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철의 남자’ 구본원 작가, 3번째 개인전 ‘왕의 침묵’
[이 사람] ‘철의 남자’ 구본원 작가, 3번째 개인전 ‘왕의 침묵’
  • 김현옥 기자
  • 승인 2023.01.04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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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1월 14일까지 서종면 메탈하우스 갤러리에서 열려
구본원 작가
구본원 작가

[양평=경강일보] 김현옥 기자 = “말은 예민한 짐승, 잘못 건드리면/주인도 태우지 않고 먼 들판으로 달아난다/거기서 말의 고삐와 안장은/들꽃들의 우스갯거리에 불과하다/이 흰말에 죽은 말벗을 태우려 했나니 이 흰/말의 잔등에 앉아 영원을 달리려 했더니”(유종인 ‘류하백마도’ 중에서)

시인 유종인이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선비화가 공재 윤두서의 ‘류하백마도’를 보고 읊은 시다. 시에서처럼 말은 자유로운 영혼을 상징한다. 주인이 고삐로 버드나무에 묶으려 하나 말의 영혼은 영원을 향해 치닫는다.

양평군 서종면에서 19대째 일가를 이루고 있는 구본원 작가(49)도 백마의 자유로운 영혼을 타고 났다. 선대 어르신이 연산군의 부마로 있다가 난리 중에 양평으로 이주해 왔다고 하니 말과 인연이 깊다. 실제 왕의 사위인 부마는 임금이 타는 말을 관리하는 ‘부마도위’를 이른다.

아무튼 구본원 작가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오는 14일까지 메탈하우스 갤러리(관장 정아린. 서종면 북한강로 755-1)에서 개인전을 연다. 젊은 시절 검도를 하다가 극동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근무를 하였고, 프로골퍼, 사격선수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다.

그러던 중 전통도검 제작에 빠져 여주에 사는 도검장 이은철 장인으로부터 사사를 받았다. 2016년부터 철에 대핸 기초적인 것을 배우기 시작해 도검 제조에 푹 빠지게 됐다. 철에 빠지니 단단한 쇠가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따뜻한 질감이 있음을 알았다.

'왕의 침묵'(양평군립미술관 소장)
'왕의 침묵'(양평군립미술관 소장.2017)

1,600도까지 온도를 올렸을 때 바람과 철이 만나 만들어지는 작품의 세계에 흠뻑 매료됐다. 자신의 재능이 있는 것을 이때 알게 돼 첫 작품 ‘왕의 침묵’(2017. 양평군립미술관 소장)이 만들어졌다. 공사장의 폼핀을 주워다 만든 작품이다. 남들은 수십 년간 해도 미술관 소장은 엄두도 못 내는 데 초기 작품이 그야말로 인정을 받아버린 것이다.

이때부터 잔뜩 부푼 마음에 본격적인 조형미술 작업을 시작했다. 큰 쇠 덩어리를 절단하고, 가공하는 방법을 배워 그야말로 철에 올인을 했다. 그 다음 나온 작품이 양평종합운동장에 세워진 성화대다. 군에서는 예산문제로 난색을 표했지만 돈 대신 작가로서 인정을 받고 싶었다. 한달 반 가량 작업을 하면서 오른손 중지가 굽어지는 가운데서도 열정을 다 쏟아 부었다.

이를 두고 구 작가는 ‘운이 좋구나’라고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문호5리에 작업실을 만들어 작품에 매진해 생애 첫 개인전을 북한강갤러리에서 열었다. 이를 본 그의 고모할머니인 구하우스 미술관 구정순 관장이 아주 혹평을 했다고 한다. 충격을 받은 구 작가는 심기일전해 두 번째 개인전을 같은 장소에서 열어 구 관장으로부터 그제서야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 풍파와 대가들에 의해 충분히 담금질 당한 구본원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 ‘왕의 침묵’을 타이틀로 열리고 있다. 고귀한 기품을 지닌 말은 곧 제왕을 뜻하고, 철을 연마하면서 일으키는 소음 속에서 역설적으로 침묵과 평화로움을 느껴 정한 제목이다.

메탈하우스 중정에 설치된 작품
메탈하우스 중정에 설치된 작품

메탈갤러리 1, 2층을 가득 메운 작품을 둘러보면 역시 말과 관계된 크고 작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형형색색의 메탈 소재 말 작품부터 알루미늄 판 위에 말 형상을 놓고 실제 사격을 해서 얻은 작품까지 다양하다. 중정에 전시된 삼색의 말은 자유 평등 박애의 프랑스 국기를 상징한다. 금방이라도 세 마리 말이 대지를 박차고 천창을 뚫고 비상할 듯 하다. (구 작가는 프랑스국제앙드레말로 정회원이기도 하다)

구본원 작가는 “산업화 이후 자동차에 밀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말이 지닌 생명의 원형을 찾고 싶었다”며 “철의 단단함과 말의 생명력이 부조화 속 조화를 이루듯 도시문명 속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따뜻하게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말했다.

앞의 시는 “버드나무는 오히려 짐승처럼 징그럽고/흰 말은 꽃 핀 오두막처럼 고요하다”로 끝을 맺는다. 구 작가의 철은 짐승처럼 살아 움직이고, 말은 문호리 벼 꽃 핀 농막처럼 고요해 질 것이다. 이것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며 살아가는 이치다. 메탈하우스에 사람의 꽃이 피고 있다.

<작가 프로필>
프랑스 국제 앙드레말로 정회원. 한국미술가협회 정회원. 전업 미술가협회 정회원

<전시>
2015 양평미술관 설치미술 전시
2016 양평 테라로사 작품제작 설치(vinospritus)
2018 제63회 경기도민체전 양평종합운동장 성화대 제작설치
2019 이도갤러리 콜라보 전시. 경인미술관 콜라보 전시
        이천예스파크, 인사동 한국미술관, 콩세유갤러리 전시
2020 부산 괘법동 경보센트리안아파트 EQUUS 제작설치
        양평미술관 왕의 침묵 영구소장
2021 양평미술관 협회전
2022 ALFY 아트랩페스티벌 양평

<전시 이모저모>

양평종합운동장 전시작 '성화대'
양평종합운동장 전시작 '성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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