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③] 비 오는 날 산새공방에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를 읽다
[양평시사모 스케치③] 비 오는 날 산새공방에서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를 읽다
  • 김현옥
  • 승인 2018.10.05 2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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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면 산새공방에서 열린 양평시사모 세번째 모임
용문면 산새공방에서 열린 양평시사모 세번째 모임

[용문면=김현옥] 양평 시사모 세 번째 모임은 5일 오후 4시 용문면 연수2리 산새공방에서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종일 그치지 않고 내리기에 행여 ‘오늘은 나 혼자 시사모를 지키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기도 했었죠. 에이 아무도 없으면 차나 한잔 하고 가지…

산새공방에 들어서니 이 집 바깥주인인 서학조 선생님께서 반겨 맞아주셨습니다. “오늘 무슨 모임 하시는 거 맞으시죠”. “네 그렇습니다 ㅎㅎ”. (어색). 커피를 주문 하는 사이 잠시 후 안주인 손영희 작가님께서 오셨고, 이어 몽실식당 김사장님께서 조심스레 문을 여시더군요.

손영희 선생님이 사인을 해주신 책
손영희 선생님이 사인을 해주신 책

‘아, 됐다’ 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사이 양평녹색당 이반석 위원장께서 정말 예고도 없이 비를 흠뻑 맞으신 채 저희를 노려보더군요. 마치 ‘왜 나를 안 불렀쪄’ 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제 다섯 명이 됐으니 뭐 고스톱이고 포커를 치든 성원이 됐다 하는 사이 연달아 문을 여시는 손님들…

얼떨결에 왔다가 박라연 시인의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를 멋지게 낭독해주신 신민영 님
얼떨결에 왔다가 박라연 시인의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를 멋지게 낭독해주신 신민영 님

부산에서 나고 살다가 2년 전 단월면으로 와서 지금은 손영희 선생님 문하에 드신 신민영 님. 현재 표고버섯도 재배하시는데 부산 살 때는 바다가 좋았는데 지금은 양평에 푹 빠져서 강이 더 좋다고 하시네요. 졸지에 오늘 읽을 시집인 박라연 시인의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를 고운 목소리로 낭송도 해주셨습니다.

또 한 분은 배규원 선생님이신데 칠순의 나이에도(뭐 양평에서는 70이면 청년입니다) 한 10년은 더 젊어 보이는 얼굴을 가지셨습니다. 알고보니 30년 전 ‘무심행 선체조’를 개발하시고 책도 쓰셨더군요. 중요한 것은 ‘지리산의 봄’의 고정희 시인과 아주 막역한 사이라고 하네요.

누군가 떡하니 맛있는 떡을 놓고 가셨네요
누군가 떡하니 맛있는 떡을 놓고 가셨네요

얘기를 나누는 사이 누군가 가져온 맛있는 떡이 탁자에 올려지고, 바깥주인께서 정미조 선배의 최신 앨범을 LP로 틀어주셨어요. 상상해 보세요. 비 오는 날 산새가 지저귀는 마을 어디 깊숙한 곳에서 시를 핑계로 음악을 들으면서 서로에게 안테나를 연다는 것을요.

산새공방 두 분의 얘기는 아직 시간이 많으니 차차 하기로 하고요… 좋았던 것은 제가 사실 커피를 그리 좋아하지 않은데, 여기서 에디오피아 예가체트 G1를 맛봤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향기만큼 진중한 커피내음을 음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정미조 선배의 신곡 LP앨범. 에디오피아 G1 커피와 딱 어울리는 음악이었습니다
정미조 선배의 신곡 LP앨범. 에디오피아 G1 커피와 딱 어울리는 음악이었습니다

‘서울에 사는 평강공주’는 우리의 신혼을 떠올리게 하는 시입니다. 다들 이 시를 읽으면서 신혼시절 단칸방에서 불이 꺼져도 좋았던 행복한 시간을 맘껏 소환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박라연 시인은 ‘가끔’이라는 부사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것이 행복을 끄집어내는 도구라는 것을 다들 아셨을 겁니다.

그렇게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당분간은 산새공방에서 시사모 모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용문면 산새공방으로 오시면 양평에 사는 평양공주를 만나실 지도 모릅니다. 차 마시면서 자연스레 자리에 함께 하시면 가을이 더 아름다워지실 겁니다. 그럼 담에 또~~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용문 산새공방에 오시면 계절이 행복해집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용문 산새공방에 오시면 계절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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