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메이커스쿨①] 배려와 공감 통해 자존감 쑥쑥 ‘조현초등학교’
[체인지메이커스쿨①] 배려와 공감 통해 자존감 쑥쑥 ‘조현초등학교’
  • 김현옥
  • 승인 2018.07.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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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용문면 조현초등학교 전경
양평군 용문면 조현초등학교 전경

[용문면=김현옥] 30여 년 전 폭설이 쏟아지던 날, 스물을 갓 넘긴 한 청년이 대학 선배가 선생님으로 있는 양평군 청운면 신론리 초등학교 분교에 놀러 온다. 2박 3일 머무르면서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면 ‘꼭 시골학교 선생님이 되자’고 다짐한다.

그로부터 몇 년 후인 1988년 약속대로 양평에서 선생님이 되어 꼬박 30년 동안 지역을 떠나지 않고 있다. 용문면 조현초등학교 최영식(55) 교장 얘기다. 부임 초기 동료교사들이 분당 평촌 일산신도시 등으로 갈 때도 오롯이 양평을 지켰다.

작은 학교 선생님이 꿈이었지만 실제로는 양평초 다문초 양평동초 등 큰 학교에서 대부분을 보냈다. 그러다 2008년 전임 이중현 교장의 권유로 조현초등학교에 와서 혁신학교라는 새로운 교육의 씨앗을 틔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1년 9월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된 최영식 선생은 4년 임기의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다. 처음 양평에 올 때 다짐과는 달리 학교를 바꾸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알고 좌절도 겪었다. 그러다 지평면 일신분교에서 2년을 보내면서 다시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조현초등학교 최영식 교장.
조현초등학교 최영식 교장.

모든 문제를 외부가 아닌 자신에게 돌리니 새로운 길이 보였다. 지역 향토사 공부, 생태교육교사모임, 교과연구 소모임, 연극교육교모임을 조직하고 활동하면서 농사와 명상을 통해 마음을 다지니 ‘학교가 가야 할 길’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 전에는 혼자 고민하던 것을 조현초에 와서는 동료교사와 같이 머리를 맞대서 좋았다. 지금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공동체 속의 ‘우리의 학교’를 만들자고 약속했다. 그 결과 폐교 위기 학교가 지금은 300여명의 학생으로 북적거린다.

최 교장이 생각하는 혁신학교의 적정규모는 학년당 한 두 학급에 200~250명 수준이다. 학생수가 늘면 교육의 질은 물론 안전사고, 그에 걸맞은 부지 확보, 난개발에 따른 공동체 파괴 등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조현초가 전국에서 ‘혁신교육 사관학교’로 명성을 얻은 데는 교사들의 헌신이 크다. 학생 하나하나에 시선을 맞추고 학부모와 소통하려면 일반학교보다 두 세배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교사들의 헌신이 있기에 오늘의 학교가 있다는 데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우선 기본학습능력은 반복적 지속적으로 익히고 배우게 한다. 학습의 자발성을 중요시해 호기심과 열망을 다양하게 경험하게 한다. 최 교장은 이를 “배움은 신비롭고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며, 삶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육과정인 ‘발전학습’은 조현교육의 자랑이다. 1학기 20시간씩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맘껏 한다. 필요하면 도서관, 교장과 선생님, 숲속교실에서 관찰 등 학교 안에서 도움을 받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아이 스스로 무언가 해냈다는 경험을 만들어 준다.

학생과 학부모들이 스스로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주정차 금지 현수막
학생과 학부모들이 스스로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 방안으로 내놓은 주정차 금지 현수막

‘숲속마켓’은 소나무 그늘 아래서 수제품, 마을 농산물 등을 판매하거나 공예를 체험하는 마을장터다. ‘맛있는 음악회’는 동네 어르신들을 초청해 식사를 대접하고 공연하는 학교와 마을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는 ‘큰꿈데이’를 통해 무료 간식 나눔행사도 갖는다.

이 밖에 ‘아빠합창단’, 안심 방범 ‘어머니 폴리스’, 1일 선생님이 되어 직업을 간접 경험하게 해주는 ‘직업체험교사’ 등 공동체 교육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에 2시간 동안 열리는 ‘행복학교’도 삶과 연관된 질문을 던지는 학부모 모임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아이 한 명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방과 후 학교, 마을공동체 등 학교 밖의 삶과 연계한 교육을 끊임없이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체인지메이커’로서 주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다.

예를 들면 숲속마켓을 학생 스스로 주최하고 수익금을 공공의 가치를 위해 사용한다. 작게는 세면대를 늘 지저분하게 했던 일반비누를 물비누로 교체하거나, 나아가 등하교 시 교문 앞 건널목에 차를 세워 사고위험이 높아지자 현수막을 내거는 활동 등이다.

2개월마다 발행되는 학부모 소식지 ‘왁자지껄 조현이네’ 50호
2개월마다 발행되는 학부모 소식지 ‘왁자지껄 조현이네’ 50호

이런 문제들을 학부모 소식지 ‘왁자지껄 조현이네’를 통해 알린다. 지난 5월 50호를 발행한 소식지는 학교소식부터 각종 학내외 행사, 교육정보에 이르기까지 지역공동체를 잇는 소통과 신뢰의 창구가 됐다.

최영식 교장은 “방법이 서툴더라도 인정하고 격려해주니 타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능력이 커져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면서 “앞으로도 학생, 교사, 학부모, 마을주민이 자랑스러워 하는 학교를 만드는데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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