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⑦]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읽고 깨닫는 어머니의 빈 자리
[양평시사모 스케치 ⑦]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읽고 깨닫는 어머니의 빈 자리
  • 김현옥
  • 승인 2018.11.03 2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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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 선생의 시집 선물을 받고 쑥스러워하는 회원들
제갈량 선생의 시집 선물을 받고 쑥스러워하는 회원들

[용문면=김현옥] 양평시사모 일곱 번째 모임은 고두현 시인의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를 읽었습니다. 양평고 제갈량 선생님이 벼르고 벼르다 마침내 오셔서 자리를 더욱 빛내주셨습니다.

새로 오신 분은 자기소개와 함께 개인기를 하나씩 해야 한다고 농으로 했더니, 류기택 시인의 ‘참 먼 말’이란 시집을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양평에 사신지 18년(발음조심!) 됐고, 국어선생님으로 인기가 많으신 분입니다.

타고난 길치여서 산새공방을 못 찾을 줄 알았는데, 시간에 딱 맞춰서 오셨더군요. 별명은 학생들이 붙여준 (불량)감자라고 합니다. 늘 겸손하시고 붙임성이 좋으셔서 시사모 합류에 거부감이 없으셨습니다.

남자들의 은밀한 시집 거래
순간포착, 남자들의 은밀한 시집 거래

고두현 시인은 지난 9월 3일 ‘양평일루미’ 강연에 첫 강사로 오셨던 터라서 시를 읽기가 한결 수월했습니다. 사랑의 감정을 누구보다 생활 속에서 쉽고 서정적으로 풀어 쓰는 몇 안 되는 시인이시죠.

덕분에 몽실 김동운 님께서 고 시인님으로부터 원격 원포인트 레슨을 받은 후 자신감 충만한 상태입니다. 그것은 아마 거짓으로 꾸밀 수 없는 솔직함이 시가 가지는 힘이기 때문일 겁니다. 헌데 오늘은 동운 님이 대만여행에 갔다가 좀 늦게 오셔서 모두들 눈이 빠지게 기다렸답니다.

시 '퐁피두센터'를 읽다가 학조 님이 건넨 건축에 대한 보충설명을 보는 모습
시 '퐁피두센터'를 읽다가 학조 님이 건넨 건축에 대한 보충자료를 보는 모습

다행히 사모님과 함께 뱃살이 휘날리도록 달려와서 마치 이산가족 상봉하듯 기쁜 마음으로 해후를 했습니다. 대만에서 사 오신 ‘핑리수’라는 과자도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늘도 다들 고구마며 빵이며 과자며 선물을 가득 가져오셔서 입과 귀와 눈이 즐거웠습니다.

손영희 님이 ‘남녘 장마 진다 소리에/습관처럼 안부 전화 누르다가/아 이젠 안 계시지…..”(‘한여름’)을 읽었는데, 당신 어머니께서 연탄가스로 돌아가신 후 “언제든지 가면 볼 수 있지”에서 이젠 ‘가도 안 계시지’라는 상실감을 자주 느낀다고 합니다.

몽실 김동운 님 사모님께서 먼 걸음 해주셨습니다.^^
몽실 김동운 님 사모님(오른쪽에서 두번째)께서 먼 걸음 해주셨습니다.^^

손소영 님도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를 치르고 왔는데, 일곱 살 조카가 방안을 둘러보다 “어, 할아버지 핸드폰 안 가지고 가셨네?”라는 얘기를 해줬습니다. 다들 그 아이의 천진난만한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시는 이렇게 일상에서 자연스레 찾아오나 봅니다.

서학조 님은 ‘퐁피두센터’ 시를 읽으면서 건축가로서 외부장식을 하는 기법에 대해 설명을 해주셔서 한결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프랑스역이 외부 벽을 잇는 관을 주물로 사용했고, 학조 님이 설계한 KTX광명역사 역시 그 기법을 적용했다고 하네요.

제갈량 님이 '빈 자리'를 낭송하자 다들 눈가가 촉촉해졌답니다 ㅠㅠ
제갈량 님이 '빈 자리'를 낭송하자 다들 눈가가 촉촉해졌답니다 ㅠㅠ

김지숙 님은 ‘진미생태찌개’를 읽었는데 저 빼고 모두 안 가봤대서 다들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서 진미식당에서 생태를 먹고 성북동 수연산방에 가서 솔잎차를 마시는 '고두현 코스'로 하루 일정을 잡으시라고 했습니다.

제갈량 님이 꼭 이 시를 읽어야겠다며 ‘빈 자리’를 들려줬는데,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시골버스에서 자식을 자리에 앉히려는 어머니 마음과 그걸 부끄러워하는 아들, 세월이 흘러서 빈 지하철 자리를 보며 어머니를 떠올리는 모습이 눈물샘을 자극했지요.

지숙 님이 농사지어서 쪄온 고구마
지숙 님이 농사지어서 쪄온 고구마

이에 한광식 님이 ‘엄마의 밥상’이라는 심리치료법이 있는데, 어릴 때 어머니가 차려주는 음식을 떠올리면서 유년시절 못 받았던 결핍을 채우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먹는 얘기가 나온 김에 시사모 송년회 때 드레스코드를 정해서 각자 음식을 가져와 하루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시사모 여덟 번째 모임은 박흥식 시인의 ‘아흐레 민박집’입니다. 아마 이 시집을 읽으면 닭 백숙을 또 먹으러 갈 지도 모르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닭아 닭아 밝은 닭아~~~

몽실 님이 수만 리를 달려와 건넨 대만과자~
몽실 님이 수만 리를 달려와 건넨 대만과자~. . 그리고 보헤미안도 아니고 물해미안도 아니고 물회해안도 아닌 '물미해안'입니데이. 단디 하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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