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②] 배고픈 시절 보름달 보며 부르던 엄마야 ‘누나야’~
[양평시사모 스케치②] 배고픈 시절 보름달 보며 부르던 엄마야 ‘누나야’~
  • 김현옥
  • 승인 2018.09.20 2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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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칠환 시인의 시집 '누나야'는 누이를 통해 불러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반칠환 시인의 시집 '누나야'는 누이를 통해 불러보는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옥천면=김현옥] 시사모 두 번째 모임은 20일 오후 5시 옥천면 카페 ‘어린왕자’에서 열렸습니다. 오후 2시에 한광식 님이 주관하는 맘나눔터 공연과 강연장에 들렀다 오는 바람에 20분 정도 늦게 시작했습니다.

<누나야> 시집이 절판되어서 제가 가져온 책으로 몽실식당 김동운 님과 먼저 얘기를 나눴습니다. 어린왕자 사장님이 내어준 커피에다 과자 포도를 먹으면서 반칠환 시인의 토속적인 언어를 음미하다 보니 절로 어린 시절 모습을 소환할 수 있었습니다.

김동운 님은 시 ‘어머니1’을 읽고 나서 몽실식당에서 15년 가량 일을 하시다 엊그제 길병원에서 세상을 떠난 점이언니 얘기를 해줬습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궂은 일 마다하지 않던 그녀의 61년의 삶을 시로 옮겼다고 합니다.

옥천면 카페 '어린왕자' 내부
옥천면 카페 '어린왕자' 내부

이어 맘나눔터 뒷정리를 하시고 오신 한광식 님이 ‘어머니5’를 읽으며 산음1리에 사시는 팔순의 할머니가 마을입구에 쪼그려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렸습니다. 시낭송을 좋아하시는 분인데 지난 봄 고로쇠축제에서 춤 추시는 모습을 단월면 보건소에 족자로 걸어두셨다고 하네요.

어머니5

-검버섯

산나물 캐고 버섯 따러다니던 산지기 아내

허리 굽고, 눈물 괴는 노안이 흐려오자

마루에 걸터앉아 먼산 바라보신다

칠십 년 산그늘이 이마를 적신다

버섯은 습생 음지 식물

어머니, 온몸을 빌어 검버섯 재배하신다

뿌리지 않아도 날아오는 홀씨

주름진 핏줄마다 뿌리내린다

아무도 따거나 훔칠 수 없는 검버섯

어머니, 비로소 혼자만의 밭을 일구신다

이 시를 읽으면서 저는 나희덕 시인의 시 ‘진흙 눈동자’ 속에서 “조금씩 흙과 가까워지는” 어머니를 떠올렸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칠순을 맞은 어머니를 직접 인터뷰 해서 자서전을 만들어 드렸는데, 이런 우리 부모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최근 마을어르신 자서전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마침 전 용문고 교장을 지낸 조원규 선생님께서 산음1리에 거주하시는 어르신들의 가족역사를 사진 책으로 남기는 작업을 준비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나중에 단월면에 가서 시낭송 할머니도 뵙고, 교장 선생님께도 인사를 드려야겠습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한광식 님이 “자기에 대한 달관과 애정 속에서 시어가 탄생한다”고 하시면서 미운 사람도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시의 힘’이라고 하시더군요. 앞으로는 미운 놈에게 시 한편 더 주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봅니다.

'어머니1'를 읽고 있는 몽실식당 김동운 사장님. 시사모 열혈 팬이다.
'어머니1'를 읽고 있는 몽실식당 김동운 사장님. 시사모 열혈 팬이다.

이번 두 번째 모임은 여러 분이 더 오시기로 하셨는데 추석을 앞두고 다들 바쁘셨나 봅니다. 또 읍내 정통춘천닭갈비 사장님도 오시고 싶어하셨다니 담에는 꼭 얼굴 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주는 추석연휴여서 쉬고, 10월 4일(목) 오후 5시 용문면 산새공방에서 시사모 세 번째 모임을 가집니다. 시집은 절판되지 않은 목록으로 4권 다시 공지해드리겠습니다. 엄마야 누나야를 부르며 따뜻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어린왕자 외관
어린왕자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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