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경강일보] 임정애 기자 = 한 향토사학자의 집념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1907년 9월 25일 영국인 F.A.매켄지 기자가 촬영해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마지막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구한말 13인의 항일 의병들이 서 있었던 장소가 114년 만에 확인됐다.
양평의병기념사업회(회장 신교중)가 2020년 12월 발간한 <양평의병 학술논문집>에서 이복재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매켄지 기자가 촬영한 장소를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 398-14번지 6번 국도변임을 기존 설을 뒤집고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경기도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기도 한 이복재 위원은 의병사진 촬영장소를 찾기 위해 사진의 뒷배경이 되는 주변의 능선을 카메라로 찍어 OHP필름에 인쇄한 후, 원본사진과 일일이 대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한 세기가 흘러 복토 등으로 지형이 변했지만 매켄지 기자가 쓴 ‘조선의 비극’ 기록에 따라 그날의 동선을 집요하게 추적, 결실을 얻어냈다. 지난 3년 여 동안 오빈리 일대를 발로 누볐고, 촬영한 사진만 수 천 컷에 이른다.
교과서에도 실린 구한말 의병사진 촬영장소를 두고 그 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양평군에서도 오빈리를 비롯 아신리, 지평리 등이 거론됐고, 심지어 충북 제천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복재 위원은 “이번 연구로 사진 속 의병들의 활동장소가 양평임을 분명히 입증하게 된 것이 큰 성과”라면서 “선조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이곳을 널리 알려서 역사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양평의병기념사업회 최봉주 사무국장은 “수 년 간 연구 끝에 항일 의병의 역사적 장소를 찾아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사진 속 13명의 신원을 밝혀내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후대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