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평군 범죄경력 후보 “스스로 물러나야”
[사설] 양평군 범죄경력 후보 “스스로 물러나야”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2.04.18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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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지방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양평군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민선 7기 선거에서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 후보가 자치단체장이 되었기에 재선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이른바 ‘문풍’과 ‘촛불’의 영향으로 간신히 자치단체장이 되었지만, 의회는 보수당에서 과반인 4석을 가져갔다. 거기다 지난 3월 9일 치러진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거의 14% 가량 앞선 결과가 나왔다. 두 후보의 전국 득표율 차는 0.73%p에 불과했다.

이처럼 ‘보수의 귀환’이 점쳐지는 가운데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자들의 범죄 경력이 눈길을 끌고 있다. 4월 13일 현재 양평군 관련 예비후보자는 총 23명인데, 이중 범죄경력자는 10명(민주당 2, 국민의힘 8)으로 무려 43%에 이른다(일요신문 4월14일 기사). 둘 중 하나는 범죄자다.

범죄 내용도 저작권법부터 근로기준법, 개인정보법, 음주(무면허)운전, 폭력, 부정수표, 산지법, 환경보전법 등 ‘범법 종합백화점’을 보는 듯 화려하다. 일반 사람들은 평생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죄명도 있다. 어떤 후보는 같은 범죄를 몇 차례 반복해서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범죄에 연루된 사람들이 태연하게 공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지방선거의 경우,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자기들끼리 ‘자가검증’을 하면 끝이다. 유권자들이 알면 그만이고, 모르면 ‘땡큐’인 것이다.

노년인구가 많은 양평은 유권자들이 온라인이나 SNS를 통해서 이런 사실을 접하기도 어렵다. 시민단체에서도 범죄 경력이 있는 후보들의 공천을 배제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거홍보 현수막에 범죄경력을 표기하는 것을 조례로 정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물론 살면서 의도하지 않게 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다. 사람 대신 죄를 미워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공직에 진출하려는 사람의 첫 번째 덕목은 청렴이다. 본인이 깨끗하지 않은데 어찌 12만 군민을 대변하는 자리를 맡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노자는 <도덕경>에서 세 가지 보물(자애로움, 검소함, 나서지 않음)을 얘기했다. 이 중에서 “감히 세상에 나서지 않음(不敢爲天下先. 불감위천하선)”을 으뜸으로 들고 있다. 그래야 “능히 세상의 기장(리더)이 될 수 있다”(故能成器長. 고능성기장)고 했다.

수행을 한 사람들도 세상에 나서려면 이렇듯 자신에게 엄한 잣대를 들이대는데, 하물며 옹기가 깨진 사람들에랴. 지금 당장 자신을 돌아다보고 문제가 있다 싶으면 그치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은 점점 ‘유능한 사기꾼’보다 ‘조금은 무능한 선인’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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