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향토사학자의 집념…‘미스터션사인’ 속 의병사진 촬영장소 찾았다
한 향토사학자의 집념…‘미스터션사인’ 속 의병사진 촬영장소 찾았다
  • 김현옥
  • 승인 2021.02.28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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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켄지 기자 사진촬영 추정 위치도
매켄지 기자 사진촬영 추정 위치도

[양평=경강일보] 임정애 기자 = 한 향토사학자의 집념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1907년 9월 25일 영국인 F.A.매켄지 기자가 촬영해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의 마지막 장면으로 화제가 됐던 구한말 13인의 항일 의병들이 서 있었던 장소가 114년 만에 확인됐다.

양평의병기념사업회(회장 신교중)가 2020년 12월 발간한 <양평의병 학술논문집>에서 이복재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매켄지 기자가 촬영한 장소를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 398-14번지 6번 국도변임을 기존 설을 뒤집고 최초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경기도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기도 한 이복재 위원은 의병사진 촬영장소를 찾기 위해 사진의 뒷배경이 되는 주변의 능선을 카메라로 찍어 OHP필름에 인쇄한 후, 원본사진과 일일이 대조하는 과정을 거쳤다.

구한말 의병 원본 사진
구한말 의병 원본 사진
대조사진(오빈리 뒷산)의 능선
대조사진(오빈리 뒷산)의 능선

한 세기가 흘러 복토 등으로 지형이 변했지만 매켄지 기자가 쓴 ‘조선의 비극’ 기록에 따라 그날의 동선을 집요하게 추적, 결실을 얻어냈다. 지난 3년 여 동안 오빈리 일대를 발로 누볐고, 촬영한 사진만 수 천 컷에 이른다.

교과서에도 실린 구한말 의병사진 촬영장소를 두고 그 동안 의견이 분분했다. 양평군에서도 오빈리를 비롯 아신리, 지평리 등이 거론됐고, 심지어 충북 제천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복재 위원은 “이번 연구로 사진 속 의병들의 활동장소가 양평임을 분명히 입증하게 된 것이 큰 성과”라면서 “선조들의 숨결이 남아있는 이곳을 널리 알려서 역사교육의 살아있는 현장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양평의병기념사업회 최봉주 사무국장은 “수 년 간 연구 끝에 항일 의병의 역사적 장소를 찾아낸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 사진 속 13명의 신원을 밝혀내 ‘역사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로 계속 이어진다’는 것을 후대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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