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백하헌에 하얀 도자연꽃 피다…‘김병국, 민요 백자로의 여정’
[초대] 백하헌에 하얀 도자연꽃 피다…‘김병국, 민요 백자로의 여정’
  • 김현옥
  • 승인 2018.07.07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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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령도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김병국 도예가
회령도자기 작품을 설명하는 김병국 도예가

[지평면=김현옥] 7일 오전 11시 지평면 수곡리 백하헌(관장 정혜경)에서 같은 동리에 사는 김병국 도예가의 첫 전시회가 열렸다. 소식을 듣고 양평은 물론 서울, 멀리 독일에서까지 오신 분도 계셨다.

정혜경 관장은 초대 엽서에 할아버지 아버지를 이어 반평생 도공의 길을 가는 그를 일컬어 “당최 다른 길은 있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라고 한탄했다.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은 좋은데, 도통 잇속과는 거리가 먼데다 숫기가 없어 좀처럼 남 앞에 나서지 않는 그가 정관장은 못마땅했다.

요즘 세상에 조선 4대 지방요인 회령도자기를 재현하기 위해 한 해 200번 넘게 굴뚝에 불을 지핀다고 하면 다들 미쳤다고 할 것이다. 그마저도 열에 아홉은 마땅찮아 바닥에 던져버리니 애초에 살림이란 게 있겠나 싶다.

그런 그를 정 관장이 억지로 손을 잡아 끌다시피 해서 이번 ‘김병국, 민요 백자로의 여정’이 마련됐다. 유준 작가가 도공의 그림을 그렸고, 용문면 연수리 사는 산새공방 손영희 작가에게서 ‘포옹’이라는 글씨를 얻고, 주변 사람들이 음식을 준비하고, 강미애씨가 큐레이터를 자처하고 나섰다.

12세기 이후 생산된 회령도자기는 청색, 보라색, 쑥색 등 여러 가지 색채를 한꺼번에 지닌 생활 자기를 일컫는다. 해주백자와 함께 맥이 끊긴 회령도자기를 복원하기 위해 도예가는 수십 년 불 앞에 앉았지만 “하면 할수록 두려움이 앞선다”고 한다.

회령백자는 볏집재와 참나무재를 섞어서 색을 낸다. 한움불에서는 보라색, 중성불에서는 쑥색, 산화불에서는 푸른색을 띤다. 경남 산청 흙을 가져다 10년 숙성한 후 전남 여수 자연토청으로 그림을 그린다. 중국에서 수입한 청이 밝게 푸르다면, 자연토청은 검푸르면서 묵직한 빛깔이 난다.

김병국 도예가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백자의 뿌리를 찾는 가는 길만 고수해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올 봄 문경에서 열린 '제15회 전국찻사발공모대전'에서 은상을 받았고, 얼마 전 여주도자축제에서 독보적인 관심을 받았다는 정도다.

정혜경 관장은 이런 그의 무명(無名)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한 그의 작품을 ‘순진무구의 극치를 좇는 일상 속에서 증유된 맛’이라고 표현한다. 관람객들도 작품을 둘러보며 탄식 일색이다.

나희덕 시인은 ‘사라진 손바닥’에서 “백 년쯤 지나 다시 오면/그가 지은 연밥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으려나/그보다 일찍 오면 빈손이라도 잡으려나/그보다 일찍 오면 흰 꽃도 볼 수 있으려나”라고 연(蓮)을 통해 사람의 연(緣)을 노래했다.

맞다. “먼저 손을 내밀어야 지금의 삶을 더 아름답게 즐길 수 있다”고 백하헌에 들어선 하얀 도자연꽃이 수줍게 말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5일까지 조선중기 회백자부터 정조시기 묵백자, 그리고 각종 생활자기를 재현해 전시한다. 작품 및 구매에 대한 문의는 백하헌 정혜경 관장(010-3088-8094)로 하면 된다.

*아기자기한 생활도자기는 3만원부터 판매한다. 가격이 작품의 가치와 수고로움에 비해 아주 많이 착하다.^^

백하헌 전경
백하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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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말 하는 정혜경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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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새공방 손영희 작가의 글 '포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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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차 한 잔 드시고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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