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사모 스케치 15]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양평시사모 스케치 15]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
  • 김현옥
  • 승인 2019.01.16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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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가려고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와 함께 한 새해 첫 모임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가려고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와 함께 한 새해 첫 모임

[용문면=김현옥] 양평시사모 새해 첫 모임은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와 함께 했습니다. 오늘은 동그라미봉사회 이매화 회장님과 경기도지체장애인협회 박진수 양평지회장님이 새로 오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매화 회장님은 양동면 매월리에서 태어났는데 외할아버지가 지명을 따서 매화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붙여주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가람이벤트 회사를 운영하며 주로 학교 행사 일을 하고 계시답니다. 박진수 지회장님은 경찰공무원 퇴직 후 장애인을 위한 활동에 아주 열심이신 분입니다.

처음 오신 이매화 회원이 '옆모습'을 읽고 있다
처음 오신 이매화 회원이 '옆모습'을 읽고 있다

제가 양평에 와서 제일 좋은 것 중 하나는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은 것은 아마 그 밑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겠죠. 콘크리트 포장 다리가 아닌 징검다리를 건널 때는 항상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의미도 되겠고요.

시인 또한 누군가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너에게 가려고”라고 얘기합니다. 제가 먼저 ‘염소의 저녁’이란 시를 읽으면서 말뚝에 매어놓은 염소를 데리러 간 할머니가 되레 염소에게 이끌려 집으로 돌아오는 따뜻한 풍경을 들려줬습니다.

한광식 님이 '모퉁이'를 읽고 있다
한광식 님이 '모퉁이'를 읽고 있다

서학조 님은 ‘간격’을 읽으면서 사람 관계도 나무처럼 일정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고 합니다. 소중한 사람일수록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는 거죠. 몽실 김동운 님은 ‘독야청청’을 읽고, 요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 없는 감사의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합니다.

한광식 님은 ‘모퉁이’를 읽고 나서 현대인의 고질병이 몸과 마음이 뜨거워지지 않는 데서 온다고 말합니다. 주변이 따뜻해지는 연탄재 같은 사람에 대해 얘기하면서 준비해오신 한살림표 어묵탕을 손영희 작가님과 함께 내놓으셨습니다.

손영희 작가가 새해 달력에 손글씨를 써주고 있다
손영희 작가가 새해 달력에 손글씨를 써주고 있다

이매화 님은 ‘옆모습’을 읽은 후 “나무는 나무하고 서로 마주보지 않으며/등 돌리고 밤새 우는 법도 없다/나무는 사랑하면 그냥,/옆모습만 보여준다”는 문장이 정말 아름답다고 하십니다. 누군가 “옆모습은 동정심을 유발하긴 하는데, 불쌍해 보이기 전까지만 살자”라는 말에 모두 웃음을 보탰습니다.

이어 박진수 회장님께서 양평군 장애인복지와 시설에 대한 현황과 아쉬움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고, 손영희 님이 회원들에게 새해 달력에 손글씨로 멋진 문구를 써서 하나씩 선물로 나눠줬습니다.

2월 건축기행 예정지인 뮤지엄산 갤러리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대해 설명 중인 서학조 님
2월 건축기행 예정지인 뮤지엄산 갤러리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대해 설명 중인 서학조 님

맛있는 어묵탕에 여주 이하정님표 딸기, 달달한 케익에 허브차를 마시며 늦은 시간까지 얘기꽃을 피웠습니다. 특히 몽실님의 길모퉁이 잔혹사를 들으며 웃음꽃까지 활짝 핀 아주 즐거운 저녁이었습니다.

시사모 2월 건축기행은 13일(수) 원주 뮤지엄산 갤러리+소금산 출렁다리+양동 계정횟집 코스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구체적 일정은 조율해서 나오면 공지해 드리겠습니다. 아울러 다음주 시사모에서 읽을 시집은 손택수 시인의 <호랑이 발자국>입니다. 그 사이 함박눈 한번 와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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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마술을 선보이고 있는 서학조 님. 멀리 떨어져서 봐야 마술이 됨. 접근금지!
새로운 마술을 선보이고 있는 서학조 님. 멀리 떨어져서 봐야 마술이 됨. 접근금지!
손영희 님이 시각장애인이 그린 사진작품을 박진수 회장에게 선물하고 있다
손영희 님이 시각장애인이 그린 사진작품을 박진수 회장에게 선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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