청 양운택 교육장’
[인터뷰] 지속가능한 체인지메이커의 꿈 ‘양평교육청 양운택 교육장’
  • 김현옥
  • 승인 2018.06.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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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교육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양운택 교육장
▲양평교육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양운택 교육장(좌)

[양평읍=김현옥] 인구 12만 남짓의 양평군은 혁신학교 등의 영향으로 교육열이 상당히 높은 곳이다. 초등학교 22곳, 중학교 12곳, 고등학교 8곳 등 총 42개 초중고에서 혁신학교가 14개교, 혁신공감학교가 28개교에 이른다.

하지만 양평교육지원청의 한 해 예산은 300여 억 원으로 경기도교육청 전체 예산(15조원)의 2%에 불과해 도내 최하위권에 속한다. 거기다 양평군 6,000여 억 원 예산 중 교육예산(46억 원)이 1%도 채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경기도 평균(3.4%)에서도 한참이나 모자란다.

지난해 3월 취임한 양운택 교육장(59)은 높은 교육열에 못 미치는 주변 여건 속에서도 양평의 미래를 위해 ‘행복교육의 씨앗’을 묵묵히 뿌려왔다. 양평교육의 현황을 파악하고 소통을 통한 문제해결에 힘을 쓰다 보니 1년 4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행복교육의 씨앗’인 교육생태도 통한 소통 시작
서울보다 면적이 1.5배 넓은데다 동서간 교육격차가 심한 양평에 와서 양 교육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교육생태도’를 만든 일이었다. 예컨대 양동면은 원주민이 많아 학교교육 의존도가 높은데 반해, 양서 서종면은 이주민이 많아 학교 밖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있다. 지역에 유용한 인적자원과 활용 가능한 단체를 일일이 찾아 지도를 만들어 서로 소통하는 것이 목표였다.

“씨앗만 뿌리고 관리하지 않으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이 양 교육장의 지론이다. 대부분 2년 임기 교육장을 맡아 큰 사고 없이 다음 임지로 가는 게 관행인데,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교육자원을 발굴하고 인적 통로를 통해 이들을 연결시키고자 했다. 때문에 지역 행사는 빠지지 않고 챙기고 장학사들을 지역인사와 소개시켜 주는 등 네트워크 형성에 노력했다.

자칫 뻔한 슬로건으로 빠질법한 ‘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소통이라고 봤다. 학부모들과 기회가 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만났으며, 새로 교육청에 임용된 주무관들을 위한 업무 매뉴얼을 만들었다. 양평교육 현황에 대해 잘 모르다가 알만하면 떠나는 실무자들을 위해 ‘지속가능한’ 교육모델을 만들고 싶었다.

▲양평교육청이 2017년 제작한 '양평교육생태도'
▲양평교육청이 2017년 제작한 '양평교육생태도'

이런 노력으로 양평교육지원청의 직원들은 사람이 바뀌어도 크게 혼란 없이 안정적인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돼 학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 교육생태도를 만들어 교육편차를 없애고 실무자들의 업무매뉴얼을 통해 안정적인 정책 추진이 가능하자 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바로 21살 이전에 문제해결의 경험을 가진 청소년들이 앞으로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을 얻는 동시에, 주변 커뮤니티에 기존에 없었던 혜택을 제공한다는 ‘체인지메이커’ 철학을 양평군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었다.

아쇼카재단의 설립자 빌 드레이튼이 주창한 체인지메이커는 현재 전 세계 3,000여명의 펠로우들이 활동 중이며,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유스벤처’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8,000개 이상의 팀이 학생 주도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하는 사람을 보통 이름 끝에 ‘커’를 붙여서 부른다. 그 자신 교육장보다는 ‘운택커’로 불리는 것이 자연스럽다.

체인지메이커스쿨에서 세계 최초 마을공동체와 연계한 ‘시티’
양 교육장이 부임해서 시작한 체인지메이커 스쿨은 현재 22개 학교가 참여 중이다. 숫자도 중요하지만 그가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체인지메이커 습관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학교 안에서 녹아 드느냐다. 예를 들어 조현초나 서종초 같은 곳은 이미 학교교육 전반에 체인지메이커가 스며들어서 스스로 찾아 움직이는 구조가 안착됐다.

양수중학교의 경우 처음에는 학무보들이 “입시 망치는 거 아니냐”고 볼멘 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삶의 주체가 되어 가는 거 같아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학교 자율에 맡겼는데 44개 반 중 22개 반에서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실시 중이다.

초창기 학부모들은 물론 교사들도 반신반의 했던 체인지메이커는 교사들의 연수 교육을 실시한 결과, 만족도가 97%로 나왔다. 지난해 양평지역 초중고 91개 동아리에서 2018명이 참가했으며, 이 가운데 48개 동아리가 참가해 올 초 체인지메이커 양평스토리북도 펴냈다.

양운택 교육장은 ‘이 정도 교육효과가 있으면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체인지메이커 학부모동아리를 만들어 현재 12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여기에 체인지메이커시티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조만간 지자체와 협의해 예산에 편성되게끔 정책제안을 할 예정이다. 이는 미국 메릴랜드주에 이어 세계적으로 두 번째 시도이고, 마을공동체와 연계한 체인지메이커시티는 양평군 하나뿐이다.

▲2017년 체인지메이커 교원 연수 모습(사진제공=양평교육지원청)
▲2017년 체인지메이커 교원 연수 모습(사진제공=양평교육지원청)

실제로 지난해 양평군 12개 읍면 명예복지 이장을 체인지메이커로 양성해 마을과 함께 하는 공동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얼마 전 청운고 학생과 홍천 거주 학생들의 마찰 시 마을원로들과 지역주민, 학교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 좋은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했다.

이 외에도 학교폭력의 근원이 가정의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에서 60시간 이상 상담교육을 받은 학부모자원봉사 회원 20여 명이 교육청 내 위센터 직원 및 장학사들과 교류할 수 있는 연결 통로를 마련했다. 갈 곳 없는 아이들, 청소년 자살 등 교육안전망 구축을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 청소년 상담쉼터를 더 확대하는 등 대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4차산업혁명시대 “모든 사람이 변화의 주역이 되길”
양 교육장은 “양평군에 체인지메이커시티를 안착시킨 후 다른 지자체로 확산시켜 ‘모든 사람이 체인지메이커가 되는 사회’를 꿈꾼다”며 “나만의 모델과 스타일을 만드는 기초교육이 탄탄하면 4차산업혁명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세대가 나라를 더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흥미로운 것은 양 교육장은 일선 학교 방문 시 장학사를 대동하지 않는다. 학교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장학사 본연의 일을 하라는 생각에서다. 또 학교 관심사에 대해 교사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를 갖고 싶어서다. 선생님이 바라는 변화, 궁금증과 자랑거리를 말할 기회를 통해 교육장인 아닌 ‘운택커’로 만나는 시간을 통해 얻는 게 더 많기 때문이다.

양운택 교육장은 “’내가 잘 모르기에 체인지메이커를 한다’고 하는 자신의 인정을 통한 ‘자기허락’의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여기서 출발해 공감능력을 키우고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와 주변, 그리고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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