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양평인이다 #18] 소처럼 순하고 치즈처럼 행복한 ‘마루터목장 부부’
[나는 양평인이다 #18] 소처럼 순하고 치즈처럼 행복한 ‘마루터목장 부부’
  • 김현옥
  • 승인 2021.01.1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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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터목장 최범찬 이자영 부부
마루터목장 최범찬 이자영 부부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2021년 신축년 ‘하얀 소의 해’가 밝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소를 한 가정의 부를 상징하는 재물로 꼽아왔고, ‘심우도’ 속 소처럼 깨달음으로 이르는 과정을 비유하는 신비한 동물로 알려졌다. 평생을 소와 함께 살아온 ‘마루터목장’ 최범찬, 이자영 부부의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범찬 마루터목장 대표는 국내 굴지의 S유업에서 수의사와 낙농지원센터 소장으로 30년 동안 일하다 정년퇴직을 하고, 지난 2016년 양평에 터를 잡았다. 수도권에 소재한 젖소목장을 찾아가 ‘건강하고 깨끗한 우유를 생산하는 기술’을 지도하는 것이 주요 업무였다. 농장 이름도 집 주소(마루터길 1-77)를 따서 지었다. 회사 이름은 두 부부의 성을 따 ‘씨앤엘’이다.

그림을 그리던 아내는 퇴직 후 동물병원을 차리자고 했지만, 치즈에 대한 미련을 뿌리칠 수 없었다. 최 대표가 치즈를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약 20년 정도다. 회사에 다니면서 지하에 연구실을 만들어 놓고 숙성치즈에 매달렸다. 나름 오리지널 외국산에 근접한 제품을 만들었는데, 반응은 시원찮았다. 나중에야 한국사람들의 입맛에 짜고 선호하는 냄새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 맞으면서도 치즈 본연의 풍미를 간직한 시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목장 출장교육 때 그룹지도를 하면서 자신이 개발한 치즈를 국내외 다른 제품들과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는데, 80% 이상이 최 대표가 만든 치즈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때부터 자신감을 가지고 치즈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기로 마음 먹었다.

수아레 치즈를 지롤에 올려놓고 깎으면 예쁜 사과꽃 모양이 연출된다
수아레 치즈를 지롤에 올려놓고 깎으면 예쁜 사과꽃 모양이 연출된다

양평에 와서는 집 짓고 목장 만들고 공방(치즈 제조장)에서 제품 생산에 몰두하느라 홍보와 판매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가끔 친환경농산물 등을 파는 두물머리 마켓에 나가 물건을 파는 것이 전부였다. 공방을 지으면 치즈를 원 없이 만들고 체험과 교육까지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하다 보니 체력소모가 컸다. 지금은 치즈 만드는데 집중하고, 안정이 되면 일반인 대상 교육과 가족체험 등을 병행할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양평군농업기술센터 도움을 받아 젖소목장과 치즈공장에 대한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을 마치고 치즈는 물론 우유와 요구르트를 생산 중이다. 단골들에게 택배 위주로 발송하다가 올해 물맑은양평 로고를 달고 양평로컬푸드에 요구르트를 먼저 납품하게 됐다. 향후 우유와 치즈도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특히 마루터목장 우유는 최근 공인시험소 검사에서 1등급 A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보통 체세포 기준이 20만 마리 이하, 세균수 3만 마리 이하면 1등급으로 치는데, 마루터목장 우유는 체세포수 4만5천, 세균수 5천 마리가 나왔다. 쉽게 말해 시중에 유통되는 우유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신선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 대표는 “다른 목장처럼 좁은 공간에서 소를 키우지 않고 넓은 공간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듯 가족 같이 돌보기 때문에 스트레스에 덜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목장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해 하루 100리터 가량의 우유를 생산한다. 신선치즈는 오후 6시까지 제품을 만들어 ‘당일제조 당일택배’ 원칙을 고수한다. 당일택배가 어려운 제품은 판매 대신 이웃과 나눈다. 신선치즈를 만들지 않는 날은 숙성치즈를 제조한다. 숙성치즈는 온도와 습도, 숙성실 관리가 생명이다. 그래서 새벽 1~2시에도 일어나 골고루 숙성되도록 뒤집는 일을 할 때가 많다.

마루터농장에서 생산하는 유제품들
마루터농장에서 생산하는 유제품들

현재 소프트 신선치즈(스트링치즈, 프레쉬 모짜렐라, 리사로미)와 프리미엄 하드치즈(까망베르, 에쁠리셰, 수아레), 그리고 시그니처 치즈(몽떼그리, 꼬레숑, 마루터블루) 등 10 종류의 제품을 판매 중이다. 스트링치즈는 실처럼 가늘게 찢어지는 생치즈로 아이들 영양간식으로 많이 찾는다. 프레쉬 모짜렐라는 피자 토핑용으로 제격이다. 리사로미는 약불에 노릇하게 구워 과일과 함께 먹으면 일품이다.

황제 나폴레옹이 사랑한 까망베르는 새하얀 외피에 향긋한 버섯향을 품고 있다. 에쁠리셰는 풍미가 깊어 샌드위치 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수아레는 진한 고소함 속에 다양한 맛을 품은 치즈로 지롤(치즈기구)을 사용해서 화려한 꽃모양을 연출, 모임이나 파티의 품격을 올리는데 안성맞춤이다. 이 가운데 하드치즈와 시그니처 치즈는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 제품이다.

치즈의 매력에 대해 최 대표는 “치즈의 '치'자만 들어도 기분이 좋고, 엔도르핀이 사르르 돈다”고 말한다. 치즈에는 한가지 맛이 들어간 게 아니라, 그날 그날 온도와 습도 등 치즈공방의 환경에 따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는 대학원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치즈를 공부하고 돌아온 딸과 함께 양평에서의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최범찬 대표는 “500~600년 역사를 지닌 스위스와 이탈리아 등 치즈 본토 나라들과 견주어서 당당히 사랑을 받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공장에서 찍어내는 천편일률적인 치즈가 아닌 장인의 정성과 손길로 빚어내는 풍미 깊은 치즈를 계속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목장 여기저기>

목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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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공방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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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적한 젖소 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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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소에게 여물을 주는 최범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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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꽃처럼 만든 치즈를 사과와 같이 먹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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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제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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