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경산수를 그리다…백중기 개인전 ‘시원의 기억’
실경산수를 그리다…백중기 개인전 ‘시원의 기억’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2.09.02 0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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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한달 동안 양평 카포레에서 46점 전시…3일(토) 오후 4시 축하음악회도 열려
은행나무 앞에 선 백중기 작가
은행나무 앞에 선 백중기 작가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백중기 작가의 27번째 개인전 ‘始原(시원)의 기억’이 9월 1일부터 30일까지 양평군 강하면 복합문화공간 카포레에서 열린다.

카포레 컨벤션홀, 본관 2~4층에 걸쳐 작가의 크고 작은 작품 총 46점이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그 동네’, ‘나무야’, ‘저 바다’, ‘기차는 떠나가네’ 등 다양한 시리즈를 통해 서정적인 풍경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반계리 은행나무’(270×170㎝ Acrylic on canvas 2022)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대작이다. 전시 전날에야 겨우 마무리를 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공룡능선을 주로 한 ‘설악’(2022)도 컨벤션홀을 압도할 정도의 웅장한 미를 뽐낸다.

벚나무, 자작나무, 동백, 진달래, 살구나무, 명자나무, 배롱나무부터 제주도의 팽나무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나무에 대한 애정이 크다. 작가 자신도 사람보다 나무를 그릴 때가 더 즐겁다고 말한다. 간혹 등장하는 사람의 모습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작가는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어릴 적 화전민 촌에서 자라 이웃이 없었기에 자연히 나무와 별과 달이 친구였다. ‘하늘 아래 첫 동네’(2022), ‘자작나무 숲’(2022) 같은 작품에 나오는 공간이 그가 바라보는 ‘시원(始原)의 세계관’이다.

원초적인 순수한 자연을 품었기에 소백산(2015) 치악산(2020)을 따라 조금만 밖으로 나오면, 개망초, 도라지꽃, 벚꽃, 배롱나무꽃, 살구꽃, 매화꽃 흐드러진 화엄의 장관이 펼쳐진다. 그리고는 화엄의 낙화를 붉고(능소화. 2022) 푸른(저 바다. 2022) 동해바다 어디쯤에 마음껏 퍼부어버린다.

설악(2022)
설악(2022)

그런 다음 다시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전시회 제목처럼 ‘시원의 기억’을 더듬어 가는 것이다. 좁은 작업실에서 20여 년간 작품을 하다가 3년 전에야 널찍한 공간을 마련한 작가는 지금이 ‘인생의 화양연화’라고 말한다.

이런 식으로 한 십 년 훌쩍 시간이 지나도 전혀 섭섭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그토록 꿈꾸었던 실경산수(진경산수)를 마음껏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고 나니 이제 집 한 채를 그려도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그 동안 그렸던 꽃과 나무들이 산수 대작에 오롯이 자리를 잡는 것이 보였다. 작은 것이 모여서 큰 것을 이루고, 다시 큰 것이 스러져 자연의 품으로 안기는 것과 같다. 작가는 그저 오고 가는 그 시원의 기억을 더듬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요즘 사는 것이 즐겁다.

한 때는 물감 살 돈이 없어서 아내에게 손을 벌리기가 참 어려웠던 적도 있었다. 이번 전시회는 그렇게 24년을 전업작가로 살아오는 동안 묵묵히 뒤를 지켜준 아내에게 바치는 선물과도 같다. 같이 미술을 전공한 아내가 올해부터 본격 그림의 길로 들어섰고 매주 목금〮 토요일에 작가와 함께 전시장을 지킨다.

백중기 작가는 “저절로 시작되는 ‘시원’은 사람에게 ‘어디서부터’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며 “인위적인 것도 결국 시간의 풍화 속에서 태초로 돌아가는데, 현재로서는 실경산수가 거기에 도달하는 작은 해답이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3일(토) 오후 4시 카포레 2층 뮤직홀에서 축하음악회가 열린다. 부천비바합창단, 샹숑가수 현주용, 배우 황건, 바이올린 닐루, 피아노 백동헌 등 예술가들이 초가을 남한강변의 오후를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을 예정이다.

<전시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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